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인·잠복기, 여전히 안갯속
  • 김회권 기자 judge003@sisapress.com ()
  • 승인 2008.05.09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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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으로 본 인간 광우병 논란 / 입증 어려운 가설들만 분분해 혼란 가중

소 해면상 뇌증(BSE), 일명 광우병은 무엇일까. 여기에 TSE라는 병명이 있다. 포유류에서 넓게 볼 수 있는 해면상 뇌증을 말한다. 이 중 소에게서 나타나는 TSE가 BSE다. 잘 알려진 대로 변형 프리온 단백질이 원인이라고 전해진다. 형태 이상을 일으킨 변형 프리온 단백질이 신진대사 과정에서 사라지지 못하고 축적되면서 차츰 뇌세포를 괴사시킨다는 가설이 주류로 인정받고 있다.

지난 1982년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의 스탠리 프리지너는 스크래피(양에게서 발병하는 전염성 해면상 뇌증)의 원인이 프리온이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그는 그 공로를 인정받아 1997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프리온을 발견해 새로운 감염 원리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프리온 가설이 주류가 된 데에는 노벨의학위원회가 손을 들어준 점이 크게 작용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러면 이대로 의학이나 생물학계에서는 프리지너의 입지가 더욱 공고해진 것일까.

그렇지 않다. 프리지너의 가설이 이론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동물 실험이 필수적이다. 2004년 <사이언스>에 프리지너는 자신의 가설을 증명한 실험 결과를 내놓았다. 그는 가설을 증명하기 위해서 쥐의 머리에 변형 프리온을 주사기로 찔러넣는 방법을 택했다. 문제는 이때 찔러 넣은 소의 프리온이 정상적인 상황보다 16배 정도 많았고 병증을 관찰하는 기간도 2배 이상 길었다. 유명한 과학 전문 저널리스트인 제니퍼 커진이 이 실험을 “오류가 많은 실험으로 신뢰하기 어렵다”라고 말할 정도였다. 프리온 가설을 신뢰하지 않는 학자들은 너무나 완벽하게 조성된 실험 환경에서 나온 결과물이라는 점을 공격하고 있다.

이미 알려진 것처럼 광우병과 vCJD(인간 광우병, 변형 크로이츠펠트 야콥병)는 어떤 식으로든 관련이 있다. 만약 결핵이라면 병이 발생하는 이유를 알고 대처 방법도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인간 광우병의 경우는 대부분 모르는 것 투성이다.

프리온(prion)은 단백질이다. 이제까지 인체에 감염을 일으켜온 곰팡이, 기생충, 박테리아, 바이러스와는 전혀 다르다. 사람이 음식물을 섭취할 경우 각종 영양소는 대부분 위에서 소화 작용이 일어나면서 거의 아미노산 단위의 펩타이드로 분해된다. 프리온 같은 단백질은 반드시 분해되어 들어오게 되어 있지만 유독 변형 프리온의 경우는 분해가 되지 않는다. 곰팡이, 기생충, 박테리아는 생명 현상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자체 효소를 가지고 있고 이 효소를 통해 스스로를 복제하고 증식한다. 바이러스는 자체 효소를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자신의 유전자를 숙주의 유전자에 붙여 복제·증식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이에 반해 프리온은 단순 단백질덩어리가 공격도 하고 자기 복제도 하면서 증식하는 1인 다역을 수행한다.

과학자들은 변형 프리온이 vCJD의 직접적인 원인이라는 명확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쇠고기나 소의 뼈, 뇌 등을 먹으면 소량으로도 광우병에 걸릴 수 있다는 것은 역학 조사를 하면서 인과 관계가 분명하게 드러났다. 하지만 정황상의 증거일 뿐 과학자들은 이종 간에 변형 프리온이 감염되는 루트를 설명하지 못해서 난감해하고 있다. 프리지너의 가설은 주류이기는 하지만 진실은 아니다. 단지 가설일 뿐이다. 변형 프리온이 원인이 아니라 결과라는 가설도 등장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람이 2002년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쿠르트 뷔트리히다. 그는 광우병의 원인 물질인 ‘프리온’의 구조를 세계 최초로 규명한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상을 수상했다. 뷔트리히는 “변형 프리온은 광우병 후에 나온 뇌의 찌꺼기일 뿐이다”라고 말한다.

“변형 프리온이 직접적인 원인”… 명확한 증거는 제시 못해

예일 대학의 저명한 신경병리학자인 로라 마누엘리디스 교수도 프리온을 믿지 않는다. 지난 2005년 마누엘리디스는 <사이언스>에 기고하면서 변형 프리온은 vCJD를 확산시키는 데 결정적인 원인이라는 증거가 없으며 오히려 어떤 바이러스가 vCJD를 일으킨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마누엘리디스 교수팀은 지난해 1월에 바이러스로 의심되는 입자를 찾아서 미국국립과학원(PNAS) 회보에 발표하였다. 연구팀은 변종 크로이츠펠트-야콥병에 감염된 신경세포에서 바이러스 크기만한 분자를 발견했는데 감염되지 않은 신경세포에는 이러한 분자가 없었으며 양에서 나타나는 해면상 뇌증인 스크래피에 감염된 세포에서도 똑같은 바이러스 분자가 발견되었다고 설명했다.

변형프리온이 장을 통해서 흡수되느냐 여부도 논란거리다. 프리온과 관련한 실험은 대부분 광우병에 걸린 소의 뇌를 추출해 실험 동물의 두개골 내로 주입해 관찰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이런 식으로 vCJD에 걸리지 않는다. 음식물을 먹다가 걸리기 때문이다.

프리온을 믿는 학자들은 변형 프리온이 소화효소에 의해 분해되지 않고 들어와 소장 아래의 림프성 세포 결절을 통해 중추신경계로 들어간다고 말한다. 전형적인 감염성 질환의 과정을 띤다는 말이다. 실제로 호프만 세탈의 2007년 연구에서 안락사시킨 소의 중추신경계 및 말초신경, 그리고 소장 아래의 림프성 세포 결절에서 변형 프리온이 검출된 적이 있다.

그러나 2006년도에 <The journal of pathology>에 실린 양 50마리를 대상으로 한 스크래피 연구에서는 변형 프리온이 림프성 세포 결절이 아니라 소장 내벽의 융모를 통해 침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곳으로 단백질이 들어가면 리소좀에 의해 잘게 쪼개지지 않고서는 더 이상 침투할 수 없게 된다. 서로 상반된 결과인 셈이다.
vCJD는 잠복 기간조차도 확실하지 않다. 사람이나 동물이나 해면상 뇌증이 발생하면 치사율은 100%며 발병 2년 이내에 죽는다. 2008년 3월에 나온 ‘The impact of CJD on surgical practice’라는 논문에서는 vCJD를 따로 다루고 있는데 환자의 나이가 어리고(평균 29세), 증상이 나타나기까지의 잠복기가 평균 14개월로 긴 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잠복기에 대한 논란도 뜨겁다. 광우병에 취약한 유전자 타입이라고 알려져 있는 M/M 타입(M은 메치오닌, V는 발린으로 부모로부터 물려받는 단백질 유전자다. 한국인의 95%가 M/M 타입으로 최근 논란이 되고 있다) 외에서 늦게 발병한 사례가 최근 보고되었기 때문이다. 2000년대 들어서 V/V나 M/V형을 가진 사람들 중에도 vCJD 의심 환자들이 등장하면서 예전에 광우병 쇠고기를 섭취했던 사람들 중 긴 잠복기(30년 이상)로 생길지도 모르는 집단 발병 가능성을 진단하는 학자도 있다. M/M형의 잠복기가 짧아서 발병이 먼저 집중적으로 일어났을 뿐 실제적으로는 V/V나 M/V 타입이 vCJD에 걸릴 확률이 높다는 조사도 2006년에 나온 적이 있다. 이종구 질병관리본부장도 “특정 유전자형에서 잠복기가 짧아서 먼저 나타나는 것일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광우병만을 두고 과학적으로 본다면 여전히 다양한 가설이 전염성 해면상 뇌증을 증명하기 위해 다투고 있다. 하지만 과학적인 주장을 증명해야 할 주체들이 입을 다물어버리면서 혼란만 커져가고 있다. 오히려 과학적인 증명을 위해서 가장 바쁘게 정보를 찾아다니는 사람은 네티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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