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 펀드, 신바람 ‘삼바 축제’
  • 정은호 (제로인투자자문 대표) ()
  • 승인 2008.05.20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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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 부국’ 브라질이 상승 주도…러시아 등 자원 중심의 동유럽에도 승산

ⓒ로이터
지난 3월17일 코스피 지수가 장중 1천5백37포인트(종가기준 1천5백74포인트)로 바닥을 찍은 이후 국내 주식시장의 상승이 거침없다. 1천8백50선에 대한 지지를 확인하는가 싶더니 5월15일 현재 장중 1천8백70을 넘어섰다. 두 달 만에 3백 포인트 가까이 올랐으며 수익률은 18.8%나 된다. 당분간 1천5백대의 지수를 구경할 수 없을지 모른다는 필자의 판단이 맞았다. 단기간에 너무 많이 오른 것 같아 조정을 기다리던 투자자들은 다시 조급해지기 쉬운 상황이다. 그러나 아직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설정액이 가장 큰 국내주식형 펀드들의 수익률은 ‘한국삼성그룹적립식주식 1Class A’를 제외하고는 올해 들어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증시가 최고점이던 지난해 10월 말에 가입한 고객들은 6개월 수익률이 플러스인 펀드가 ‘한국밸류10년투자주식 1’ 밖에 없어 원금 회복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그래도 올해에만 30% 이상 주가가 하락한 중국보다는 훨씬 낫다는 데서 위안을 삼아야 할 것 같다. 최근 중국 시장이 과도하게 하락했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중국 쪽으로 자금이 쏠리는 현상이 다시 나타나는 것 같다.

그러나 이미 파티는 우리나라, 중국, 동남아가 아닌 멀리 남미 쪽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주요 지역별 펀드수익률을 보면 글로벌 이머징마켓 펀드와 남미 이머징마켓 펀드, 그중에서도 설정액은 크지 않지만 브라질 펀드들이 양호한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 주요 이머징마켓 펀드들의 수익률이 연초 이후 상승으로 반전한 가운데 브라질 펀드들은 올해에만 18.54% 수익률로 놀라운 실적을 보이고 있다. 특히 최근 1개월에만 16%의 수익률을 보여 투자자를 기쁘게 하고 있다.

‘고공 비행’하는 원유가 주요 상승 동력

브릭스를 기준으로 하면 올해 들어 중국 펀드와 인도 펀드는 각각 -15.1%, -18.9%로 수익률이 저조한 편이지만 나머지 두 개 국가인 브라질과 러시아는 18.5%와 3.9%로 우수한 성적을 기록했다. 또한 브라질이 주축이 되는 남미 신흥 국가 주식 펀드도 연초 이후 수익률이 10.5%에 달하고 있으며, 1년을 기준으로는 지난해에 대박을 터뜨렸던 중국과 인도 펀드를 웃돌고 있다. 결국 최근 이머징마켓의 추이는 1분기까지 급락했던 일부 이머징 국가들의 회복세 이외에 브라질과 러시아라는 거대 시장이 상승을 주도하고 있는 형국이다. 따라서 이 두 국가에 대한 투자 비중에 따라 지역별 펀드 간 수익률 차이가 발생하고 있다.

러시아와 브라질 주식시장의 가장 큰 상승 동력은 역시 원자재다. 현재 전세계는 인플레와 전쟁을 치르고 있다. 우선 미국에서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올 하반기에는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는 수그러드는 대신 인플레이션, 최악의 경우 스태그플레이션이 더 걱정인 시기가 오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메릴린치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미국 펀드매니저 중 설문에 응한 응답자의 25%는 향후 1년간 세계적으로 석유류 제품을 제외한 근원 인플레이션(core inflation)이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연일 고공 비행을 하고 있는 원유에다가 기타 원자재까지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증권사들이 올해 우리나라 증시가 2천2백~2천3백까지는 돌파할 것이라면서도 유가를 포함한 원자재 가격 상승을 가장 큰 걸림돌로 꼽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유가가 배럴당 2백 달러도 가능하다는 얘기가 나올 때마다 우리는 설마 하며 가슴을 쓸어내리지만 러시아와 브라질은 신이 난다.

최근 러시아 증시의 급속한 상승도 유가의 영향을 상당히 크게 받은 것이다. 브라질은 널리 알려진 자원 부국이다. 중국은 이미 인플레이션과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고, 2007년 10월까지 1천 포인트를 넘던 베트남 호치민 지수는 이미 인플레이션에 덜미를 잡혀 5백선 이하로 밀려난 상황이다. 적어도 올 한 해 원유나 원자재 가격이 급속히 하락하지 않는다면, 브라질을 중심으로 한 남미 지역과 러시아를 포함한 자원 중심의 동유럽은 승산이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더구나 브라질은 최근 국가 신용등급 상승이라는 호재까지 겹쳐 근래에 보기 드문 호황을 누리고 있다. 브라질에 투자하는 펀드들은 이미 20여 개 정도가 판매되고 있다. 최근 수익률이 우수한 펀드로는 ‘미래에셋브라질업종대표주식형’ ‘JP모간브라질주식종류형자A’ ‘산은삼바브라질주식형’이 있으며, ‘KB브라질주식형’ ‘신한BNP봉쥬르브라질주식’도 착실한 성적을 보이고 있다.

문제는 이 파티에 참가할 것인가다. 많은 사람들이 중국 시장이 성장 가능성에 비해 과도하게 하락했기 때문에 매력적이라고 판단한다. 동시에 원자재 가격이 당분간은 상승하거나 높은 수준에서 유지될 것이기 때문에 브라질 펀드도 유망하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중국 증시가 상승하기 위해서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줄어들어야 한다. 지난 한 해 동안 중국 정부가 지속적으로 증시의 발목을 잡았던 것도 인플레이션 때문이었다. 반대로 브라질을 포함한 남미의 펀드는 원자재 가격이 상승해야 수익률이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두 곳이 모두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면서 서로 상반된 잣대를 들이댄다면 그 기준은 합리적이라고 볼 수 없다. 중국 펀드를 보유하고 있다면 그 절반 정도의 비중은 남미 펀드에 투자하는 것을 권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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