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스 떨어져 쫓겨나간 김병현
  • 정철우 (이데일리 기자) ()
  • 승인 2008.06.10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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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 투구’에 헷갈리는 선수들

류현진이나 이재우가 김재박 감독의 지적을 받았던 이유는 부정 투구로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야구 규약은 ‘투수가 공을 던지는 팔에는 다른 물건을 부착할 수 없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넓게 해석하면 류현진의 테이핑이나 이재우의 고글 역시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이 규정은 맹점을 갖고 있다. 투구에 직접 영향을 미치지 않은 부분까지도 문제 삼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류현진이나 이재우의 경우 타자의 타격에 직접적인 방해가 되는 것은 아니었다.

지난 1999년 당시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소속이던 김병현도 비슷한 경우로 퇴장을 당한 바 있다. 그해 10월 시카고 컵스전에 등판한 김병현은 투구 도중 어깨 부분에 붙였던 파스가 유니폼 밖으로 튀어나와 퇴장 명령을 받았다. 당시 메이저리그측에서도 적잖이 당황한 사건이었다. 붙이는 파스는 미국에서 별로 쓰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뭔가 처음 보는 물체가 갑자기 튀어나오니 주변 사람들이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김병현의 어깨에 있던 파스가 타자에게 방해가 될 리 만무했다. 투구에 직접적인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다. 다만, 규정을 확대 해석해서 문제가 되었을 뿐이다.

원래 투수의 부정 투구는 1918년 이후 금지되어 왔다. 당시만 해도 공에 침 혹은 바세린을 바르거나 심지어 공을 사포로 흠집 낸 뒤 던지는 투수들이 많았다. 그러나 극심한 투고타저(투수들이 유리하고 타자들이 불리한 현상) 현상을 겪게 되자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부정 투구를 금지하는 규정을 만들어 지금까지 적용하고 있다.

부정 투구는 당연히 제지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투구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모든 부분을 규제하다 보니 그 폭이 너무 넓어졌다. 이에 KBO는 이 규정을 좀더 탄력적으로 적용하기로 한 것이다. 투수가 이물질을 몸에 붙이거나 지니고 있을 경우에 퇴장시킨다는 야구 규칙을 완화하면 선수들이 흔히 걸치는 목걸이도 허용된다. 그동안 필요 이상으로 투수들을 옥죄던 조항이 이제 해금을 맞게 된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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