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에도 수퍼맨이 있다
  • 김진령 (jy@sisapress.com)
  • 승인 2008.06.03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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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퍼 디자이너 제도’ 도입한 LG전자, 2년마다 선발해 파격 대우…초콜릿폰 디자인 성과
수퍼 디자이너에 선정된 LG전자 디자이너들(왼쪽)과 비너스폰(오른쪽).

LG전자는 몇 년 전부터 에어컨이나 냉장고 등 백색가전에 꽃그림이나 명화 등을 그려 넣는 사고의 전환을 이루어냈다. 꽃그림과 명화가 주효한 때문인지 최근 LG전자는 국내 가전 시장에서 넘버원으로 불리고 있다.
그래서일까. LG전자는 지난 2006년 2월부터 정식으로 ‘디자인 경영’을 선언했다. 구본무 회장은 입을 열었다 하면 “21세기 기업 경쟁력은 디자인에 있다”라고 강조하고 있다.

LG전자의 디자인 경영은 디자이너에 대한 대접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지난 2006년 12월 ‘수퍼 디자이너 제도’를 도입했다.

수퍼 디자이너는 2년마다 성과에 따라 평가받는데 한시직으로 최고의 명예와 함께 임원급 이상의 파격적 혜택이 주어진다. 선발 대상은 임원급 이하의 직원이다.

최고의 디자이너 명예에 임원급 대우

1차 수퍼 디자이너에는 차강희 책임연구원과 박세라 책임연구원이 뽑혔다.

차연구원은 전세계적으로 7백만대 이상이 팔리며 LG 휴대전화의 경쟁력을 새롭게 부각시킨 초콜릿폰 디자인을 개발했다. 박연구원은 곡선형 디자인 모니터인 ‘이글 아이’ 시리즈를 내놓았다. 초콜릿폰의 경우 세계 휴대전화 시장에서 저가도 아니고 고가도 아닌 어정쩡한 LG휴대전화를 ‘첨단 고가폰’이라는 이미지로 인식시키는 역할을 했다. 이어 터져나온 샤인폰, 프라다폰 등의 성공 덕분에 LG전자는 세계 휴대전화 4위 업체로 발돋움했다.

지난 5월 중순 선정된 2차 수퍼 디자이너 3명도 돌풍을 일으켰다. 북미 시장에서 인기를 끈 트롬세탁기를 디자인한 성재석 책임연구원, 휴대전화 메뉴 부분에 터치스크린 기능을 적용한 비너스폰을 디자인한 김영호 책임연구원, 샴페인잔을 닮은 홈시어터 스피커 디자인을 내놓은 배세환 책임연구원이 그들이다. 이 중 성연구원은 차장급 연구원으로 처음 수퍼 디자이너에 뽑혔다.

수퍼 디자이너에 뽑히면 최고의 디자이너라는 명예뿐 아니라 임원 수준의 획기적인 보상과 처우가 따라 붙는다.

첫 회 수상자인 차연구원은 상무로 승진했는데, 이는 무척 예외적인 경우라는 것이 LG전자측의 설명이다. 수퍼 디자이너는 수직 이동의 진급에 의미를 부여하기보다는 명예를 얻고 디자인과 관련된 주요 의사 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등 디자이너로서의 역량을 한껏 발휘할 기회를 갖게 되는 것이다.

LG가 이렇게 디자인 분야를 강화하면서 가장 빛을 본 분야는 휴대전화다. 세계 시장 점유율도 늘어났지만 국내 시장에서도 첨단 폰이라는 인식을 강하게 심어주었다. 물론 시장 점유율은 여전히 삼성전자의 애니콜에 뒤지지만 지난해부터 터치스크린 기능이나 5백만 화소 경쟁, 최근의 인터넷 풀브라우징 구현에서 차츰 앞서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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