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 뒤편에서 우는 1인자
  • 김회권 (judge003@sisapress.com)
  • 승인 2008.06.24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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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네티즌 이탈 등 악재 겹쳐 ‘사면초가’

#1. 최근 인터넷에서는 ‘네이버 광고 차단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게시판 등에 올라와 있는 차단법을 따라 스크립트를 설치하면 네이버 메인 화면에 뜨는 배너 광고가 사라진 채 하얗게 나타난다.
#2.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6월9일 최근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일부 웹보드 게임(고스톱, 포커류)의 사행화에 대해 대책을 마련했다. 이것은 NHN이 운영하는 한게임의 사행성 논란이 벌어지면서 일어난 일이다.
#3. 네이버는 지난 6월12일 메인 화면 한가운데에 의견 게시판으로 연결되는 배너를 하나 달았다. “여러분의 목소리를 귀담아 듣겠습니다”라는 제목이다. 네이버측은 “불확실한 오해를 해소하기 위해 직접 견해를 밝혀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라고 이유를 밝혔다.


네이버가 사면초가(四面楚歌)에 놓였다. 네티즌들의 탈 네이버 현상, 웹보드 게임의 수익률 증가로 생긴 비판 등 악재가 겹쳤다. 한 증권사의 애널리스트는 “요즘 NHN 주가가 떨어졌지만 쉽게 매수하라고 권하기가 어렵다. 특히 고객의 충성도가 떨어졌고 한게임의 수익 비중이 높아 성장 동력이 한계에 온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라고 말했다.

네이버는 그동안 민감한 사안이 불거질 때마다 조용히 빠져나오곤 했다. 2007년 대선 때는 네티즌들의 비판을 받으면서도 정치 기사의 댓글을 폐지했다. 정치적 편향성 논란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다. 이런 조치는 이명박 당시 한나라당 후보에게 제기되는 의혹들마저 걸러낸다는 인상을 주면서 ‘네이버는 친MB 아니냐’라는 의혹을 받기 시작했다.

이번 촛불 집회는 네티즌들의 그런 의혹을 확신으로 바꾸어버렸다. 정치적 편향의 오해를 주지 않겠다는 네이버의 자세를 네티즌들은 ‘친정부 포털’과 동일하게 이해했다. 게다가 한게임의 사행성 논란은 불신의 벽을 더욱 높였다. 네이버측이 마련한 게시판에는 비난의 목소리가 훨씬 많다. ‘네이버는 돌아갈 수 없는 강을 건넜다’, ‘경향·한겨레·오마이뉴스 기사는 왜 안 띄우냐’는 제목의 글에서 네이버에 대한 불신의 골을 볼 수 있다. 네이버의 관계자는 “중립성을 강조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의사 표현을 소홀히 한 것 같다”라고 말했지만 많은 네티즌은 그 중립성마저 의도적인 것으로 확신하는 분위기다.

이대통령과 네이버의 수난은 닮은꼴?
한편으로는 네이버가 1인자로서 가지는 수세적인 경영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졌다고 보는 이도 있다. 수익이 나는 검색 광고 사업과 한게임에 지나치게 안주하면서 네티즌과 ‘소통’하지 못했다는 이야기다. 네티즌의 표현 공간인 네이버 뉴스 댓글과 다음 아고라의 5월 기록을 비교해보면 아고라는 하루 순방문자가 3백만명 이상을 기록하고 있지만 네이버 뉴스 댓글은 2백만명을 간신히 넘기고 있다.

네이버의 위기가 일시적이라고 전망하는 사람들은 포털의 핵심 사업인 검색 광고를 보라고 말한다. 코리안클릭의 자료에 따르면, 네이버는 지난 5월 월간 통합 검색 점유율이 전달보다 0.71%포인트 하락했지만 여전히 73.46%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코리안클릭의 이창렬 과장은 “세부적으로 보면 촛불 집회 때 아고라의 순방문자 페이지뷰가 늘었지만 포털의 전체 규모로 봤을 때 큰 변화는 없는 편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본질적인 위기는 따로 있다. 확산과 재생산의 공간인 인터넷에서 반(反) 네이버 네티즌들이 느는 것은 장기적으로 보아 악재다. 진입 장벽이 없다는 장점은 사업자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네티즌들은 즐겨찾던 사이트가 마음에 안 들면 그 자리에서 말을 갈아탈 수 있다. 지금의 네이버는 언제든 갈아탈 수 있는 말로 취급받는 셈이다. 네티즌들이 시나브로 말을 갈아탈지 모른다는 위기감 때문에 네이버는 늦었지만 소통에 나섰다. 따지고 보면 이명박 대통령과 네이버가 겪는 어려움은 크게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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