“ 올림픽 메달 다섯 개 색깔만 남았습니다”
  • 기영노 (스포츠 평론가) ()
  • 승인 2008.05.09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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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근 역도 국가대표 남자팀 감독 인터뷰 / “세계 신기록도 가능”

ⓒ시사저널 박경호
역도는 육상·수영 종목과 함께 대표적인 기록 종목에 속한다. 또 육상·수영·체조와 함께 1896년 제1회 아테네올림픽부터 정식 종목으로 채택될 만큼 전통 있는 종목이다.

그동안 한국 역도는 김성집씨가 1948년 런던올림픽에서 올림픽 역사상 가장 먼저 메달(동메달)을 획득한 이후 1952년 헬싱키올림픽 동메달(김성집), 1956년 멜버른올림픽 동메달(김창희), 1988년 서울올림픽 은메달(전병관)·동메달(이형근) 그리고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 때 대망의 금메달(전병관)을 땄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을 건너뛴 후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 은메달 2개(이배영, 장미란)를 획득해 그동안 금메달 1개, 은메달 3개, 동메달 4개 등 모두 8개의 메달을 획득했다. 레슬링이나 유도 등 우리나라의 메달박스 노릇을 하는 종목과는 거리가 조금 있었다.

그러나 이번 베이징올림픽 전망은 매우 밝다. 메달 색깔이 달라지겠지만 최대 5개의 메달 수확도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난 4월30일 태릉선수촌에서 역도 국가대표 남자팀의 이형근 감독을 만나 베이징올림픽 역도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역도에는 올림픽 티켓 제도가 있는데 우리는 몇 장의 티켓을 땄는가?

- 역도는 한 나라가 독식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한 나라의 출전 체급에 제한이 있는데, 남자는 8체급 가운데 6체급, 여자는 7체급 가운데 4체급까지만 출전할 수 있다. 한국은 남자의 경우 1체급 모자란 5체급 출전권을 땄고, 여자는 4체급 모두 땄다.


남자부 목표는 어떤가?

- 77㎏급의 사재혁, 69㎏급의 이배영 그리고
56㎏급의 이종훈 등에게 메달을 기대하고 있다.


사재혁 선수의 기량이 일취월장하고 있다고 들 었다.

- 사재혁은 우리 선수들에게 흔한 짝배기(인상·용상 가운데 한 종목이 약한 선수)가 아니라 밸런스가 맞는 선수(인상과 용상을 고루 잘하는 선수)다. 지난 4월24일 포항에서 벌어진 왕중왕 역도대회에서 인상 1백62㎏, 용상 2백3㎏으로 합계 3백65㎏을 들었다. 이번 베이징올림픽 메달권은 3백60㎏으로 보고 있다. 금메달은 3백70~3백75㎏ 사이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여 사재혁의 메달 획득 가능성은 매우 높고, 당일 컨디션에 따라서 금메달까지 바라보고 있다.


사재혁은 어떤 선수인가?

- 정신력이 매우 좋고, 경기에 임해서도 공격적인 스타일이다. 근력도 뛰어나 타고난 역도 선수라고 할 수 있다.


69㎏급의 이배영 선수는 어떤가?

- 이배영은 지난 아테네올림픽 때 69㎏급에 출전해서 합계 3백42.5㎏을 들어, 3백47.5㎏을 든 중국의 장궈정에게 5㎏ 뒤져 은메달에 머물렀었다. 당시 이배영은 장궈정보다 용상에서는 2.5㎏(이배영 1백90㎏, 장궈정 1백87.5㎏)을 더 들었지만 인상에서 7.5㎏(이배영 1백52.5㎏, 장궈정 1백60㎏)이나 뒤졌다.


그동안 이배영이 취약한 부분인 인상을 많이 보강했나?

- 지금은 1백54~1백55㎏ 정도를 들고 있다. 그런데 용상이 더 늘지 않아서 걱정이다. 아무튼 이배영이 메달권에 들어가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 그밖에 56㎏급의 이종훈, 62㎏급의 지훈민 그리고 플러스 1백10㎏급 즉 무제한급의 정상균 선수가 출전한다.


여자부에서는 장미란에 대한 기대가 큰데.

- 문제는 중국이 어떤 체급에 출전하는가다. 중국은 여자부 7체급 가운데 6체급에서 세계신기록을 갖고 있다. 따라서 3체급에서는 선수를 출전시키지 못한다. 현재까지의 정보로는 48㎏급, 58㎏급 그리고 69㎏급과 가장 무거운 플러스 75㎏급 즉 무제한급에 출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장미란은 중국 대표가 될 것이 확실한 무솽솽과 라이벌전을 벌여야 할 것 같다.


무솽솽이 얼마 전 국내 선발전에서 세계신기록을 세웠었는데.

- 지난 4월17일 중국 내 선발전에서 인상 1백45㎏, 용상 1백83㎏으로 합계 3백28㎏의 세계신기록을 세웠다. 장미란과 무솽솽이 동시에 갖고 있던 종전 세계신기록 3백19㎏을 무려 9㎏이나 경신한 것이다.


장미란도 용상에서 세계신기록을 세우지 않았나?

- 장미란은 4월24일 포항에서 벌어진 왕중왕 대회에서 용상 1백83㎏의 세계신기록을 세웠다. 그러나 인상에서 1백35㎏에 그쳐 합계 3백18㎏에 머무르고 말았다. 현재 장미란과 무솽솽의 합계기록의 차이는 무려 10㎏인 셈이다.


그러면 끝난 게임이 아닌가?

- 꼭 그렇지만은 않다. 무솽솽이 세운 3백28㎏은 국내 대회에서 세운 기록이라 비공인 세계신기록이다. 그리고 장미란도 왕중왕 대회 때 실패를 해서 그렇지 인상 1백40㎏, 용상 1백87㎏에 도전을 했었다. 연습 때는 그 무게를 모두 들었다. 따라서 장미란도 베이징올림픽 본선에서는 합계 3백27㎏ 정도는 들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장미란에게 종합스포츠제전(올림픽과 아시안
게임) 징크스가 있다는데.
- 사실이다. 장미란은 2005년부터 2007년까지 세계선수권대회 3연패를 하고 있다. 그러나 2004 아테네올림픽 때는 중국의 탕공홍, 2006 도하아시안게임 때는 중국의 무솽솽에게 밀려 은메달에 머물렀었다. 그래서 이번 베이징올림픽 때도 징크스가 작용하지 않겠는가 하는 우려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윤진희도 기록이 점점 좋아지고 있다.
- 윤진희는 53㎏급 선수라 체격(1m60cm, 53㎏)도 작다. 그러나 기록이 일취월장하고 있다. 왕중왕 역도대회 53㎏급에서 모두 7차례 한국신기록을 세우면서 인상 99㎏, 용상 1백23㎏ 합계 222㎏을 들었다. 자신의 종전 기록을 합계에서 무려 11㎏이나 끌어 올렸다. 중국의 세계 랭킹 1위 리핑(인상 96㎏, 용상 1백29㎏)에 어느 정도 접근해 있다. 그런데 한 가지 반가운 사실은 앞서 잠깐 언급을 했지만 중국이 여자 53㎏급에 선수를 출전시키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만약 중국 선수가 출전하지 않는다면 윤진희의 메달 가능성은 80% 이상이고 잘하면 금메달도 가능하다.


이번 베이징올림픽에서 특히 좋은 성적을 기대 하는 이유는?

- 우선 남녀 모두 세계 정상권에 올라있는 선수들이 많다. 그리고 대회가 열리는 중국은 시차 문제도 없고, 기후와 음식도 전혀 문제가 될 것이 없어서 선수들이 홈그라운드와 같은 느낌으로 경기를 할 수 있다. 또한 역도는 기록 경기이기 때문에 중국이 홈 텃세를 부릴 여지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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