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밀린 숙제’ 잘 끝낼 수 있을까
  • 안성모 (asm@sisapress.com)
  • 승인 2008.06.03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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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 제안으로 ‘점화’ / 6당 원내대표 모여 ‘18대에 논의’ 합의

헌법 개정은 18대 국회가 풀어야 할 핵심 과제 중 하나다. 1987년 민주 항쟁의 산물인 현행 헌법은 대통령 직선제를 골자로 한 ‘민주 헌법’이지만 20여 년의 세월이 흐른 만큼 ‘시대정신’에 맞도록 손질할 때가 되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특히 대통령 5년 단임제가 현실 정치에서 보여준 ‘한계’는 개헌의 필요성을 높였다.
지난해 초 노무현 대통령이 이른바 ‘원 포인트 개헌’을 제안하면서 내세운 명분도 ‘안정적 국정 운영’에 있었다. 대통령 4년 중임제를 통해 책임 정치를 구현하고 정부 정책의 연속성을 높여야 한다는 논리였다. 대통령과 국회의원 임기를 맞추는 방안도 선거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한편 정부와 국회의 갈등 요소를 줄이자는 데 있었다.

하지만 당시 노대통령의 개헌 추진은 한나라당을 비롯한 야당으로부터 정략적이라는 비난을 받으면서 제동이 걸렸다. 대통령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개헌은 시기적으로 맞지 않다는 지적이었다. 국회 파행 사태로 치달았던 ‘개헌 정국’은 결국 여야 6당 원내대표가 모여 ‘18대 국회 초반 개헌 논의에 착수한다’라고 약속하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이에 따라 18대 국회에서 개헌 논의는 ‘밀린 숙제’와도 같다. 18대 국회 첫 의원연구모임이 ‘일류국가 헌법연구회’인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모임은 국회에서 개헌 논의를 공론화하자는 취지로 구성되었다. 지난 4월19일 국회도서관에서 첫 번째 정책 세미나를 개최해 권력 구조 개편은 물론 기본권 보장과 통일을 대비한 개헌 방향에 대한 논의에 돌입했다.

지난 5월19일 국회에서 열린 ‘일류국가를 위한 헌법 개정의 방향과 과제’ 세미나에서 참가자들이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다.


국회 헌법 연구회에 여야 의원 50여 명이 참여 의사 밝혀

연구회 공동 발기인인 한나라당 이주영 의원은 “18대 국회에서 통합민주당 이낙연 의원, 자유선진당 이상민 의원과 함께 여야를 초월한 헌법연구회를 만들어 개헌 논의의 구심체가 되겠다”라고 밝혔다. 이의원에 따르면 이미 여야 의원 50여 명이 모임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올 정도로 개헌에 대한 관심이 높다.

학계와 시민사회에서도 개헌 논의가 재점화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헌법학자들의 모임인 한국헌법학회는 이미 2006년 말 대통령 4년 중임제, 부통령제 도입, 결선투표제 등을 담은 헌법 개정안을 내놓은 바 있다. 학회 부회장을 맡고 있는 김상겸 동국대 법대 교수는 “오랫동안 헌법 개정에 대한 연구가 있었기 때문에 이론적 근거는 이미 마련되어 있다”라고 밝혔다.

물론 개헌 논의가 순탄하게 진행되지만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정치권은 물론 사회 각계각층의 요구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구체적 내용을 놓고 격론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예전처럼 권력자의 일방 통행이 아니라 국민적 합의 속에서 개헌이 이루어져야 하는 만큼 상당 기간 여론 수렴 과정이 필요하다. 김교수는 “국민 여론을 어떻게 합리적으로 수용해 개정되는 헌법에 반영하느냐가 관건이다. 이해관계가 첨예해 어려움이 따르겠지만 민주적 절차를 밟아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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