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설이지 말고 넘어가지 말고 기다리면 된다
  • 원연식 (재테크 컨설턴트) ()
  • 승인 2008.06.10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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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카드 전환사채로 대박 난 ㄱ씨 사례/주식보다 안전한 채권 투자로 70% 수익

투자를 할 때 항상 결정하기 힘든 것은 투자 원금 손실에 대한 두려움을 어떻게 극복하느냐다. 대다수 사람들은 주식시장 또는 주식과 관련된 펀드에서 수익이 많이 났다고 좋아한다. 그러나 주식보다는 안전하고 수익률은 좀 떨어지지만, 위험이 낮은 채권을 선호하는 사람들도 있다.
다음은 위험을 기회로 삼아 채권 투자를 통해서 주식 투자만큼 많은 수익을 보았던 투자자 ㄱ씨의 경험담이다.

채권 투자는 은행 금리보다 조금 더 높은 수익을 바라는 거액 투자자들이 선호한다.
외환위기 때 채권 투자는 많은 수익을 볼 수 있었다. 물론 주식시장에서 수익을 많이 낸 투자자도 있지만 채권 시장은 상대적으로 위험이 덜하면서 수익을 낼 수 있었다. 하지만 2000년 이후에 금리 하락 기조가 이어지면서 더 이상 채권에서 수익을 보기는 어렵다는 생각이 많이 퍼졌다. 주로 명동 일대의 금융기관에서 채권시장에 대한 정보를 얻고 있었는데, 괜찮은 채권을 구하기가 어렵게 되었다.

2003년에 증권사에서는 주식시장이 좋아질 것이라며 주식 매수를 권했다. 그러나 나는 주식시장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아서 시장의 흐름만 알 정도로 아주 조금만 주식에 투자했다. 그해 하반기부터 카드 신용 불안으로 인한 금융기관 위기가 서서히 나타났다. 내가 주식보다는 채권을 선호하는 것을 알고 있는 증권사 직원이 그때 LG카드 전환사채 매입을 권해왔다. LG카드 주식은 이미 감자를 통해 주주들이 많은 손해를 보고 있었고,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고 있는 전환사채 또한 주식 가격의 영향과 자금 위기의 영향을 받아서 점차 하락하고 있었다.

채권 매매는 보통 증권사 창구를 통해서 하곤 했었는데, 증권사 직원이 채권도 채권거래소 시장에서 매매할 수 있으므로 사이버매매를 통해서 주식처럼 실시간 매매가 가능하다고 알려주었다. 궁금해서 LG카드 전환사채를 거래소 시장에서 살펴보니 계속 값이 내려가고 있었다.

당시 카드 대란에서 은행계열 카드사는 은행과의 합병을 통해서 위기를 벗어날 수 있었지만, 비은행계 카드사는 대주주의 증자 없이는 지탱하기 어려웠다. 삼성카드는 발 빠르게 전환사채 발행을 통해서 자기 자본을 확충한다고 발표했다. 삼성카드는 전환사채의 수익성과 환금성을 보장하며, 제시된 기간 내에 상장이 되지 못하면 추가적인 채권 수익(만기보장수익률)을 보전해주는 전략을 통해서 성공리에 전환사채를 발행할 수 있었다. 위의 오른쪽 그래프가 삼성카드 전환사채 가격 그래프인데, 단기간의 시장 충격 후 안정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서울 명동의 한 채권 매매 업소.
6천원에 사들여 1만1천원에 팔아 2억3천만원 벌어

삼성카드와는 달리 이미 주식시장에 상장되어 있었던 LG카드는 LG그룹에서 증자할 때 (주)LG가 지주회사라서 대주주 지분을 초과하는 지원을 하지 못해 경영권을 포기했다. 결국 LG카드는 은행권 채권단에서 감자를 통해 주식 가치를 하락시키고 자금 지원을 통해 회생하는 방법을 택하게 되었다. 이 기간 중에 기존에 발행했던 LG카드 전환사채의 가치는 급격히 떨어져서 본래 가치보다 하락하는 현상이 발생했다. 채권 발행 가격은 1만원이고 이자와 전환 프리미엄을 감안하면 1만원보다는 높은 가격이 정상인데, 채권단 관리에 들어가면서 6천원 수준까지 떨어졌다. 40% 이상 떨어진 것이다(그래프 참조).

증권사 직원을 통해 듣고 신문에 난 사실을 근거로 내용을 정리해보니, 위험은 아직 남아 있지만 정부에서 카드회사의 위기 상황을 그냥 방치하리라고 생각되지 않았다. 1~2년 뒤에 카드사가 정상으로 돌아가면, 채권의 가치는 당연히 정상으로 돌아가서 1만원이 넘어서리라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1차적으로 2004년 초에 6천원대에서 사들였고, 추가적으로 하락할 때마다 조금씩 사다 보니, 어느새 액면 기준으로 5억원까지 투자하게 되었고 실투자 금액은 3억2천만원 정도가 되었다. 중간에 시장이 많이 흔들리면서, 잘못 판단한 것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들어 약간의 수익을 보고 매도할까 하는 유혹이 많았지만, LG카드 전환사채를 매입할 당시의 판단이 맞을 것이라는 생각에 1만원이 될 때까지 기다렸다.

1년이 지난 2005년이 되니 주식시장이 좋아지고 LG카드 또한 정상화되면서 채권의 가격은 애초 생각대로 1만원을 넘어서게 되었는데, 이 시점에서 다시 한 번 채권 매매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 시점에서 주식으로의 전환은 LG카드가 감자를 통해 주당 60만원이 훨씬 넘는 돈을 내야 했기에 불가능해 보였다. 주식으로의 전환을 포기하고 단순히 채권으로서 만기 보장 수익을 감안하면 1만1천원대의 가격이 정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채권을 팔고 다른 채권으로 투자할 만한 가치가 별로 없어서 조금 더 들고 있으면, 지금보다 10% 정도(1만원에서 1만1천원) 추가 수익이 예상되어 1만1천원이 넘어서는 선에서 팔겠다고 마음을 바꿨다. 그해 여름에 다 처분해 약 5억5천만원을 손에 쥐게 되었다. 약 2억3천만원 정도의 이익이 난 셈이다. 1년 반 사이에 70% 정도의 수익이 났으니 채권으로도 주식처럼 대박을 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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