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펀드가 헷갈리네
  • 정은호 (제로인투자자문 대표) ()
  • 승인 2008.05.20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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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조 잠긴 최대 금융상품, 수수료 부과 기간 지나…오락가락 수익률에 투자자들 환매 놓고 고민

ⓒ시사저널 황문성
5월첫날은 근로자의 날이면서, 지난해 10월31일에 설정된 미래에셋 인사이트 펀드의 환매 수수료 부과 기간이 지난 첫날이었다. 판매가 시작되자마자 미래에셋증권이 아닌 다른 증권사들로 하여금 ‘우리도 미래에셋 인사이트 펀드 팝니다’라는 현수막까지 걸게 만들었던, 펀드 시장의 블랙홀로 불리웠던 그 펀드가 이제 6개월이 지나 초기에 가입한 투자자들이 환매를 신청해도 이익금에 수수료가 붙지 않는 기간이 되었다. 물론 알려진 것처럼 수익이 없으니 수수료를 낼 것도 없다.

미래에셋자산의 인사이트 펀드는 우리나라 투자 역사에서 한 이정표를 세운 금융 상품이다. 우선, 단기간에 4조원 이상의 설정액을 기록함으로써 은행을 중심으로 한 판매 채널의 확대가 펀드 시장의 저변 확대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지를 널리 알려주었다. 펀드 자체로는 매니저의 통찰력(insight)에 의해 완전한 자산 배분이 가능한 이른바 블라인드 펀드가 국내 시장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증거를 보였다. 또한 국내를 포함한 전세계 증시가 사상 최고의 랠리를 보이던 시점에 펀드를 설정함으로써 역설적으로 단기적인 투자 타이밍의 선택이 얼마나 투자자를 불편하게 할 수 있는지도 보여주었다. 비슷한 시기에 인사이트와 함께 많은 비중을 브릭스 펀드에 투자했던 투자자들에게는 펀드 투자에서 왜 분산 투자가 강조되고 있는지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화려한 출발에 비해 투자자 기대 못 미쳐

탄생 시점부터 숱한 일화를 몰고 다녔던 인사이트 펀드는 3월24일 -29.19%의 수익률을 보이며 1조원 이상을 까먹은 펀드라는 오명을 쓰기도 했다. 아직 6개월밖에 지나지 않아 펀드의 성패를 논할 수는 없는 시점이지만 화려한 출발과 투자자들의 기대에 아직 성과가 미치지 못하는 것은 사실인 것 같다. 5월13일 기준으로 4조8천억원이라는 초대형 설정액을 자랑하는 인사이트혼합형자1 펀드의 설정 이후 성과는 -10.75%다. 일부에서는 펀드의 설정 시점이 최악이었다는 점을 지적한다. 펀드가 설정된 2007년 10월31일은 코스피가 종가 기준 2천64.85포인트로 사상 최고치에 달한 시점이었다. 상하이종합지수도 6천 포인트를 목전에 둔 5천9백54포인트, 과열에 대한 우려와 추가적인 상승에 대한 기대가 팽팽하던 시점이었다. 그러나 펀드 설정 이후 우리나라도 중국도 다시는 그 주가 수준을 구경하지 못하고 있다. 이후 전세계적인 신용 경색에 따른 현재까지의 지루한 과정은 많은 투자자들의 가슴을 졸이게 하고 있다.

인사이트 펀드는 출발 시점이 좋지 않은 것이 아니라 가장 최적의 시기에 출시된 펀드였다. 수익에 대한 기대가 가장 높은 시점이었고, 동시에 과열에 대한 우려와 자산 간·지역 간 분산의 필요성이 가장 강조되는 시기였다는 점을 고려할 때 펀드에 대해 전적인 신뢰를 기초로 한 이른바 ‘글로벌 스윙펀드’는 매니저와 운용사의 운용 역량을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상품이었다. 그리고 미래에셋이었기 때문에 이런 펀드의 성공적인 출시가 가능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초기 인사이트 펀드는 투자자의 기대와는 달리 중국을 중심으로 한 이머징마켓에 대한 과다한 노출로 출발 한 달 뒤부터 마이너스 수익률의 길로 들어서고 말았다.

인사이트 펀드의 투자 대상은 초기에 비해서는 많이 다양화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중국과 홍콩이 40% 내외, 러시아와 브라질이 15% 정도 투자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이외에 국내 주식과 스위스 등에도 투자되고 있다고 한다. 최근 1개월과 3개월 수익률은 각각 10%와 15% 수준으로 브릭스나 중국보다 훨씬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그동안 인사이트 펀드에 묶여 있던 투자자들은 마음 고생이 많았겠지만 이 펀드가 알려진 것처럼 이른바 ‘말아먹은 펀드’는 아니다. 펀드 설정 이후 중국 시장은 40%가 하락했다. 국내 시장도 코스피 1천8백50을 기준으로 하면 아직 10% 정도 하락한 수준이고, 좀더 광범위한 지역에 투자하는 글로벌주식형 펀드들의 6개월 수익률도 -6.7% 수준이니까 인사이트 펀드의 -10% 내외의 수익률이 뭇매를 맞을 정도는 아니다. 실제 올해 2월4일에 설정된 ‘미래에셋인사이트혼합형자1Class-C2’는 5월13일 기준 1개월 수익률이 10.08%, 설정 이후로도 12.51%라는 양호한 실적을 보이고 있어 미래에셋의 운용 능력이 아직 우려할 만한 상태는 아니라는 점을 증명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조만간 원금 수준이 되었을 때 이 펀드에 대한 환매가 많아질 것을 우려한다. 그러나 국내 투자자들의 수준을 감안할 때 일부 비중 조절을 위한 환매 물량은 있겠지만 대규모 환매 사태는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도 참아왔는데 갈아탈 만한 대안이 마땅치 않은 상황에 겨우 원금 수준에서 자금을 빼는 식의 단기적 대응은 전혀 바람직하지 않다. 또한 적립식으로 불입하는 투자자들이야 그동안 꾸준히 불입했다면 수익률은 이미 플러스이니 조급할 필요가 없다. 이러한 우려가 있다는 것은 반대로 조만간 이 펀드가 원금 이상의 수익을 낼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를 반영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미래에셋 운용 능력, 아직 우려할 만한 수준 아니다”

인사이트 펀드는 혼합형으로 분류된다. 주식뿐 아니라 채권에 대한 투자가 자유롭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주식 비중이 90% 이하로 내려간 적이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래에셋의 운용 스타일을 고려하면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매우 크다. 혹시 투자자들은 주식과 채권을 넘나들면서 최적의 자산 배분을 통한 안정적인 수익률을 기대하고 이 펀드에 가입한 것은 아닐까? 그런 기대를 가진 투자자들에게 이 펀드는 그다지 적절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미래에셋측의 전망에 비추어보면 당분간 이 펀드는 브릭스를 중심으로 한 이머징마켓 펀드의 성격을 유지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월 말 자료에 의하면 인사이트 펀드는 러시아의 석유회사 가즈프롬에 9.1%, 모바일텔레시스템 7.3%, 중국의 인터넷 업종인 바이두 주식 6.3%, 홍콩거래소 주식을 5.8% 정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들 국가의 낙관적인 장기 전망에 따라 주식 비중을 96% 이상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어떤 상황에서도 전망이 상대적으로 나은 지역은 존재한다. 이들 지역의 우수 종목을 찾아 투자하는 것이 인사이트 펀드의 기본 전략이다.

또 하나 아쉬운 점은 펀드의 운용 내역에 대한 공개가 제한적이라는 사실이다. 인사이트 펀드는 펀드에 대한 정보 공개를 꺼리고 있다. 운용상의 기밀 사항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현재의 투자자나 잠재적인 투자자들도 이 펀드가 어떤 지역에 어느 정도의 비중을 보유하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알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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