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 이상 여성, 매달 유방암 자가 검진 필요”
  • 노진섭 기자 no@sisapress.com ()
  • 승인 2008.05.20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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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정현 삼성서울병원 유방·내분비외과 교수 / “통증보다 멍울에 더 주의해야”

ⓒ시사저널 박은숙
유방암은 암이 아니라 만성적인 질병이라고 불린다. 그만큼 여성에게 흔한 암이다. 유방암 발생률은 2001년 이전까지만 해도 자궁경부암과 위암보다 낮았으나 지금은 여성 암 중 1위에 올라 있다. 매년 10% 이상 증가하고 있으며 1년에 1만명의 환자가 새로 생겨난다. 외국과 달리 발병 연령이 점점 젊어지는 것도 최근 우리나라 유방암의 추세다.

유방암은 대장암처럼 고치기 쉬운 병으로 알려져 있다. 조기에 발견하면 완치율이 98%나 된다. 그러나 유방암은 국소 질환이 아니라 전신 질환이라고들 한다. 전이가 빠른 암으로 악명이 높기 때문인데, 이로 인해 유방암 전이에 대한 연구가 전세계적으로 활발하다.

삼성서울병원 양정현 유방·내분비외과 교수는 유방암 전이 연구 분야에서 세계적인 명성을 떨치고 있는 전문의다. 1995년부터 유방암의 전이 여부를 확인하는 ‘감시림프절 생검법’ 연구 결과를 발표하며, 이를 국내 유방암 치료에 처음으로 도입해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과거에는 유방암이면 으레 겨드랑이 밑 림프절로 전이가 된 것으로 보고 무조건 수술 범위를 확대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양교수의 연구 결과에 따라 이후의 수술은 암세포가 제일 먼저 옮겨가는 림프절을 검사해 그곳에 전이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면 림프절을 절제하지 않고 남겨둔 채 이루어지고 있다. 우리나라 유방암 진료 수준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양교수로부터 최신 진료법을 알아보았다.

감시림프절 생검법이란 어떤 시술이며 유방암 치료에 미친 영향은 무엇인가?
- 감시림프절이란 암이 전이되는 여러 림프절 중 첫 번째 림프절을 말한다. 감시림프절에 전이가 되어 있으면 다른 림프절에도 전이가 되어 있다고 보아야 한다. 감시림프절 생검법(Sentinel Lymph Node Biopsy)은 감시림프절을 찾아 병리검사를 통해 전이 유무를 확인하는 것이다. 감시림프절에 전이가 되어 있지 않으면 겨드랑이에 있는 림프절을 제거하는 ‘액와(겨드랑이) 림프절 청소술’을 하지 않아도 된다.

유방암 수술은 유방 절제술과 ‘액와 림프절 청소술’로 나뉜다. 유방암이 겨드랑이 림프절로 전이되기 때문에 과거에는 ‘액와 림프절 청소술’로 모든 림프절을 절제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림프절을 없앨 경우 림프부종·신경손상 등의 합병증으로 고생할 수도 있다. 감시림프절 생검법으로 전이 여부를 판별하고 전이가 되지 않은 경우에는 액와 림프절 청소술을 하지 않아도 되어 수술 후 합병증도 피할 수 있다. 연구 결과 이 검사법은 정확도도 92%로, PET(양전자방출단층촬영)의 80%보다 높게 나타났다.


혹시 암세포의 전이를 발견하지 못하는 경우는 없는가?
- 감시림프절 생검법은 생체 색소와 방사선 동위원소를 각각 사용하거나 동시에 사용한다. 색깔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생체 색소보다는 기기로 판단하는 방사선 동위원소가 더 정확하고, 이 둘을 동시에 사용하면 거의 100%에 육박할 정도로 정확하다. 감시림프절 생검법은 액와 림프절 청소술을 시행한 것 과 거의 동등한 효과를 낸다는 것이 세계 여러 나라의 연구 결과에서 증명되고 있다. 최근에는 우리나라에서도 전체 병원 중 80%가 감시림프절 생검법을 시행하고 있다.


유방을 제거해야만 치료가 가능한 경우, 유방을 떼어낸다는 것이 여성으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일일 텐데.
- 유방암은 다른 암과 마찬가지로 외과적 수술로 암세포와 유방 조직을 떼어내는 것이 최선의 치료법이다. 그러나 외관상으로 보이는 유방을 떼어내면 여성으로서 큰 상실감을 느낄 수 있다. 그래서 되도록 유방을 보존하는 수술법을 꾸준히 연구하고 있다. 어쩔 수 없이 유방을 들어낸다 해도 요즘에는 유방을 살려주는 수술을 병행한다. 다른 근육이나 인공 보조물을 삽입해 유방을 재건하는 수술인데, 장점은 무엇보다 미용 효과와 심리적 만족감이 크다는 것이다. 유방암을 수술하면서 바로 시행하는 ‘즉시 재건술’과 수술 후 3~6개월이 지나 시행하는 ‘지연 재건술’로 나눌 수 있다. 또, 자기 조직(근육)을 이용하는 방법과 보형물을 이용하는 방법으로 나눌 수 있다. 한 번의 마취로 동시에 두 가지 수술을 하기 때문에 간편하고 비용도 줄일 수 있다.

단, 암의 재발 가능성이 큰 경우에는 1~2년 뒤에 성형수술을 따로 하는 것이 좋다.


유방 확대 수술을 받는 여성들이 많은데, 유방암과는 어떤 관계가 있는가?

- 과거 유방 확대술에 사용했던 물질인 파라핀은 유방암을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보고된 바 있다. 지금은 실리콘으로 유방 확대 수술을 하기 때문에 유방암과 무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런 물질이 종양을 덮거나 가릴 수 있어 유방암에 걸릴 경우 정확하게 진단할 수 없다.


유방암의 조기 발견이 쉽지 않은 것 같은데.

- 유방에 통증을 느껴 부랴부랴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많은데 대부분 단순한 유방통이다. 유방암은 거의 통증을 느끼지 못한다. 통증을 느끼는 경우는 10명 중 1명 정도다. 따라서 암에 걸린 사실을 모르고 지내다 키워서 병원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

통증보다는 멍울을 의심해야 한다. 유방암이 심하게 진행된 경우에는 유방 피부 혹은 유두가 유방 속으로 끌려들어가 움푹 파이거나 유두가 함몰되기도 한다. 유두에서 피가 섞인 분비물이 나오기도 한다. 유방뿐만 아니라 겨드랑이를 손으로 만져보면 덩어리가 만져지기도 하는데 이 정도면 암이 전이된 경우다.


대부분 여성들은 자신의 유방에서 멍울이 만져진다고 말한다. 멍울이 만져진다고 유방암에 걸린 것으로 보아야 하는가?
- 그렇지 않다. 많은 여성들이 유방을 손 전체로 만지면서 멍울이 잡힌다고 한다. 이는 정상 조직이거나 지방덩어리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유방에서 멍울이 잡히는 환자의 10명 중 1명 정도만 유방암이다. 나머지는 일종의 혹인 섬유선종이나 낭종으로 수술하지 않고도 치료할 수 있다.


유방과 겨드랑이에 멍울이 있는 경우는 유방암을 의심할 필요가 있다고 하는데, 스스로 검진할 수 있는 방법은?
- 초기 유방암의 크기는 2㎝ 이하다. 손으로 감지할 수 있는 종양의 크기는 대략 1㎝이므로 웬만한 유방암은 자가 검진으로 잡아낼 수 있다. 잦은 자가 검진으로 자신의 유방 모양과 촉감에 익숙해지면 젖멍울과 구별되는 덩어리(종괴)를 찾을 수 있다. 유방을 진찰하는 의사는 손끝으로만 느끼지만 환자 자신이 만지면 가슴과 손끝에서 동시에 멍울을 느낄 수 있어 더 정확하게 잡아낼 수 있다. 왼손을 어깨 위로 올리고 오른쪽 가운데 세 손가락으로 유방 바깥에서 시계방향으로 원을 그리며 유두를 향해 천천히 검진한다. 반대편 유방도 같은 방법으로 한다. 암세포가 있는 유방의 부위는 촉감이 딱딱하고 손으로 흔들어도 잘 움직이지 않는다.

우리나라 여성의 유방 조직은 매우 치밀하기 때문에 자가 검진에서 관찰되지 않는 멍울이 있을 수 있다. 자가 검진에만 의존하지 말고 병원을 찾아 조기 진단을 받는 것을 일상화할 필요가 있다.

자가 검진은 얼마나 자주 해야 하는가?
- 20세 이상 여성은 매달 정기적으로 해야 한다. 평상시 자기 유방의 모양이나 촉감에 익숙해야 비정상적인 변화를 쉽게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생리 후 2~7일 동안 유방이 가장 부드러워지는 시기인데, 이때 유방의 변화를 살펴보는 것이 좋다. 유방의 모양이나 색깔이 예전과 달라지지 않았는지 눈으로 확인하고, 손으로 멍울의 존재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자가 검진으로 멍울이 만져져서 암으로 의심될 경우 어떤 검사를 해야 하나?
- 유방암 검사의 첫 단계는 유방 영상검사(유방 촬영술)이다. 5mm 정도의 작은 크기의 암도 발견할 수 있으며 90~95%의 정확성을 보인다. 그러나 젊은 여성의 유방에는 섬유질이 많아 유방 촬영술만으로는 부족하다. 따라서 유방이 작고 고밀도인 여성의 경우 초음파검사와 병행하기도 한다. MRI(자기공명영상)는 비용이 비싸게 들지만 숨어 있는 암세포를 샅샅이 찾아낼 수 있다. 방사선 노출이 없고 영상이 선명하다. 또, CT(컴퓨터단층촬영)나 PET(양전자방출단층촬영)도 유용한 검사 방법이다.


영상 진단만으로 암을 확신할 수 없는 경우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 과거에는 외과적 수술을 통해 최종적으로 암을 확인했지만, 최근에는 세침 흡인 세포검사(FNAB)·총생검(gunbiopsy)·맘모톰(mammotome) 등으로 진단한다.

세침 흡인 세포검사는 가는 바늘을 의심되는 부위에 찔러 소량의 세포를 적출한 다음 현미경으로 관찰해 암의 유무를 검사하는 방법이다. 총생검은 암 발생이 의심되는 부위를 부분 마취한 후 방아쇠 장치로 용수철처럼 튀는 바늘을 발사해 자동으로 조직의 일부를 떼어내게 하는 간단한 방법이다. 조직을 여러 번 채취할 수 있는 장점을 지녔다.

맘모톰은 의사가 영상을 보면서 굵은 바늘을 암 발생 부위에 넣고 진공 흡입기를 작동해 바늘 안으로 조직을 끌어들인 후 바늘 내부의 회전 칼을 작동시켜 조직을 잘라내고 유방 밖으로 배출시켜 관찰하는 최신 조직 검사 방법이다.


유방암 전이가 잘 된다면 암 재발률이 높다고 보아야 하는가?
- 생존율이 높으면서 재발률 또한 높은 것이 유방암의 특징이다. 다른 암보다 전이가 잘 되기 때문이다. 전체 유방암의 3분의 1 정도가 재발한다. 재발 후 생존 기간은 5~7년 이상이다. 암세포가 뼈·폐·간 등 주요 장기로 전이되면 생존 기간이 2년 이하로 떨어진다. 하지만 조기에 발견하면 완치율이 90% 이상으로 대장암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유방암의 종류로는 어떤 것이 있나?
- 유방에 있는 세포는 모두 암으로 발전할 수 있기 때문에 유방암의 종류는 매우 많다. 하지만 대부분의 유방암은 유관(젖줄)과 소엽(젖샘)에 있는 세포, 그중에서도 유관세포에서 자주 발생한다. 암이 유관을 침범한 경우를 침윤성 유관암이라고 하는데 전체 유방암의 75~85%를 차지하는 대표적인 유방암이다.


유방암의 원인은 무엇인가?
- 유방암의 뚜렷한 원인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관련이 있다고 보고된 것이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다. 에스트로겐은 여성성을 지켜주는 중요한 호르몬이지만 유관 세포의 증식을 촉진하기 때문에 유방암 발병 확률을 높인다. 그렇다고 해서 에스트로겐이 직접적으로 암을 유발한다는 말은 아니다. 또 유방암은 독신이거나 출산 경험이 없는 여성에게 많이 걸린다. 30세 이상 고령의 나이에 처음 출산한 여성도 유방암에 걸릴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이에게 수유하는 기간을 오래 유지하는 것이 유방암 예방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는 나와 있다. 또 술·담배·비만은 유방암과 상극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우리나라 유방암의 특징은 무엇인가?
- 2001년까지만 해도 여성에게 자궁암과 위암이 많았지만 현재는 유방암이 1위다. 그만큼 유방암 발생이 늘고 있는데 특히 젊은 여성들에서 증가하는 추세다. 서양에서는 보통 50대 이상에서 유방암 환자가 많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30대는 물론 심지어 20대에서도 발생하고 있다. 20대도 유방암으로부터 자유로운 연령대가 결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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