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피로 업어치면 금메달이 대수랴
  • 기영노 (스포츠 평론가) ()
  • 승인 2008.05.20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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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유도 남녀 국가대표, 올림픽 에서 역대 최고 성적 노려…“남자 유도에서만 금메달 최소 2개 가능”

ⓒ시사저널 박경호
유도는 성공적인 세대 교체를 통해 역대 올림픽 최고의 성적을 노린다. 지난 2004년 아테네올림픽과 비교해볼 때 남자는 장성호, 김성범, 최민호를 제외하면 모두 새 얼굴이고 여자는 전원 물갈이가 되었다.

유도가 역대 올림픽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올린 것은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이었다. 당시 한국은 남자가 금메달 1개(전기영 86kg급) 은메달 2개 동메달 1개, 여자가 금메달 1개(조민선 66kg급) 은메달 2개 동메달 1개로 남녀 합해서 모두 금메달 2개 은메달 4개 동메달 2개를 획득해 한국이 종합 10위 이내에 들어가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번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는 애틀랜타올림픽에서의 역대 최고 성적을 능가할 가능성이 크다. 우선 남자 유도 60kg, 66kg, 73kg, 81kg 4체급은 금메달을 딴다고 해도 전혀 이변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을 정도로 수준이 높다. 그래서 남자 유도 국가대표 안병근 감독은 “남자 유도에서만 최소한 2개의 금메달을 따겠다”라고 큰소리를 치고 있다.

남자 유도의 메달 획득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알아보자. 우선 60kg급의 최민호는 백전노장이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는 방심하다가 동메달에 그쳤지만, 2003년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을 차지했던 업어치기의 달인이다. 라이벌인 일본의 히라오카에게는 2연패를 당하고 있지만, 이제는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이기 때문에 웬만해서는 흔들리지 않는다.

최민호에게는 첫 경기가 중요하다. 매 대회 첫 경기에서 고전을 하는데, 그 점만 극복하면 금메달 따기는 별로 어렵지 않다. 최민호도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는 각오로 철저하게 준비하고 있다.
66kg급의 김주진은 경험은 많지 않지만 패기가 좋고 공격적인 스타일의 파이팅 넘치는 선수다. 국제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지 않아서 한국 유도의 복병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이원희 꺾은 왕기춘이 유망주

이원희를 꺾고 73kg급의 간판 스타가 된 왕기춘 역시 2007년 브라질 세계유도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을 차지해 이미 정상권에 올라 있음을 입증했다. 금메달에 가장 가까이 가 있는 선수다.

그러나 왕기춘은 고질적으로 부상을 잘 당한다. 특히 무릎과 발목 등을 잘 다치는데 올림픽 전까지 부상 방지가 최우선 목표다. 그가 이제까지는 도전을 하는 입장이었지만 2007년 세계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고, 세계 최강 이원희를 꺾었기 때문에 이제는 도전을 받는 입장이라 더 많은 땀을 흘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81kg급의 김재범은 73kg급에서 체중을 올린 선수다. 지난해 12월 코리아 오픈, 올해 2월 독일 오픈, 4월 아시아유도선수권대회 등 3개 국제 대회에서 잇따라 우승을 차지했고, 3월8일 끝난 베이징올림픽 최종 선발전에서도 우승해 4대회 연속 정상에 오르는 절정의 기량을 보여주고 있다. 김재범은 스피드는 괜찮지만 체급을 올려 파워에서 떨어지는 것이 약점으로 꼽힌다.

올림픽에 3번 연속 출전하는 장성호는 실력과 행운을 겸비한 선수다. 사실 올림픽에 3번 연속 출전하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것이다. 특히 체급 종목의 경우 체중 조절을 해야 하기 때문에 올림픽에 두 번 나가기도 어렵다.

장성호는 2000년 시드니올림픽 때 경험 부족으로 예선에서 탈락했지만,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는 은메달을 차지했고, 이번 베이징올림픽 때는 이 종목 지존이었던 일본의 이노우에가 은퇴를 해서 금메달을 딸 가능성이 커졌다. 물론 유럽이나 미주 대회 그리고 일본 선발전 8강전에서 이노우에를 꺾은 다카이 요헤이 등 일본 선수들도 만만치 않다.

여자부에서는 48㎏급 김영란(27·인천동구청), 52㎏급 김경옥(25·하이원), 57㎏급 강신영(31·서울경찰청), 63㎏급 공자영(23·포항시청), 70㎏급 박가연(22·동해시청), 78㎏급 정경미, 플러스 78kg급 김나영 등이 있다.
윤익선 여자대표팀 감독은 “2006년 아시안게임에서 4개 체급, 지난 4월 말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는 5개 체급 결승에 오르고도 금메달을 못 따 2%가 부족한 전력이다. 그러나 앞으로 남은 기간 동안 약점을 잘 보강하면 애틀랜타올림픽 이후 끊어진 금맥을 다시 캐낼 가능성도 있다”라고 말하고 있다.

57kg급의 강신영은 서른 살을 넘겨 나이가 많은 편인 데다 뒤늦게 유도를 했지만 정신력이 뛰어나다. 현역 경찰이기도 한 그녀는 앞으로 남은 3개월을 잘 조련하면 의외의 성적을 거둘 수 있다. 63kg급의 공자영과 70kg급의 박가연도 메달권에 들어섰다고 할 정도로 절정의 기량을 발휘하고 있다.

남녀 유도는 거의 모든 선수들이 메달권에 들어 있어 색깔에 관계없이 5~6개 정도의 메달을 기대하고 있다. 이 정도 성적을 거둔다면 사상 최대의 대박이라 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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