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녀’가 ‘테크토닉’ 춤을 추면 멋있을까
  • 김지혜 (karam1117@sisapress.com)
  • 승인 2008.07.01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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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녀, 강부자-고소영, 테크토닉, 그루밍족, 칙릿’ 이 중 몇 개의 단어를 아는가. 인터넷 포털 사이트 파란(www.paran.com)이 검색 횟수를 기준으로 한 2008년 상반기 신조어를 발표했다.

리얼리티 프로에서 줄곧 신상품만 찾는 가수 서인영 덕분에 ‘신상녀’는 ‘경제 관념 희박하고 소비 지향적인 여성들’을 일컫는 신조어가 되었다. 하지만 서인영의 이미지 때문인지 조롱의 의미가 담긴 ‘된장녀’와 달리 귀여운 이미지까지 풍긴다. 한편에서는 개념 없고 쇼핑에 중독된 여성으로 비하되기도 하지만 ‘알파걸’과 ‘골드미스’로 소비의 주체가 된 여성들은 ‘신상녀’라고 불려도 부끄러워하지 않는 눈치다. 인터넷에서 뉴스를 자주 접하는 10대들은 ‘이명박 정부의 강부자-고소영’에 너무 익숙해 드라마에 가끔 출연하는 탤런트 강부자와 고소영을 신조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익히 알려졌듯 이 두 단어는 ‘강남 땅부자’와 ‘고려대·소망교회·영남’에 편중된 이명박 정부의 인사를 비꼬면서 만들어진 말이다.

‘테크토닉’을 안다면 춤에 관심이 있거나, 장근석과 고아라를 좋아하는 10대 중의 하나다. 테크토닉은 2000년께 프랑스 파리의 클럽에서 유행하기 시작한 손동작이 많은 테크노 계열의 춤이다. 장근석과 고아라가 찍은 CF에 매료된 이들이 인터넷 검색을 하면서 널리 알려졌다. ‘그루밍족’은 패션과 미용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남성을 말한다.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높아지면서 위기감을 느낀 남성이 외모를 가꾸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힘을 얻는다. 이 대열에 동감하지도, 동참하지도 않는 ‘고전적인’ 남성들은 화장품과 의류회사의 상술이라며 강한 의혹을 제기한다.

‘칙릿’이라는 단어는 ‘젊은 여성을 일컫는 속어(chick)’와 ‘문학(literature)’을 조합한 것이다. <브리짓존스의 일기> <쇼퍼홀릭>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와 같이 도시 여성들의 일과 사랑을 가볍게 다룬 영미권 소설을 말한다. 통속물이라고 치부되지만 전통적 여성상에서 벗어나 사회적 주체로 사는 여성을 다룬다는 점에서 ‘포스트페미니즘’으로 보기도 한다.

신조어는 변화하는 사회상을 반영한다는데, 인터넷을 통한 신조어는 너무 빠르고 새로워 따로 공부를 해야 할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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