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자’들의 경연장…너희가 ‘단타’의 달콤함을 아느냐
  • 김회권 기자 judge003@sisapress.com ()
  • 승인 2008.05.20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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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의 본질 왜곡하는 증권사 수익률 대회

‘4백75%, 5백60%, 1천1백34%’ 2~3개월간의 수익률로 증권 고수를 뽑는 증권사 수익률 대회에서 1등을 차지한 사람들의 수익률이다. 강세장에서 이런 수익을 올린 사람도 있지만 하락장에서도 수백 %의 수익률을 올린 사람들이 등장한다.

전업 투자자 성 아무개씨는 “증권사 수익률 대회에서 우승하려면 가치 투자는 불가능하다. 수백 %의 수익률은 초단타 매매나 데이트레이딩을 해야만 가능한 수치인데 이것은 개인 투자자들에게 달리고 있는 위험한 말에 올라타는 법만 가르치는 꼴이다”라고 잘라 말했다. 전업 투자자나 개인 투자자들이 기술적 분석에만 눈을 돌리도록 하는 데 증권사의 책임이 크다는 지적이었다.

증권사들은 수익률 대회의 당근으로 거액의 상금을 제시한다. 지난해 12월17일부터 올해 2월15일까지 실전 수익률 대회를 주최한 ㅅ증권사의 경우 볼보 V50, 닷지 칼리버 등 외제차와 상품을 포함해 총상금 1억6천여 만원 상당을 내걸었다. 현재 대다수 증권사들은 실전투자 수익률 대회를 개최하고 있으며 참여하는 개인도 보통 2천여 명에 이른다.

이처럼 증권사들이 앞다투어 수익률 대회를 여는 이유는 신규 고객을 유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회에 참가하는 사람은 당연히 해당 증권사에 계좌를 개설해야 한다.

하지만 실제적인 이익은 따로 있다. 수수료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등수를 위해서 단타를 치게 되면 매매 회전율이 높아지고 회사 입장에서는 수수료 수익이 늘어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한 수익률 대회에 참가했던 전업 투자자 김 아무개씨는 “대회 종료 2주를 남겨놓고 상위권을 달리고 있어서 1등을 하기 위해 하루에 20번 이상 매매를 하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그가 대회 기간인 두 달 동안 기록한 매매는 약 6백여 건에 달했다. “어느 정도 주식 공부가 된 사람이어야 단타도 잘 칠 수 있다. 수익률 대회가 일반 개인 투자자들이나 전업 투자자들에게 단타의 광고창이 되는 것은 문제다.” 하지만 그런 사람이 우리 주식 시장에는 여전히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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