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의 ‘미래’는 창창한가
  • 김진령 (jy@sisapress.com)
  • 승인 2008.07.01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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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적 투자로 증시 흐름 주도…위험 관리ㆍ유동성 문제 싸고 투자자 불안 ‘잠복’
ⓒ시사저널 황문성

미래에셋은 국내 주식시장을 좌지우지하는 슈퍼 파워다. 어떤 주식이든 미래에셋이 사고팔면 값이 요동을 치기 때문이다. 증권선물거래소의 자료에 의하면 유가증권 시장에서 지난 5월 말 현재 미래에셋자산운용이 5%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회사가 35개 사나 된다. 금액으로는 18조3천억원이 넘는 규모로, 2위인 한국운용의 12개사 2조4천억원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코스닥 시장에서도 6개 회사의 지분을 5% 이상 보유하고 있으며 금액으로는 1조3천억원에 달한다. 유가증권 시장에서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종목 숫자가 가장 많은 자산운용사는 신영으로 36개이며, 한국밸류자산운용도 28개 종목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총 보유 금액은 각각 3천7백44억원과 2천8백71억원으로 미래에셋자산운용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신영이나 한국밸류의 경우는 알려진 것처럼 가치주 종목에 집중하는 뚜렷한 운용 특징을 보이고 있으며 어떤 종목이든 과도한 투자를 한다고는 볼 수 없다.

16% 보유한 동양제철화학 등 대박주로 떠올라

그러나 미래에셋은 다르다. 다양한 주식형 펀드를 공격적으로 운용하면서 막강한 자금을 배경으로 몇몇 종목을 집중적으로 사들여 막강한 시장 지배력을 드러내고 있다. 따라서 특정 종목의 주가가 오르는 것이 내재 가치가 있어서인지, 아니면 미래에셋이 샀기 때문인지 이유를 찾기 어렵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자산운용협회의 자료를 기초로 2007년 5월 말과 2008년 5월 말 미래가 보유한 상위 종목의 현황을 비교해보면 미래에셋의 움직임이 시장의 신호등 노릇을 했음을 알 수 있다.

특정 회사가 발행한 주식 수를 기준으로 미래에셋이 가장 많이 보유한 종목은 동양제철화학으로 전체 주식의 16%를 보유하고 있다. 동양제철화학은 2007년 5월부터 2008년 5월까지만 주가가 약 2백18% 상승해서 미래에셋의 수익 증진에 크게 기여했다. 같은 기간 미래에셋이 발행 주식의 12%를 넘게 사들여 16%의 지분을 확보한 두산은 주가가 1백8%나 올랐다. 15.4%로 3위를 차지한 LS전선은 85.6%가 올랐다. 미래에셋이 5% 이상을 보유한 35개 종목의 1년간 평균 수익률은 57.96%로 서브프라임의 충격이 그대로 전이된 같은 기간의 코스피(KOSPI) 지수가 약 19% 오른 것에 비하면 미래에셋이 손대는 종목마다 대박을 냈다는 표현이 과장은 아니다. 시장에서는 증시의 총아로 떠오른 동양제철화학의 주가 향방에 대해 미래에셋에 물어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미래에셋이 더 사들이면 오를 것이고 팔면 내릴 것이다.

어쨌든 시장 수익률보다 미래에셋의 수익률이 더 컸다는 것은 미래에셋이 그만큼 과감하게 위험한 선택을 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미래에셋의 투자는 시장 분위기에 민감한 종목에 집중되었다. 이런 식의 투자는 대세 상승장에서는 수익률 1등을 하지만 하락장에서는 꼴등을 할 수밖에 없다”라고 밝혔다.

유동성 측면에서도 미래에셋의 선택에는 문제의 소지가 있다. 미래에셋이 보유한 종목의 경우 당해 종목 한 달간의 일 평균 거래량으로 평가해 본 결과 유동성은 더욱 악화되었다. 2007년 상위 35개 종목의 유동성 비율은 6.44일에 불과했지만, 자금 규모가 늘고 종목에 대한 편중이 심해지면서 14.26일로 크게 늘었다. 하루에 시장에서 거래되는 총 거래량을 미래에셋이 팔아치운다고 해도 전부 정리하는 데 14거래일 이상이 걸린다는 얘기다.

이는 시장에 큰 충격이 생겼을 때 미래에셋이 실제로 현금으로 회수해 고객에게 돈을 건네줄 수 있는 기간이 14거래일 이상이 된다는 뜻이다. 증시에서 펀드런에 준하는 최악의 상황이 생기면 대부분의 거래 주식이 하한가를 맞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나 마찬가지다. 최악의 시나리오이기는 하지만 장부가액에서 10분의 1 토막(14일간 하한가를 보인다면)이 난 자금만 회수하는 경우도 생각해보아야 한다. 때문에 미래에셋으로의 자금 쏠림 현상이 시장의 건강성을 해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미래에셋에 대한 또 다른 우려는 국내 펀드 시장에서 대적할 만한 경쟁자가 없어진 상태에서 투자 패턴이 너무 공격적이라는 점이다. 지난해 상반기까지 미래에셋은 선발 투자한 차이나펀드로 큰 수익률을 올렸다. 이에 탄력을 받아 지난해 가을에 출범시킨 인사이트 펀드에 큰돈이 몰리면서 미래에셋의 명성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투자의 대가’로 떠오른 박현주 회장은 중국으로의 전진 명령을 계속 내렸다. 박회장의 ‘통찰력’이 중국에만 선별 투자하는 전략을 채택한 셈이다.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차이나 펀드의 수익률은 수직 하강하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박회장은 진군 명령을 거두지 않았고 당초 짧게 끝날 것으로 보였던 중국 증시의 조정은 올림픽 이후까지 이어질 기세다.

중국 증시 헤매는데도 ‘진군 명령’ 계속

때문에 인사이트 펀드 등 미래에셋에 돈을 맡겼던 투자자들의 불만이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다. 증권가 일각에서는 박회장과 미래에셋의 위험 관리 능력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덩달아 “회사가 작을 때는 개인의 능력에 의존하면서 덩치를 키울 수 있지만 규모가 커지면 위험 관리를 체계적으로 해야 한다”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박회장이 지난해 말 이후 거듭 중국 투자에 진군 명령을 내린 것에 대해 우회적으로 비난하는 소리도 적지 않다.

물론 시장이 좋아 미래에셋이 투자자들에게 돈을 안겨줄 때는 이 모든 것이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시장이 나빠지고 투자자들이 돈을 잃으면서 국내 최대 펀드이자 투자자인 미래에셋에 대한 투자자들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 투자의 귀재로 불렸던 박현주 회장의 ‘혜안’과 통찰력을 집행하는 데 리스크 관리는 제대로 되고 있는지, 미래에셋 펀드들이 수익률 지상주의에 빠져있는 것은 아닌지, 미래에셋에 돈을 맡겼다가 본의 아니게 머니 게임에 휘말려 있는 것은 아닌지 투자자들의 머리는 복잡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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