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좋은 ‘타짜’들이 떴다
  • 이재현 기자 (yjh9208@sisapress.com)
  • 승인 2008.06.17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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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T 수재들이 라스베이거스에서 벌이는 카드 카운팅


<인디아나 존스> <킹콩> 같은 액션 위주의 블록버스터들이 극장가를 휩쓸고 있는 와중에 모처럼 ‘머리’를 써가며 볼만한 영화가 하나 선을 보였다. <21>이 그것이다. 라스베이거스 카지노에서 큰 밑천 없이 머리만 굴려서 돈을 딴다는 얘기다. 우리가 아는 도박은 손재주가 생명이다. 패를 돌릴 때 밑장 빼기 같은 기술이 있어야 ‘타짜’로서 돈을 딸 수 있는 것이다. 영화 <타짜>가 흥행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도 우리가 일상 생활에서 흔히 즐기는 화투 기술이 적나라하게 공개되고 그들의 세계가 범상치 않다는 것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도박의 목적은 결국 돈이지만 돈보다는 도박 자체를 즐기려는 심리가 더 강하다. 잃었을 때와 땄을 때의 쾌감 사이에서 헤어나오지 못할 때 그는 타짜가 되거나 폐인이 된다. <21>에는 손재주가 나오지 않지만 돈 앞에서 무기력한 인간이 나온다.


가난한 대학생의 등록금 마련하기

MIT에 다니는 가난한 대학생 벤(짐 스터저스 분)은 하버드 대학 의대에서 입학 허가서를 받고 기쁨에 들뜬다. 하지만 등록금을 포함한 기숙사비가 30만 달러다. 장학생은 단 1명. 면접관은 그에게 장학금을 받으려면 그동안 살면서 경험했던 최고의 순간을 에세이로 써오라고 말한다. 공부밖에 모르고 살았던 벤에게는 난감한 질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수학에서 남다른 재능을 보이던 그에게 미키 교수(케빈 스페이시 분)가 만날 것을 청한다. 강의실에 가보니 교수 말고 4명의 학생이 더 와 있다. 미키 교수는 벤에게 큰돈을 벌어보지 않겠느냐고 말하면서 블랙잭은 수학적인 확률로 얼마든지 이길 수 있다며 카드 카운팅을 설명한다. 상대방보다 더 높은 숫자를 확보하고 상대방의 카드를 읽을 수 있다면 가능하다는 것이다. 카드 카운팅이란 이미 나와 있는 카드와 나오지 않은 카드를 읽어서(카운팅) 베팅을 하는 수법이다.

망설이던 벤은 결국 팀에 합류하고 주말마다 라스베이거스로 날아간다.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한 카드 카운팅이지만 미리 암호를 만들어놓은 팀원들의 도움으로 그는 수십만 달러의 돈을 따고 밤마다 환락에 젖어든다. 멀쩡한 수재 하나가 돈벌레가 된 셈이다. 카지노가 어떤 곳인가. 고객들의 돈을 따야 장사가 되는데, 벤이 번번이 돈을 따간다. 보안 요원 콜(로렌스 피시번 분)은 벤이 카드 카운팅을 하는 것을 알아차리고 그를 추적한다.

‘21’의 의미는 벤의 나이이자 블랙잭의 승부처이기도 하다. 카드 숫자를 합해 21에 가까우면 내가 이기는 것이고, 21을 넘으면 내가 진다. 영화 속에서 설명을 해주지만 몰라도 상관없다. 막판에 두 장면의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 블랙잭을 아는 관객이라면 더 재미있겠다. 6월19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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