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 가면 북한 주민 대량 아사 발생한다”
  • 소종섭 김회권 (kumkang@sisapress.com)
  • 승인 2008.06.03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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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벗들’ 이사장 법륜 스님 인터뷰 / “식량 지원, 하루가 급하다”

▲ ⓒ시사저널 황문성
굶은 지 5일째다. 표정은 밝았지만 마음은 어두워보였다. 굶어죽는 북한 동포들을 생각하며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실천하기 위해 단식을 시작한 ‘좋은 벗들’ 이사장 법륜 스님. 북한의 식량난이 심각하기 때문에 조건 없이 즉각 식량을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그가 북한 동포를 돕는 일에 뛰어든 지는 올해로 12년째다. 최근 정부와 언론에 북한의 식량난 실태를 알리며 도움을 호소해 주목된 법륜 스님은 “시간이 없다”라며 정부가 빨리 북한을 돕는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님은 할 말이 많았다. 서울 서초동 ‘좋은 벗들’ 사무실에서 이루어진 인터뷰는 예정 시간을 훨씬 넘겨 1시간50분 동안 진행되었다.

어떻게 북한 돕기에 나서게 되었는지 계기가 궁금하다.

1995년에 북한에 큰 홍수가 났다. 고구려와 발해 유적지, 독립운동 유적지 등을 둘러보러 중국에 갔었는데, 안내하던 조선족이 ‘북한이 식량난 때문에 매우 어렵다. 굶어죽는 경우도 있다’라고 했다. 나는 ‘거짓말 말라’라고 했다.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되었고, 괜히 북한에 대해 그릇된 생각을 갖고 그렇게 말하는 것이 아닌가 하고 의심했다. 그때는 귀담아 듣지 않고 흘렸다.

1996년에 다시 갔을 때 어려운 인도 어린이들을 돕는 사진을 가지고 가 그 조선족에게 보여주었다. ‘이렇게 헐벗고 힘들게 사는 아이들을 먼저 도와야지 같은 민족이니 먼저 도와야 한다는 그런 자세를 버려야 한다’라고 했더니 ‘북한이 여기보다 더 힘들다. 인도는 굶어죽는 사람은 없지 않느냐’라고 했다. 그러면서 ‘뭐라고 하면 믿겠냐’라면서 나를 배에 태워 압록강변의 북한 연안을 보게 했다. 아이들이 놀고 있었는데,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 안내하던 조선족이 ‘조선 아이들은 구걸할 자유도 없다’라고 했다. 눈물이 나왔다. 그때야 그의 말이 내 마음에 들렸다.


요즘 북한 상황은 어떤가?

올해 초부터 죽을 끓여먹고 있다. 3월부터 식량 가격이 폭등했다. 이번에는 도시가 아니라 농촌부터 어렵다. 과거와 달리 황해도 지역의 농촌이 어렵다. 그래서 지난 4월15일에 대량으로 굶어죽는 사태가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대북 인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세미나도 열고 주한 미국대사관 직원들에게도 호소했다.

그래도 그때까지는 사망 소식은 없었다. 그런데 4월 초에 고아원·양로원 등 취약 시설에서 굶어죽은 사람이 나왔다. 4월 말 평안남도 양덕에서 제일 먼저 사망 소식이 들어왔다. 5월 첫째 주에는 황해도 사리원에서, 둘째 주에는 황해남도 전역에서 굶어죽는 사람이 발생했다. 평양을 제외한 북한 전역이 난리다.


어느 정도로 심각한가?

우리로 치면 읍·면·동에서 하루 평균 한두 명씩 굶어죽고 있다. 이 정도 가지고는 소문도 안 난다. 도시는 사람들이 오가니까 금방 소문이 나는데 이번에는 농촌이 심각하니 소문도 안 난다. 옥수수 껍질로 죽을 끓여 먹다가 소화불량에 걸려 장이 파열되어 죽어나가는 사람도 있다.


굶어죽는 사람이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우선 수해를 입었다. 외부 지원도 끊겼다. 중국이 곡물 수출을 중단했다. 국제 식량 가격이 폭등하면서 북한 정부의 곡물 수입량이 줄었다. 지난해 식량난을 겪으며 비축미를 풀었는데 다시 채우지 못한 것도 원인이다. 이런 일이 한꺼번에 겹쳐 굶어죽는 사태가 일어났다. 이대로 내버려두면 대량으로 굶어주는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


믿을 만한 정보인가?

북한 현지에서 들어온 정보다. 밑바닥 소식이다. 그만큼 북한 사회가 변했다. 1998년에 북한 주민 1천8백명을 인터뷰해서 ‘북한에서 3백만명이 굶어죽었다’라고 했을 때 사람들이 비판했다. 하지만 그 뒤 사실로 인정되고 있다. 2006년 대홍수가 발생했을 때도 사망자가 많이 있다고 했는데 다들 아니라고 했다. 나중에 사실로 드러났다. 북한에서는 우리 상상을 초월하는 일들이 일어나기 때문에 초기에 발표하면 정확한 정보에 바탕한 것이라도 믿기가 어렵다. 북한 정부가 제대로 파악을 못하는 경우가 있고 정보를 통제하고 있다.


어떻게 해야 하나?

조건 없이 식량을 지원해야 한다. 지금은 한 동네에 한두 명이 죽지만 시간이 지나면 한꺼번에 죽을 수 있다. 6~7월에 대비한 긴급한 대책이 필요하다. 조건 없이, 인도적인 차원에서 이웃이라고 생각하고 지원해야 한다. 미국도 사람이 굶어죽는다니까 식량을 지원하지 않나. 정치적인 힘겨루기를 하는 동안 사람이 죽어나가고 있다. 일단 사람이 죽는 문제는 도와주고 난 뒤에 싸울 것은 싸워야 한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북한 상황이 ‘그럭저럭 버틸 만하다’라고 했던데. 판단이 다른 것 같다.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북한 주민을 보는 것이 아니라 북한 지도부를 보는 것이다. 북한 정부는 그럭저럭 버틸 것이다. 2천만 북한 동포에게 벌어지는 사건인데 모른다고 하면 정보기관으로서 직무 유기를 하는 셈이다. 의도적으로 북한에 지원하고 싶지 않기 때문에 외면할 수도 있다. 하지만 북한 동포가 굶어죽는다는데, 외면하면 어떻게 나라에 대한 자긍심을 가질 수 있겠나. 현실을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 정보가 없다면 정보를 확인해야 한다. 그런데 아무도 확인을 요구하는 사람이 없다.


이런 문제와 관련해 최근 정부 당국자와 논의한 적이 있나?

나도 만나보고 주위 지인들도 만나 보았다. 언론에 알려진 것보다 더 강경한 것 같다. 북한에 대한 정치적 견해가 있더라도 일단 사람이 죽어가면 살려야 한다. 우선 식량과 약을 주어야 한다. 진보와 보수의 문제가 아니다. 혹시 반북 입장을 갖고 있다고 해도 정치적인 반북이지 주민들에 대한 반북이 아니지 않나. 북한에서도 주민들은 피해자다. 그들은 구호해야 할 대상이지 비판의 대상이 아니다.


현 정부는 ‘북한이 도움을 요청하면 식량을 주겠다’라는 입장을 갖고 있지 않나.

남북 관계가 좋았을 때도 물밑에서 다 주기로 약속한 뒤에 북한은 공식 석상에서 낮은 목소리로 지원해주었으면 좋겠다고 마지못해 말했다. 그런데 북한을 길들이겠다고 공개적으로 말해놓고 북측이 어려우니까 도와달라고 말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두 가지 중 하나다. 너무 모르거나, 너무 좋게 생각하거나. 그런 소리를 들으면 “당신들은 북한 지도부를 너무 좋게 생각한다. 나보고 친북이라더니 당신들이 친북 아니냐”라고 말한다.

또, 북한에 큰 사건이 나면 도움을 주겠다고 하는데 그것은 8월까지 기다려야 된다. 홍수가 나면 눈에 확 보이는 사건이니까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럼 그때까지 아무 대책 없이 기다려야 하나. 이런 식이면 수십 만명이 굶어죽는 일을 막을 방법이 없다.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호소했지만 나도 달리 방법이 없으니 같이 굶는 소극적인 방법을 쓰고 있다.


북한에 당장 어느 정도 식량이 지원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나?

6~7월 60일이 문제다. 미국의 지원 식량이 도착하기까지는 빨라도 두 달 정도 걸릴 것이다. 60만t 정도가 필요하다고 보여지는데 일단 3분의 1 정도인 20만t 정도라도 있으면 죽이라도 끓여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군인들까지 영농 작업에 동원되고 있다는 소식이 있다.

농민들이 농사일을 못하고 있다. 동원이 안 된다. 영양 상태가 좋지 않으니 누워 있거나 살기 위해 풀을 뜯으러 나간다. 사상 교양을 해도 안 되어 보안원이 가서 강제로 끌고 나와도 안 된다고 한다. 비료도 농자재도 없다. 그러니 군인이 나올 수밖에 없다. 요즘은 도시에서 동원하는 학생들의 경우도 식량을 가져가야 한다. 김책제철소 노동자들이 식량이 없어서 일을 하러 못 갈 정도면 고아원 같은 곳은 제대로 식량 지원이 되었겠나. 김책제철소만 해도 벌써 3개월째 보급이 안 되고 있다. 김정일 위원장이 5월14일 길주에 가서 ‘인민의 먹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절박하다’라고 발언했다. 이런 정도면 심각한 것이다. 그런 말이 북한 중앙방송에 보도되었다는 자체가 북한의 식량난이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앞으로 어떻게 할 계획인가?

종교인이기 때문에 우선 같이 굶으며 아픔을 함께 해나갈 것이다. 아픔을 나누어야 고통을 잊지 않고 계속해나갈 수 있다. 배부르면 마음으로부터 우러나오는 소리가 아니고 학자들이 학문 통계를 내듯이 되지 않겠나. 또, 북한의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람의 힘을 넘어서는 그런 것이 필요한 것 같아 간절히 기도하고 있다. 종교 단체와 구호 단체가 마음을 모아 식량 1만t 정도는 보낼 계획이다. 하지만 이런 방법이 식량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 정부가 인도적으로 지원을 해야 한다. 식량 문제와 질병 문제는 시간을 다투는 일이다. 바로 조치가 취해져야지 두세 달 있다가 해결하려고 하면 다 죽을 것 아닌가. 중국 쪽으로 해서 비공식적으로 식량을 지원할 것이다. 북한 정부는 굶어 죽는 것이 드러나는 것은 싫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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