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의 눈물’이 삼성 구할까
  • 심정택 (자유기고가) ()
  • 승인 2008.07.08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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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차 공판’에 이재용 전무와 출석 “1위는 정말 어려워요”라며 울먹여
ⓒ뉴시스

이건희 삼성그룹 전 회장의 눈물이 화제다. 이 전 회장은 지난 7월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3부(민병훈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여섯 번째 ‘삼성 재판’에서 “삼성전자 제품 11개가 세계 1위에 올랐습니다. 1위는 정말 어려워요”라며 울먹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날 법정에는 이 전 회장의 아들 이재용 전무도 함께 출두했다.

이 전 회장의 ‘악화된 건강’도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중앙일보는 7월1일자에 이 전 회장이 ‘폐에 물이 차는 질병인 폐수종을 앓고 있고’, ‘저혈당 증세를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이 전 회장은 지난 1990년대 말 폐암 수술을 받은 뒤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아왔고 지난 6월에도 사흘간 삼성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법조계 일각에서 “모종의 선처 위한 것 아니냐” 뒷말

부자가 함께 법정에 출두하는 최악의 상황과 좋지 않은 건강, 그동안 삼성을 세계 1위로 끌어올린 경영인으로서 이 전 회장의 자부심이 뒤엉켜 눈물로 표출되었을 법도 하다.

이런 인간적인 이 전 회장의 고민과 건강 악화, 삼성 전략기획실 해체의 속전속결 등이 향후 재판 과정에서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는 속단할 수 없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 전 회장의 눈물이 모종의 선처를 끌어내는 것이 아니냐는 뒷말이 나오고 있다.

이번 삼성 비자금 재판에서 이건희 전 회장과 이재용 전무 부자의 변호 관련 업무는 삼성 내에 신설된 업무지원실에서 맡고 있다. 업무지원실측은 이종왕 그룹 법무실장의 사퇴로 마땅한 내부 인력이 없어 이번 재판을 로펌에 맡겼다. 이 로펌의 대표 변호사는 조준웅 특검의 사법고시 동기생이기도 하다.

한편, 삼성측은 비자금 사건을 수사했던 특검팀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아 곤혹스러워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에서 특검팀이 이렇다 할 뚜렷한 증거를 제시하지도 않고 피고측의 반박 논리에 ‘무기력’하게 대응한다는 비난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삼성그룹의 전 전략기획실 관계자는 “조준웅 특검만 하더라도 나이가 예순이 넘었고, 특검보 중 한 명은 아예 검사 경험이 없으며, 또 한 명의 특검보는 검사 생활한 지가 오래되었다. 재판을 담당하는 민병훈 판사의 위상도 있지만 사법연수원 성적도 판사들이 검사보다 높지 않느냐. 재판 과정에서 판사가 검사들을 우습게 보는 경향이 재판 분위기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된다”라고 걱정했다.

이 전 회장은 법원 출두나 검찰 조사를 매우 부담스러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 삼성 특검 수사팀이 이 전 회장의 자택과 승지원을 압수수색했을 때도 그는 심한 감기를 이유로 1주일간 삼성병원에 입원한 바 있다. 또, 그동안 여러 차례 대선 불법 자금 지원 등의 이슈가 터져나왔을 때 병 치료를 이유로 외국에 머물렀다.

하지만 이번 재판에는 진지하게 대처하고 있다. 재판 도중에 병 치료를 받고 출석하는 ‘성의’까지 보였다. 그가 재판정에서 흘린 눈물도 연장선상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전과는 다르게 그룹의 앞날을 생각하며 이번 재판을 심각하게 받아들이다 북받쳐오르는 감정을 표출시킨 것이라 여겨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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