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소만 먹어도 ‘고기’ 이길 수 있다
  • 송숙자 (삼육대학교 식품영양학과 명예교수) ()
  • 승인 2008.06.24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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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양 불균형 전혀 걱정 없어…‘칼슘의 왕ʼ 우유는 오히려 골다공증 위험

ⓒ시사저널 황문성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가 채식에 대한 관심을 더욱 키우고 있다. 광우병에 감염된 쇠고기를 먹을 경우 뇌가 스폰지처럼 변하는 광우병에 걸릴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는 까닭이다. 미국에서 나온 <미친 소와 성장호르몬 관계>라는 책에 나온 광우병 외에 소 사육에 불가피하게 사용되는 성장호르몬이 인체 건강에 큰 영향을 끼친다는 내용도 소비자의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항생제와 성장 촉진제 등 동물성 단백질을 대량으로 생산해내는 ‘농장’에서 상시적으로 쓰이는 약품에 대한 불안감도 채식에 대한 관심을 부채질하고 있다.

식품 안전성에 대한 우려로 인해 종교적 신념 때문이 아니더라도 채식에 관심을 둘 수밖에 없는 환경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정부에서도 장기적인 안목에서 국민 건강을 위해 유기농 채소나 과일 산업 쪽에 더 많은 지원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육식보다는 채식이 건강에 좋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절대 진리가 아닌가.

많은 사람이 채식만 하면 영양소에 불균형이 생긴다고 생각한다. 사람과 동물의 육질은 단백질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사람의 몸을 잘 유지하기 위해서는 동물성 단백질을 섭취해야 한다고 배웠기 때문이다. 또, 학자들이 지금까지 동물성 단백질의 아미노산이 인체 단백질 아미노산과 가깝다고 주장했다. 반면, 식물성 단백질은 인체 조직의 단백질을 구성하는 데 불안정하다고 말해왔다.

하지만 최근에 반대 이론이 나왔다. 지금까지는 완전 단백질로 평가되었던 페닐알라닌과 티로신이 식물성 단백질에 부족하기 때문에 동물성 단백질을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는 것이 정설이었다. 이에 반해 페닐알라닌과 티로신이 인체 조직 구성에 쓰이고 남아돌아 면역 기능을 약화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나온 것이다.

유황을 가진 아미노산 두 가지도 인체 조직 구성에서 남아돌기 때문에 체액을 산성화시키고 칼슘이 뼈 구성에 쓰이는 것을 오히려 막는다. 이는 고기 소비가 많은 나라일수록 골절 발생률이 높다는 사실에서 증명된다. 대다수 사람들은 칼슘 섭취를 위해 우유를 먹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렸을 때 다들 ‘키 크려면 우유를 먹어라’는 부모님의 애정 어린 구박을 한 번 정도 들어보았을 것이다. 어른이 되어서는 골다공증을 예방하기 위해 우유를 먹는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우유 소비량이 가장 높은 국가인 미국에서 골다공증 환자가 가장 많다. 노르웨이, 덴마크, 스웨덴과 같이 우유 소비량이 많은 북유럽 국가들에서도 골다공증 발병률이 높다. 존스 홉킨스 의과대학 교수를 지낸 바 있고, 소아의학의 권위자로 인정받는 프랭크 오스키 박사는 <오래 살고 싶으면 우유를 절대로 마시지 마라>라는 책을 통해 조목조목 그 이유를 밝혔다.

녹색 채소가 우유보다 칼슘 2배 더 많아

ⓒ연합뉴스

즉, 우유에 들어 있는 세균을 멸균하기 위해 고온 살균 처리를 하는 순간 칼슘의 성분이 변하기 때문에, 우유를 아무리 많이 마셔도 칼슘이 잘 흡수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산성 식품인 우유를 계속 먹게 되면 사람의 몸도 점차 산성화되어간다. 그러나 인체는 약알칼리성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뼈 안에 저장된 칼슘을 빼내어 혈액으로 공급한다. 이러한 작용이 계속되다 보면 뼈에서 과다한 칼슘이 빠져나가 결국 골다공증이 일어나게 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책에서 말한 바대로 우유는 칼슘을 보유하고 있는 유일한 영양원이 아니다. 우유를 대체할 식품은 많다. 예를 들어, 녹색 채소에는 우유보다 2배 이상 많은 칼슘이 들어 있다. 약사 김수현씨가 쓴 <바른 식생활이 나를 바꾼다>라는 책에서도 ‘말린 고구마 줄기에는 우유의 10배가 넘는 칼슘이 들어 있고, 말린 토란대(6배), 무말랭이(2배), 들깻잎(1.5배), 냉이(1.2배) 등의 채소는 칼슘과 철분에 있어서 우유보다 훨씬 많은 양을 함유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한다. 우유 없이 순수 채식을 고수하더라도 칼슘 공급에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또, 식물성 단백질에는 라이신이라는 아미노산이 적고 알지닌이 많다. 동물성 단백질은 이와 반대이기 때문에 이 비율이 호르몬 분비에 영향을 준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즉, 알지닌이 적은 동물성 식품은 인슐린 분비를 자극함으로써 결과적으로 혈청 콜레스테롤치를 높인다는 것이다. 채식인들은 육식을 하는 사람들에 비해 콜레스테롤수치가 낮기 때문에 심혈관 질환 발생률도 훨씬 적다.
표를 보아도 알겠지만 동물성 식품이 식물성 콩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영양이 부족함을 알 수 있다.
영양가 면에서 단배질, 지방, 칼슘, 철분, 티아민(B1) 등 인체에 필수적이고 중요한 영양소들이 어·육류보다 콩류에 더 많을 뿐 아니라, 어·육류에는 전혀 없는 것이 네 종류나 된다.
그 없는 것 중에서 가장 핵심적인 성분이 식물성 약(phytochemicals)이다. 파이토(phyto)는 식물성이라는 뜻이며 식물에는 껍질과 색소 등 불필요한 것이 없다. 그러나 어·육류에는 인체 건강에 치료제가 되는 파이토 약 성분이 없기 때문에 육식하는 사람에 비해 채식인의 암 발생률이 적고 암에 걸렸을 때도 채식을 하면 치유를 기대할 수 있다. 파이토 약 성분 중에서 가장 크고 중요한 것이 섬유질 성분이다.

동물성 식품, 콩보다 영양 성분 훨씬 떨어져

현재 각종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의 90%가 영양 불균형과 섬유질 부족 때문에 병에 걸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필자의 건강 상담실에서는 병든 사람에게 원곡류를 자연 상태로 짜맞추어 먹이면 쉽게 치유되는 것을 수없이 경험하고 있다.

어·육류를 먹지 않고 채식만 했을 때에 몸의 균형이 깨진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하지만 일시적으로 몸이 채식에 적응하는 과정일 뿐이다. 채식으로 영양 섭취가 100% 가능할 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건강에도 이롭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채식주의자가 전체 인구의 1% 정도밖에 되지 않는 것은 채식 메뉴 개발이 제대로 되지 않고, 또 채식에 쉽게 접할 수 있는 식당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다행히 웰빙 열풍이 불면서 채식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자 채식 전문 레스토랑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채식은 오로지 풀만 먹고 과일만 먹는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채식 전문 식당에 가면 콩고기로 만든 스테이크를 비롯해, 햄, 소시지를 먹을 수 있다. 고기로 만든 것과 맛에서 별반 차이가 없다. 아니, 오히려 속이 덜 더부룩하고 가볍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포만감이 빨리 느껴져 과식 또한 막을 수 있다.

채식주의자가 되고 안 되고는 개인의 선택이다. 하지만 현명한 선택을 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정보가 필수다. 무엇보다 채식에 대해 풀만 먹는 것이며, 영양소를 제대로 섭취하지 못하는 것으로 아는 오해를 불식시킬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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