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나를 좀 내버려 둬
  • 이재현 (yjh9208@sisapress.com)
  • 승인 2008.06.10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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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얼굴을 가진 사나이의 분노…누가 그를 괴물로 만들었나

감독 :  루이스 리테리어  |  주연 :  에드워드 노튼, 리브 타일러, 팀 로스
한국 영화가 죽을 쑤고 있다. 6월6일 현재 티켓링크의 예매 순위를 보면 1위에서 10위까지 10개의 상영작 중 <걸스카우트>가 6위에 올라 있는 것이 고작이다. 나머지 9편을 외국 영화가 싹쓸이하고 있는 것이다. 6월5일 개봉한 <걸스카우트>의 운명도 10위권 밖으로 밀려나는 것은 시간 문제로 보인다. 예매율 1위부터 꼽아
<쿵푸 팬더> <인디아나존스 4> <섹스 앤 더 시티> <나니아 연대기 2> <아이언 맨> 같은 흥행작들이 즐비하기 때문이다.

한국 영화는 왜 외국 영화와 경쟁 상대가 되지 않을까. 선택과 집중이 문제다. 죽도 아니고 밥도 아닌 어중간한, 최소한 제작비는 건져야 하는 영화를 만들자니 웃기지도 않고 울리지도 못하는 영화를 만드는 것이다. 제작 발표회에 가면 감독이나 배우들은 기자들을 향해 이렇게 말한다. “제발 잘 좀 써달라” “한국 영화를 살려달라”라고. 하지만 죽도 밥도 아닌 영화를 누가 볼 것인가.


킹콩과 아이언 맨, 헐크를 만나다

<헐크>가 5년 만에 또 왔다. 할리우드가 존경스러운 이유는 죽이면 죽, 밥이면 밥을 정확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저들은 결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법이 없다. 만화로 출발해서 TV 드라마로 방영되다 영화화된 <헐크>는 철저하게 재미를 좇는 영화다. 아이와 어른이 같이 볼 수 있는 만화 같은 영화는 줄거리가 단순하고 늘 권선징악을 다룬다.

브루스 배너 박사(에드워드 노튼 분)는 브라질에 숨어 지내며 공장에 다니고 있다. 그는 틈틈이 인터넷을 통해 자신의 증상을 한 대학교의 생물학자와 의논한다. 심장 박동이 올라가면 헐크로 변하는 자신을 정상인으로 돌리기 위한 필사의 노력이다. 그러던 어느 날, 공장에서 피를 흘리고 그 피가 음료수 병에 들어가면서 브루스를 쫓는 정부군이 그의 은신처를 알아낸다. 브루스는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 사랑하는 연인 베티(리브 타일러 분)의 도움으로 치료제를 찾아 헤매지만 번번이 그를 쫓는 정부군의 방해에 막혀 수포로 돌아간다.

분노가 치밀 때마다 헐크로 변하는 브루스는 물론 CG다. 키 2m20cm의 이 괴물은 때로는 킹콩처럼 베티를 보호하고, 아이언 맨처럼 악당들을 무찌른다. 영화를 보고 있으면 킹콩과 아이언 맨이 헐크를 뒤집어쓰고 나온 느낌이 든다. 특수요원 에밀 블론스키(팀 로스 분)가 스스로 제2의 헐크가 되어 브루스와 대결을 벌이는 장면도 아이언 맨과 닮았다. 그럼에도 <헐크>의 미덕은 최소한의 재미는 있다는 것이다. 욕을 먹든 말든 할리우드는 개의치 않는다. 재미있으면 그만이고 돈만 벌면 그만이다. 관객들도 마찬가지다. 한국 영화를 살리기 위해 국산 영화를 보는 관객은 없다. 한국 영화 살려달라고 하기 전에 한국 관객 좀 살려달라. 6월12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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