꿋꿋한 원칙이 돈 벌어 준다
  • 원연식 (재테크 컨설턴트) ()
  • 승인 2008.06.24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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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간 펀드에 투자해 재미 본 ㄱ회장의 경험담 / 욕심내다 손실 보고 분산 투자로 성공

ⓒ연합뉴스

우리나라에서 펀드 투자가 활성화된 것은 외환위기 직후 ‘바이코리아’가 선풍을 일으켰던 1999년 무렵이었다. 당시 새롭게 선보인 뮤추얼 펀드가 시장을 이끌며 펀드 전성시대를 여는 데 큰 몫을 했다. 뮤추얼 펀드의 하나인 주식형 펀드는 주식회사 형태로  투자자들을 모은 다음 수익을 배분해 이전 투신사의 상품과는 성격이 다르다. 즉,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모아 투자회사를 설립하고 주식이나 채권, 선물, 옵션 등에 투자한 후 이익을 나눠주어 투자자는 곧 주주가 되는 셈이다. 

처음에 나온 뮤추얼 펀드는 모두 폐쇄형이었다. 즉, 1년간의 환매 제한을 둔 것이다. 증권사들이 새로운 상품임을 부각시키며 한시적으로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기존 투신사에서 판매했던  수익증권 유형의 상품과 차별화한 것이다.
주식형 펀드가 나온 이후 10년간  펀드 시장에 참여한 ㄱ회장의 경험담을 들어보자.

1999년 초. 평소 채권 투자만 했던 ㄱ회장은 1998년 초에 가입한 채권형 펀드의 1년 만기가 돌아와 어떤 상품으로 옮겨 탈까 고민하고 있었다. 금리가 안정세를 보여 채권 역시 수익을 기대하기에는 어려울 것 같았다. 증권사에서는 주식시장에 대한 장밋빛 전망을 쏟아냈지만 주가가 1998년 11월과 12월 이미 많이 올라서 지금 투자한다면 상투를 잡는 것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만기가 된 채권형 펀드 자금의 상당액을 그 상품에 다시 넣고 1억원 정도를 당시 새롭게 선보인 주식형 펀드에 가입하기로 했다.

4월이 되자 수익률은 1년 이자를 웃도는 10%를 넘어섰다. ㄱ회장은 주식시장이 좋아진다고 보고 채권형 펀드 투자 자금에서 3억원을 빼내 다시 주식형 펀드에 투자했다. ㄱ회장의 전체 금융 자산은 20억원 정도로, 이 중 약 20%(4억원)를 주식형 펀드에 넣은 것이다. 시장은 계속 오름세였고 여름이 되자 주가지수가 9백선을 넘어섰다.
1999년 8월 대우 사태로 시장이 흔들렸지만 11월부터 다시 상승 모드로 전환되었다.

수익률 올라가자 주식형 펀드에 ‘몰빵’해 크게 손해
종합주가지수가 1999년 초 5백선에서 2000년 초에 1천 포인트까지 올랐다. 1999년 1월에 가입한 상품은 원금과 비교해 거의 2배에 가까운 수익을 기록했고, ㄱ회장은 내친 김에 원금과 수익을 합한 금액에 3억원을 더해서 5억원을 다시 주식형 수익증권에 넣었다. 주식시장에 대한 전망이 좋았고, ㄱ회장 또한 1년간의 투자 성공에 고무된 상태라 추가로 투자한 것이다.

2000년 4월에 만기가 도래한 펀드의 수익률은 40% 정도였다. 처음보다는 못했지만 그래도 다른 어떠한 상품보다 많은 수익을 안겨주었다. 2000년 1월에 재투자한 상품에서 손실을 보았지만 조금 더 투자해보는 것이 좋겠다는 주위의 의견을 받아들여 4억원을 다시 투자했다.

하지만 이후 2000년의 주식 시장은 ㄱ회장에게 악몽이었다. 주가가 오르는 날보다 떨어지는 날이 훨씬 더 많았다. 주식시장을 그대로 쳐다보다가는 병이 날 것 같아서 아예 잊고 지내기도 했다. 결국, 2001년에 만기가 도래한 주식형 수익증권은 각각 50%(1월 가입)와 40%(4월 가입)의 손실을 보았다.

2년간 ㄱ회장의 손익을 따져보자. 실제로 투자한 금액은 1999년 1월 1억원, 4월 3억원, 2000년 1월에 추가로 투자한 3억원(수익금까지 포함하면 5억원)으로 2000년 4월 투자분 가운데 1999년의 수익분을 제외하면 총 7억원이 된다. 반면, 회수한 금액은 2001년 1월에 전년 1월 투자분 5억원 중 2억5천만원이었고, 2001년 4월에는 전년 4월 투자분 4억원 중 2억4천만원이었다. ㄱ회장은 결국 2년간의 투자를 통해 약 2억1천만원을 날려버린 꼴이 되었다.

한 달에 5천만원씩 12개월 동안 투자

상승기의 수익률은 각각 100%와 40%였고, 하락기의 손실률은 각각 50%와 40%여서 이런 수치만으로 따지면 ㄱ회장은 돈을 벌었어야 옳다. 그러나 한때 수익을 많이 올린 사실에 도취해 추가로 자금을 더 투자함으로써 손실을 보게 된 것이다.
ㄱ회장은 주식형 펀드에 투자해 입을 손실 때문에 너무나 상심해 다시는 주식과 관련된 금융 상품에 가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렇게 3년 정도가 지나 2004년 말이 되니 주식시장이 다시 꿈틀거렸다. 시장이 활황세를 보이자 너도나도 주식시장으로 몰려갔다. ㄱ회장도 과거에 손실 본 것이 아쉬워 다시 주식시장을 기웃거렸다. 더구나 부동산 가격은 너무 올라 엄두를 낼 수 없었고, 금리가 너무 떨어져 채권이나 예금 이자 수익만 바라보기에는 억울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금융 전문가를 찾아가 상담해보니, 당시 인기 있는 적립식 펀드에 가입해 1년간 분할해서 투자하고 또 분할해서 투자 금액을 회수하면 위험을 피할 수 있다고 했다. 듣고 보니 일리가 있는 얘기여서 그의 조언대로 분할하여 투자하기로 했다.

2005년 3월부터 1년간 매월 5천만원씩 6억원을 투자하기로 하고, 분할 투자에 나섰다. 오르든 내리든 상관없이 매월 25일을 기준으로 투자했는데 다행히 수익이 괜찮은 편이다. 1년 동안 분할해 투자한 후 2006년 3월부터 매월 투자금액 중 5천만원을 해약하여 회수하기 시작했다. 장세가 좋아진다는 주변 사람들의 전망도 과감히 무시하고 이 원칙을 고수했다. 첫 달은 50% 정도 수익이 나 아주 기분 좋았지만, 연말부터는 실적이 신통치 않았다.

그래도 처음의 투자 원칙을 지켜야 할 것 같아서 고민하던 차에 상담사를 찾았다. 그는 2006년 12월 말로 원금 6억원을 보존한 채 2천5백만원 정도 수익이 발생했으니, 2005년 1월과 2월에 투자한 금액 1억원은 그냥 두었다가 충분히 올랐을 때 회수하는 것이 어떠냐고 제안했다. 이미 원금은 회수했고, 2천5백만원 수익도 생겼으니 손해 볼 것이 하나도 없을 것 같아서 ㄱ회장은 원칙을 바꿔 남아 있는 1억원은 충분히 오를 때까지 회수하지 않기로 했다.

그해 7월이 되니 주식시장은 꿈의 2천 포인트를 넘었고 ㄱ회장은 지체 없이 해지해 투자 금액을 회수하였다. 당연히 남겨놓은 1억원에 4천만원의 수익이 붙었다.
ㄱ회장은 결국, 6억원을 투자해 1억6천5백만원의 수익을 챙겼다. 주가가 오르든 내리든 별로 고민하지 않고 자신의 원칙을 고수해 투자한 끝에 약 27%의 고수익을 올린 것이다.

 

수익 나면 원금을 확보하라
ㄱ회장은 2000년 투자를 통해서 수익이 나면 원금을 확보해야 한다는 중요한 원칙을 배웠다. 또, 투자에서 많은 수익을 거두면 그만큼 손실도 볼 수 있다는 사실을 체험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시장이 불안하면 시기적으로 분산 투자를 통해서 안정적으로 수익을 추구하는 방법을 스스로 터득했다.
2008년 현재의 주식시장은 3~4년간의 상승장을 마감하고 6개월째 조정 장세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내년이 되어야 불안 요소들이 많이 사라질 것이라고 한다. 이 시점에서 2004년 ㄱ회장의 선택처럼 시기적으로 분할해 투자하는 방법을 시도한다면 좋은 결과를 보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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