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시장 활짝 열면 조•중•동 ‘벌벌’
  • 반도헌 기자 bani001@sisapress.com ()
  • 승인 2008.05.20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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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영 미디어렙 도입에 떨고 있는 메이저 신문사들 방송 3사로 광고 몰려 ‘경영 위기’ 불 보듯 뻔해 긴장

ⓒ시사저널 박은숙
이명박 정부의 미디어 정책이 규제를 완화해 시장의 완전 경쟁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감에 따라 신문사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문화관광부가 최근 한국방송광고공사(KOBACO)에 의뢰해 작성한 ‘방송 광고 제도 변화에 따른 매체별 광고비 영향 분석’에 의하면 방송 광고 판매 시장에 경쟁 체제가 도입될 경우 신문사들의 광고 매출이 크게 줄어들어 조선·중앙·동아 등 이른바 메이저 신문들도 경영 위기를 겪게 될 것으로 나타났다. 현 체계를 유지했을 때 1년 후의 일간지 광고 시장 규모가 연 1조6천9백19억원인데 비해 완전 경쟁 체제 도입으로 광고 물량을 방송이나 여타 매체들에게 빼앗기게 되면 그 규모가 1조2천6백17억원으로 28.1%나 감소하게 될 것으로 전망되었다.

미디어 시장 내 완전 경쟁의 시발점은 물론 민영 미디어렙(Media Representative)이다. 문화부 방송광고과의 전병우 사무관은 “지난 4월 세 차례에 걸쳐 KOBACO, 광고주협회, 종교방송사협의회, 한국신문협회 등 이해 당사자들로부터 미디어렙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아직 민영 미디어렙 도입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결정된 것은 없다. 검토 과정을 더 가진 후에 입장 정리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정부가 조만간 민영 미디어렙 추진과 관련된 입장을 어떤 형태로든 내놓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KBS·MBC·SBS 등 지상파 방송 3사는 민영 미디어렙 도입을 반기고 있지만 신문사들은 적지 않게 우려하고 있다. 지상파 방송 3사에 광고비가 몰릴 경우 신문에 돌아가는 부분이 그만큼 줄어들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방송 광고 제도 변화에 따른 매체별 광고비 영향 분석’ 결과를 자세히 살펴보면 신문 광고의 방송 전이 현상은 심각한 수준임을 알 수 있다. 제한 경쟁을 도입했을 때 조선·중앙·동아 3사의 경우 민영 미디어렙 도입 4년차의 광고비가 약 5천5백17억원으로 26.9%가량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었다. 이들 3사를 제외한 일간지의 경우는 2년 만에 5천9백14억원으로 약 40.2%나 축소되어 거의 절반에 가까운 광고 매출 감소를 가져올 것으로 평가되었다. 민영 미디어렙이 도입되면 경영 기반이 탄탄한 일부 신문사를 제외한 일간 신문들은 버티기 힘들 정도로 심각한 경영 위기에 빠지게 된다는 것이다. 한 신문사 관계자는 “민영 미디어렙 도입이 이전부터 꾸준히 나왔던 얘기이고,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결정된 것이 없기 때문에 대응책을 논하기는 이르다”라고 밝혔다.

종교방송과 지역 방송에도 심각한 타격 줄 듯

조사를 진행한 KOBACO 광고연구소의 박원기 연구원은 “민영 미디어렙 도입은 종교방송과 지역 방송에 심각한 타격을 줄 것이다. 신문 광고 시장 역시 지상파 방송사로의 광고비 전이 현상 때문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광고 시장의 파이가 커지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민영 미디어렙이 신문 광고 시장에 영향을 주는 것은 방송 광고비가 신문 광고비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평가되어있기 때문이다. 광고업계의 한 관계자는 “방송 광고의 가격 대비 효율성은 신문의 8배에 가까운 것으로 평가된다. 지상파 3사의 광고와 조선·중앙·동아의 1면 5단 광고의 효과가 비슷하다고 볼 때 신문사의 광고비가 3배 비싸다”라고 설명했다.

광고주 입장에서 저렴한 비용으로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는 매체를 선호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그렇지않아도 신문사들은 인쇄 매체의 광고 시장이 줄어들고 있는 데 고심하고 있다. 동아일보의 한 관계자는 “경영 실적을 호전시킬 만한 수익 모델을 찾지 못하는 상황에서 주 수입원인 광고 매출이 줄어들고 있는 것이 문제다. 그렇다고 다가오는 위기를 손 놓고 볼 수는 없는 노릇이다. 다각적으로 타개책을 모색하고 있지만 뚜렷한 답이 나오지 않아 답답하다”라고 털어놓았다.

정부도 민영 미디어렙이 전면적으로 도입되어 완전 경쟁 체제가 이루어질 경우 취약 매체의 경영 기반이 흔들리게 되고 이들 매체가 도태되거나 제 역할을 못하면 언론의 다양성이 약화될 수 있어 섣부른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의대 광고홍보학과 신태섭 교수는 “미디어 다양성 확보를 위해서는 공영 미디어렙과 민영 미디어렙이 공존할 수 있도록 하고 광고비에 상한선을 두거나, 프레스 펀드를 운영하는 등 경쟁을 어느 정도 제한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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