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지구가 무너져도 오늘 ‘희망’을 심는다
  • 윤호중 (국립산림과학원ᆞ농학박사) ()
  • 승인 2008.06.17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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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내 조림 사업 지원, 어떻게 이루어지나

▲ 중국 츠펑 지역. 조림 복원 이후 안정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왼쪽). 서부 지역 조림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된 통료시 사막화 방지 작업(오른쪽).

 

▒ 기후 변화와 사막화의 연관성
최근 세계적 환경 이슈인 기후 변화는 사막화 방지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지구상의 기후 변화 대책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이는 탄소원 생산의 증가와 소비의 감소로 나눌 수 있다. 생산의 증가는 사막화 지역 등 황폐한 곳에 숲과 초지를 조성해 탄소원을 늘리는 것이다. 소비의 감소는 에너지 절감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자원 절약의 실천, 환경 친화적 상품으로 소비 양식 전환, 폐기물 재활용의 실천 등 규제를 통해 탄소원의 배출을 줄이는 것이다.

이 두 가지 대책에는 각각 장·단점이 있다. 소비의 감소는 기술 개발과 홍보로 직접적이고 빠른 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나 지속적인 면에서는 한계가 있다. 인구는 늘고 개인이 소비하는 에너지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상태에서 원시 생활로 돌아가는 것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가 아닌가 싶다. 사막화 지역에 숲과 초지를 조성해 탄소원을 증가시키는 것은 금방 효과가 나타나지는 않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효과가 커지며, 기후 변화 대응뿐만 아니라 자연적·사회적 편익이 무한대로 늘어나게 된다.

▒ 사막화 확대로 인한 황사 증가
우리나라는 매년 봄철 황사와 산불, 여름철 산사태와 홍수, 가을철 태풍과 냉해, 겨울철 설해 등 사시사철 자연 재해로 몸살을 앓고 있다. 자연 재해 중 우리나라에 가장 먼저 찾아오는 것은 황사로서 중국과 몽골 사막화 지역에서 먼지·모래 폭풍이 발생해 황해를 건너 우리나라에 날아오는 분진을 말한다. 서울의 황사 발생 일수는 1960년대 연간 5.3일이었으나 최근 10년간 2배 이상 증가해 연간 11.6일이 되었다. 이는 중국과 몽골의 사막화 지역에서 지나친 방목, 연료를 위한 벌채 등으로 나무가 없어지고 토질이 저하되어 황무지로 변했기 때문이다.

황사 대처 방안에는 사막화 방지를 통해 발생원을 줄이는 방법이 있고, 발생 이후 예보를 빨리하고 피해를 줄이기 위해 조치를 취하는 방법이 있다. 사막화 지역과 진행 경로에 모니터링 시설을 설치하고 우리나라에 황사가 왔을 때 외출 자제, 임시 휴교, 정밀기기 보호 등의 조치를 취한다고 하나 예방조치라고 하기에는 부족함이 있다. 사후약방문 격이다. 이를 통해서는 황사의 규모를 줄이는 데는 한계가 있다. 황사의 규모를 줄이려면 발생원을 막아야 한다. 이는 황사 피해국에 직접적 도움이 된다. 황사 발생국의 사막 지대에 인근 국가가 직접 나서야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황사 발생국과 피해국 간의 합의를 통한 공존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사막화 방지를 지원하는 선진국은 피해 당사국의 능력 배양을 우선으로 하고, 피해 당사국은 재정 지원을 우선으로 한다. 그러나 이 두 가지 모두 실현하는 데 문제가 많다. 예를 들어 선진국에서 피해 당사국 지원을 위해 교육센터를 건립하는 것과 나무 심기를 별도로 추진했다고 가정해보자. 교육센터 건립으로 처음에는 멋진 건물이 들어서고 금방 효과가 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건물을 짓는 순간부터 고민이 생길 것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건물은 초라해지고 결국, 폐허로 변하며 사막화 현상을 부추길 뿐이다. 또, 현지인들도 처음에는 새 건물에서 교육 프로그램을 배우고 따르겠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열의는 식기 마련이다. 반면, 나무를 심는 것은 처음에는 현지인들의 수입 증대 효과도 미미하고 입지 환경이 열악한 지역에 어린 나무를 심는 것도 무모하게 보이지만 이 나무가 자라 숲을 이루게 되면 현지인들이 그로 인해 얻는 혜택은 무한히 커진다.

▲ 몽골 달란자드가드 지역에서 사막화가 진행될 당시의 모습.

▒ 사막화 방지의 녹화 재료
나무와 풀은 식생이라는 공통점이 있으나 생태적 특성과 기능에서 커다란 차이가 있다. 사막화 지역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녹화에서도 마찬가지다. 풀은 표토가 이동하지 않도록 붙잡아두는 기능을 한다. 그러나 이 기능은 장기적으로 발휘되지 못하고 최대 5년 정도 기간 내에 쇠퇴하며, 보호되었을 경우 주변의 자생종으로 대체된다. 만약 보호되지 못하면 사막화 지역에서 양과 염소의 한때 식사로만 끝나기 십상이다. 풀밭이 숲으로 변해가는 것 또한 보기 쉽지 않은데, 그 이유는 나무 종자가 날아온다 하더라도 풀에 피압되어 제대로 햇빛을 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나무는 바람을 막아주어 토양을 보전해주는 울타리 역할을 한다. 어린 나무를 심어 단기적으로 효과를 거둘 수는 없으나 장기적으로는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효과를 발휘할 뿐만 아니라 시간이 지날수록 그 효과가 커진다. 또한, 사막화 지역에 그늘을 제공해 수분 증발을 억제하고 여기에서 살아가는 사람의 쉼터 역할을 할 것이다.

숲과 초지는 기능이 다르므로 공존하는 것이 가능하고 이상적이다. 중국 네이멍구 츠펑 사막화 방지 성공 지역의 예와 같이 방풍림을 바둑판처럼 조성하고 그 안에 초지를 조성하거나 과실나무와 야채 등 경제 작물을 재배하면 된다. 숲과 초지의 어울림은 꿈과 현실을 공유하는 것이며 균형 있고, 조화로운 환경을 만들어나갈 것이다.

▒ 사막화 방지 조림을 위한 기술 지원
산림청은 황사 발생국의 사막화 방지림 조성을 위해 기술 지원을 하고 있다. 타당성 조사와 정밀조사 등 최소한 두 차례 이상의 사전 현지 조사가 이루어져야 한다. 중국 서부 지역의 경우 지난 2001년부터 2005년까지 8천40㏊에 대한 타당성 조사가 진행되기도 했다. 이는 주로 중국 현지 학자와 관리들이 실사한 뒤 우리 산림청에 추천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때부터 국내에서 현지 타당성 조사를 통해 최종 후보지를 결정한다.

조림 대상지로 적합하다고 판단되면 2차로 구체적 조림 계획 수립을 위한 정밀조사를 실시한다. 조림 대상지를 구획하고 그 안에서 토양 조사를 실시해 부족한 양분을 보충해주기 위한 맞춤형 비료를 제작하게 된다. 조림을 하기 위해서는 우선 정지 작업이 필요한데 경사지에는 수평대·수평구를 계획하고 평지에는 식재혈을 만든다. 조림 수종은 주위의 자생 수종 중 잘 자라는 것과 기존 양묘 상황을 판단해 선정한다. 식재방법에는 방풍림의 방향, 배치, 조성 너비, 수종 배치와 식재 밀도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게 된다. 또한 사후관리방안으로 울타리 설치, 관수, 소동물 피해 방지 대책 등 현장 여건에 맞게 대안을 제시한다. 조림 사업을 장기적으로 수행하는 경우 양묘장 조성 및 관리에 대한 부분도 포함되어야 한다.

조림 기간에는 국내에서 1년에 두 차례 전문가를 파견한다. 이들은 봄철 조림 지도, 가을철 성적 조사, 내년도 조림 계획 수립 등을 실시한다.
또, 현지 관리인의 능력 배양을 위해 현지인을 국내로 초청하여 연수를 시키기도 한다. 정부 간 지원 사업에 아쉬운 점이 있다면 약정한 사업 기간이 끝난 뒤에는 우리쪽에서 예산 배정이 되지 않아 추가적인 유지 관리를 해줄 수 없다는 점이다. 조림지의 운명이 전적으로 중국 현지 지방 정부의 관리에 맡겨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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