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태영ᆞ김대은 투 톱, ‘금밭 착지’ 부푼 꿈
  • 기영노 (스포츠 평론가) ()
  • 승인 2008.06.17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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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체조 대표팀, 미국의 강력한 경쟁 상대로 떠올라…베이징올림픽 평행봉에서 첫 금메달 기대

▲ 2008년 베이징올림픽 체조 대표팀 김대은(왼쪽), 양태영(오른쪽)선수가 자세를 바로 잡는 훈련을 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미국 최대 공중파 방송사인 NBC가 지난 6월3일 태릉선수촌을 방문했다. 찾은 곳은 체조 선수들이 훈련을 하는 개선관. 이들은 한국 남자 기계체조 대표팀의 양태영(포스코건설)과 김대은(전남도청)을 인터뷰하고 이주형 남자대표팀 감독도 취재했다.


NBC는 미국 전역에 2008 베이징올림픽을 독점 중계하는 주관방송사다. 오는 8월 올림픽 기간 중 내보낼 체조 관련 프로그램 제작을 위해 한국에 온 것이다. 체조는 미국이 남녀 모두 금메달을 노리는 종목이다. 미국에서도 관심이 클 수밖에 없다.

올림픽 방송 중계 가운데 늘 시청률 상위를 기록하는 종목이기 때문에 방송사도 큰 관심을 보인다. NBC가 한국 대표팀의 훈련장과 간판 선수들의 훈련 모습을 담아간 것은 2004 아테네올림픽. 2007 독일세계선수권대회 등을 통해 금메달 실력을 보여준 한국 체조가 이번 베이징올림픽에서 미국의 강력한 경쟁 상대이자 메달 후보임을 입증한 셈이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 때 미국에 금메달 내줘

한국 체조는 1988년 서울올림픽(박종훈 도마 3위),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유옥렬 도마 3위),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여홍철 도마 2위)에서 메달을 땄지만 종목은 모두 도마였다. 그러던 중 지금 대표팀 감독인 이주형이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평행봉 2위, 철봉 3위를 차지해 한 대회 첫 두 개의 메달 획득으로 한국 체조계에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그리고 2004 아테네올림픽 평행봉에서 양태영이 미국의 폴 햄에게 억울하게 금메달을 내줘 동메달을 땄고, 김대은은 은메달을 차지했다.

체조는 기계체조와 리듬체조, 트램플린 등 크게 세 종류로 나뉘어 열린다. 기계체조에는 남녀 14개의 금메달이 걸려 있고, 리듬체조와 트램플린에는 단체전과 개인전 그리고 남녀 개인전 등 모두 4개의 금메달이 있다. 모두 18개의 금메달이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우리나라는 남자 체조와는 달리 리듬체조와 트램플린에서는 세계 정상과 너무나 떨어져 있어 메달을 기대하기 어렵다. 기계체조에서도 여자 종목은 세계 정상과 거리가 멀어 남자 종목에서만 메달을 바라볼 수 있다.

베이징올림픽 조 추첨 결과 한국은 남자 체조 단체전에서 독일, 루마니아, 벨로루시, 두 개의 혼합국가 그룹과 함께 3조에 편성되었다. 혼합국가 그룹은 올림픽단체전 자력 진출(12개국)을 이루지 못한 나라 선수들이 개인종합 출전을 위해 따로 팀을 만든 것이다. 1조에는 미국, 스페인, 세 개의 혼합국가 그룹 등 6팀이, 2조에는 강력한 우승 후보 중국과 일본, 러시아 등 6팀이 배정되었다.

베이징올림픽 조 편성은 두 가지 측면에서 한국에 유리하다. 단체전은 오전부터 시작되어 조 순서대로 마루운동-안마-링-도마-평행봉-철봉 등 6종목을 돌아가며 치른다. 1조에 편성된 나라들은 몸이 덜 풀린 아침부터 연기를 펼쳐야 하기에 좋은 점수를 기대하기 어렵다. 반면, 3조에 편성된 한국 대표팀은 오전에는 실전을 앞두고 마지막 훈련을 할 여유가 있다. 또, 몸이 완전히 풀린 저녁에 열려 실수할 가능성도 낮아지기에 높은 점수를 기대할 수 있다. 예선에서 강팀을 피하게 된 것도 대표팀의 목표 달성에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대표팀은 지난해 독일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중국, 일본, 독일, 미국 다음으로 5위를 차지했다. 이번 올림픽 예선에서는 독일과 8팀이 겨루는 결선 진출을 다툴 가능성이 크다. 루마니아는 지난해 세계 대회에서 8위, 벨로루시는 12위에 머물렀다. 당시 독일(2백73.525점)과 한국(2백69.950점)의 점수 차는 4점이 채 안 되었다. 독일이 홈 어드밴티지를 충분히 누린 결과였기에 아시아권에서 열리는 이번 대회는 양상이 다르게 전개되리라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세계 최강으로 손꼽히는 중국과 2004 아테네올림픽 금메달 팀 일본, 유럽 챔피언 러시아가 경쟁할 2조는 ‘죽음의 조’로 불려 어느 한 팀은 결선에 오르지 못하고 떨어져야 한다. 올림픽 체조 단체전 예선은 각 팀별로 등록 선수 6명 중 5명이 종목별로 출전해 가장 기록이 나쁜 선수의 성적을 제외한 네 명의 성적을 합산해 결선에 진출할 8팀을 추린다. 결선에서는 예선 성적 1-2위, 3-4위, 5-6위, 7-8위가 한 조로 6종목 연기를 벌이는 데 등록 선수 6명 중 3명이 출전하고, 그 성적이 그대로 합산 점수에 반영된다. 한국은 2004 아테네올림픽 단체전에서 4위에 오르며 국제 대회 사상 최고의 성적을 냈다. 이번에는 이를 뛰어 넘는 메달권 진입을 노린다.

무엇보다 한국 체조와 깊은 인연이 있는 종목이 평행봉이다. 대표팀 이주형 감독이 2000 시드니올림픽 은메달을 따냈고, 2004 아테네올림픽 때는 심판의 오심으로 양태영이 개인 종합 금메달을 놓친 바 있다. 국가 대표 선발전에서 1위를 차지한 양태영이 아테네의 설욕을 다짐하고 있고, 김대은도 지난해 세계선수권 평행봉 금메달의 상승세를 이어 가겠다는 각오다. 대표팀 내 ‘평행봉의 달인’으로 통하는 유원철(24·포스코건설)도 다크호스다. 이름값은 조금 떨어지지만 실력만은 세계 최고라는 평가다. 한국의 경쟁자들은 아테네올림픽에서 행운의 금메달을 딴 미국의 폴 햄이 아닌 개최국 중국 선수들이다. 중국 체조 간판은 양웨이다. 양웨이는 2006 세계선수권 평행봉 등 3관왕, 2007 세계선수권대회 2관왕에 올랐다.

중국과도 ‘백중세’…선수 모두 ‘메달 후보’

또한, 리샤오펑은 시드니올림픽 때 이주형 감독을 제치고 금메달을 따냈다. 특히 올림픽, 세계선수권, 월드컵 등에서 따낸 금메달 14개 중 평행봉에서만 6개를 따냈다. 한국과 중국의 2파전이 예상되는 가운데 감점에서 명암이 갈릴 전망이다. 지난해까지는 한국 선수들이 중국에 비해 스타트 밸류(시작 점수)가 0.2점 뒤졌으나 동계 훈련을 통해 이를 만회했다. 기술에서 백중세라면 결국, 실수에서 메달 색깔이 결정될 전망이다.

양태영, 김대은 외에 유원철(포스코건설), 김지훈(서울시청), 김승일(전남도청), 김수면(한국체대) 등까지 6명으로 구성된 한국 남자 체조는 이제 몇몇 선수가 아니라 단체·개인종합·종목별 경기 등 누가 어느 곳에서 메달을 건져낼지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모두가 메달 후보로 꼽힌다.

이주형 감독은 “올림픽 대표 6명이 우리가 예상하고 있던 멤버 그대로 선발되었다. 단체전은 동메달을 목표로 준비 중이다. 개인종합에서는 양태영에게 동메달 이상을 기대한다. 또 양태영이나 유원철, 김대은이 출전할 평행봉에서는 무난히 금메달을 딸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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