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을 뽑기는 뽑았는데…
  • 감명국 (kham@sisapress.com)
  • 승인 2008.07.08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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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에 검찰 내부에서도 ‘곤혹’
ⓒ연합뉴스

지난 6월30일 임채진 검찰총장은 전국의 지검 공안·형사부장들을 긴급 소집해 회의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임총장은 “이제는 불법으로 얼룩진 (촛불 시위) 사태에 종지부를 찍을 때가 되었다. 폭력을 근절시키기 위한 총력 대응 체제를 구축하라”라고 지시했다. 검찰이 본격적으로 나서면서 ‘공안 정국의 회귀’라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MBC <PD수첩>의 보도에 대해 검찰이 수사하겠다고 나서자 여기저기서 “검찰이 무리수를 두는 것 아닌가”라는 비난이 잇따른다.

검찰 내부도 이런 비난에 대한 고민을 안고 있다. 이번 수사에 직접 나서고 있는 서울중앙지검측은 “농식품부에서 수사 의뢰가 들어온 데다가 이번 왜곡 보도 논란으로 국민 사이에도 의문이 많은 만큼 진실 규명을 정확히 할 필요는 있다고 본다. 수사의 개념이 꼭 형사 처벌만을 위한 것은 아니다. 진실 규명이 중요하다”라고 밝히고 있다. 대검의 한 관계자는 “일단 수사하겠다고 했으니…”라는 말로 곤혹스런 입장을 내비쳤다. “학계에서도 여전히 논란이 분분한 광우병 논란에 대해서 검찰이 정확히 판단하기가 쉽겠는가”라는 기자 질문에 이 관계자는 “그런 측면도 걱정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법무부장관이 너무 나서는 경향 있다”

6월30일 공안·형사부장 회의에 참석한 일선 지검의 한 공안부장은 “당시 회의에서 다양한 의견들이 나왔고, 촛불 시위 정국이 다소 과격한 양상으로 치닫는 것에 대해 더 이상 뒷짐지고 있을 수만은 없다는 공감대는 있었다”라고 전했다. 그는 “하지만 <PD수첩> 사태는 좀 다르다. 사견이지만 도대체 뭘 수사하겠다는 것인지 나도 잘 모르겠다. 아무래도 잘못 짚은 것 아닌가 생각된다”라고 우려 섞인 입장을 표명했다. 특수부 검사 출신으로 노무현 정부 때 옷을 벗은 한 변호사는 더 따끔한 비난을 퍼부었다. 그는 “수사 의뢰가 들어온 이상 수사를 할 수밖에 없는 입장인 것은 이해하지만, 그렇더라도 시중의 여론이 좀 들썩거렸다고 해서 거기에 덩달아서 검사 5명을 투입시켜 전담수사팀을 만들고 어쩌고 하며 북새통을 떠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누가 봐도 딱 오해받기 십상이다”라고 힐난했다.

검찰이 너무 정부에 끌려다닌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대검의 한 관계자는 “솔직히 김경한 법무부장관이 너무 나서는 경향이 있다”라고 우려했다. 그는 “검찰은 그야말로 최후의 공권력이어야 한다. 상황이 엄청난 혼란으로 다가오거나 명확한 진실을 가려야 할 때 검찰이 나서는 것이 옳다. 그런데 김장관이 하나부터 열까지 다 챙기니까 검찰도 손놓고 바라볼 수만은 없다”라고 밝혔다.

최근 검찰에 나가서 참고인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진 KBS의 한 중견 PD는 “현재 검찰의 다각적인 PD 수사는 정권 바뀔 때마다 어김없이 반복되어왔던 바다. 당연히 정권의 방송 장악 의도 내지는 길들이기라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최근 검찰 수사가 KBS의 정연주 사장 퇴진 압박과 관련이 있다고 보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난 개인적으로 정사장의 퇴진을 주장하는 입장이기는 하지만, 최근 검찰 수사를 보면 일관적인 움직임이 있는 것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그러나 오히려 역효과만 초래할 뿐이다. 최근 KBS의 PD협회와 기자협회 등이 이를 빌미 삼아 정사장을 마치 공영방송의 상징인 양 몰아가는 폐단이 초래되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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