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고 받고’ 절대 강자 없네
  • 양종석 (전자신문 기자) ()
  • 승인 2008.07.15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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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 시장 엎치락 뒤치락…삼성, LG ‘초콜릿폰’ 반격에 ‘햅틱폰’으로 재역전

ⓒ시사저널 박은숙


휴대전화 단말기 시장에 미묘한 변화의 기류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국내 모든 산업군과 제품을 망라해 가장 강력한 브랜드 파워를 자랑하는 삼성전자 ‘애니콜(Anycall)’의 아성이 조금씩 흔들리고 있다. 이같은 변화의 중심에는 ‘영원한 라이벌’ LG전자가 있다. LG의 휴대전화 ‘싸이언(CYON)’이 최근 2년간 디자인과 품질을 대폭 강화한 프리미엄 제품으로 ‘2등 제품=싸이언’이라는 소비자들의 선입관을 조금씩 허물어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애니콜의 처지에서는 싸이언을 라이벌이라고 칭하는 것조차 자존심 상하는 일이다. 하지만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LG전자는 진정한 프리미엄 휴대전화의 강자로 거듭나고 있다. 노근창 한국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삼성전자는 물론 모토로라와 소니에릭슨 등이 LG전자를 경쟁자로 인정하기 시작했다. 이같은 변화는 2년 전에는 상상도 하기 힘든 일이었다”라고 전한다.

그렇다면 과연 지난 2년간 휴대전화 시장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진 것일까? 또, 격전의 끝은 어떻게 될 것인가? 그 물음의 해답을 몇 가지 키워드로 짚어본다.

지난 2006년 4월, LG전자의 휴대전화 사업을 관장하는 MC사업본부에 비상이 걸렸다. 1분기 실적 발표 결과 3백9억원의 영업 적자를 기록하며 LG전자의 실적 부진을 주도한 것. 시장에서는 LG전자의 성장 엔진이라는 휴대전화 사업이 한계에 봉착한 것 아니냐는 성급한 전망이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최악의 부진에 빠졌던 그때가 바로 싸이언 부활의 씨앗이 뿌려진 시기였다. 바로 2005년 11월 출시된 ‘초콜릿폰’의 위력이 드러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LG전자가 이전의 휴대전화 개발 틀을 깨고 감성적인 디자인을 대폭 강화해 내놓은 초콜릿폰은 국내는 물론 전세계적으로 돌풍을 일으키며 급기야 1년5개월 뒤(2007년 4월) 1천만대 판매를 돌파했다. 휴대전화 ‘명예의 전당’의 입성 티켓이라고 할 수 있는 ‘텐밀리언셀러’가 된 것이다. LG전자의 휴대전화 사업이 기사회생을 넘어 글로벌 톱 3 반열에 오를 수 있도록 견인한 제품이 바로 초콜릿폰이다. 안승권 LG전자 MC사업본부장도 “초콜릿폰이 싸이언의 브랜드 가치를 높인 일등공신이다”라고 인정한다.

이후 LG전자는 알루미늄 소재를 채택해 고급스러운 느낌을 강화한 ‘샤인폰’을 비롯해 최초의 전면 터치스크린 휴대전화인 ‘프라다폰’ 등을 잇따라 내놓으며 승승장구했다. 이때부터 싸이언 브랜드의 최신 휴대전화는 국내에 최초로 소개되는 기능을 탑재하기 시작했다. 유행의 맨 앞에 싸이언이 서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2년이 지난 2008년 4월, LG전자 1분기 실적 발표장에서 MC사업본부는 매출 3조원과 영업이익 4천억원을 돌파하며 효자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영업이익 규모는 LG전자 전체의 70%에 달하는 것이었다. 정도현 LG전자 CFO의 얼굴에도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실적은 물론 소비자 인지도도 대폭 개선되었다. 최근 전자신문이 9만여 명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휴대전화 품질 조사에서 싸이언은 초기 품질에서 애니콜을 제치고 당당히 1위를 차지했다.

이같은 LG전자 휴대전화의 강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강화된 프리미엄 휴대전화 라인업에 모토로라, 소니에릭슨 등 경쟁사의 부진이 짧게 끝날 것으로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세계 시장만 바라보다 LG에 한방 맞은 삼성

애니콜의 본산인 삼성전자 정보통신총괄은 지난해 1월 새로운 선장을 맞았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인정받는 ‘애니콜 신화’의 주인공 이기태 부회장의 후임으로 최지성 사장이 부임한 것. 최사장은 2000년부터 디지털미디어(DM)총괄에 근무하며 삼성전자의 TV 사업을 세계 1위로 끌어올린 주인공이다.

삼성전자 내부는 물론 외부에서도 실력을 인정받은 ‘스타 CEO’의 등장으로 애니콜의 앞날은 더욱 번창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이미 애니콜의 눈높이는 국내에 머무르지 않고 세계 시장에서 노키아, 모토로라를 따라 잡는 데 맞춰져 있었다.

최사장은 이를 위해 신흥 시장을 중심으로 한 저가폰 시장을 적극 공략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불륨을 키워 규모의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이같은 전략은 즉각 효과를 발휘했다.

삼성전자는 2007년 2분기에 총 3천7백40만대의 휴대전화를 판매해 모토로라를 1백90만대 차이로 추월하며 세계 2위 휴대전화 업체로 등극했다. 전 분기에 모토로라와의 판매량 차이가 1천만대 이상이나 되던 것을 단숨에 뒤엎은 것이다. 물론 모토로라가 ‘레이저’ 이후 뚜렷한 후속 모델을 내놓지 못하면서 반사 이익을 얻었다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이후에도 삼성전자는 모토로라와의 격차를 더욱 벌리며 모토로라의 몰락을 부추기고 노키아를 위협하는 최대 경쟁자로 떠올랐다.

하지만 세계 시장 점유율을 늘이는 동안 국내 시장에서는 뚜렷한 히트 모델이 나오지 않으면서 싸이언의 급부상에 밀리는 듯한 인상을 주었던 것도 사실이다. 또, 삼성전자가 LG전자의 프리미엄 휴대전화 전략을 따라 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전면 풀터치 스크린폰 등 차세대 시장을 주도할 제품 개발 경쟁에서 LG전자에 뒤지는 듯한 인상을 준 것이다.

하지만 애니콜의 저력은 그렇게 쉽게 무너질 성격의 것이 아니었다. 올 상반기 휴대전화 시장의 최대 히트 제품인 ‘햅틱폰’이 출현하며 전면 터치스크린폰 시장에서 LG전자를 단숨에 제친 것이다.

햅틱폰은 사용자가 원하는 메뉴를 자유롭게 구성할 수 있는 위젯 기능에 사용자들이 진동을 통해 피드백을 느낄 수 있는 기술로 돌풍을 일으켰다. 출시 초반에는 품절 사태까지 빚어졌다. 막강한 애니콜 브랜드와 마케팅의 승리였다.

한편, 삼성전자는 글로벌 전략 폰들도 잇따라 내놓으며 그 저력을 확인시켜 주고 있다. 특히 3G 아이폰의 출시에 대응한 인스팅트, 옴니아 등을 공개하며 시장을 주도하겠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의 표적이 된 애플을 비롯해 노키아 등도 삼성전자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삼성ᆞLG 양강에서 다자 구도로 변할 듯

올 하반기 휴대전화 시장은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자존심 경쟁과 함께 다자간 경쟁 구도로 재편될 전망이다. 기업 개선 작업에 나선 팬택계열이 1년 만에 기력을 서서히 회복하며 3강 체제에 재진입하고 있고, 다양한 외산 단말기들이 대거 한국 시장을 노크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타이완 업체인 HTC의 스마트폰 ‘터치듀얼폰’을 비롯해 북미 시장에서 신드롬을 일으킨 ‘블랙베리’도 상륙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또 SKT, KTF 등 이동통신사들이 노키아, 애플 등과 휴대전화 공급을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다.

이동통신사들은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향상한다는 대명제 아래 다양한 휴대전화를 한국 시장에 선보일 계획이다. 이에 따라 전용 서비스가 미약해 한국 시장에서는 힘을 쓰지 못하는 스마트폰을 비롯해 외산 단말기가 시장에 어떤 파급 효과를 미칠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사용자들의 기대도 커지고 있다. 스마트폰 사용자 커뮤니티인 ‘마이미츠(www.mymitz.net)의 운영자 박정환씨는 “그동안 소비자의 단말기 및 서비스 선택권을 무시하던 이통사들의 자세에 변화의 조짐이 있다는 것은 큰 기대를 갖게 한다. 소수의 국산 업체에 한정되어 있던 국내 휴대전화 시장에도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말했다.

국내 통신 시장은 이미 식별번호 010으로 시작되는 3G 시대로 본격 진입했다. 통신 환경의 변화는 휴대전화 업체에게도 새로운 기회다. 예를 들어 휴대전화에서도 유선 인터넷의 홈페이지를 그대로 보는 것이 가능한 LCD 창의 업그레이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국내 휴대전화 업계의 리더인 삼성전자와 LG전자도 소비자들의 선택을 주시하고 있다. 이들이 내놓는 새로운 얼굴들이 변화된 환경에 얼마나 잘 적응하느냐에 따라 국내 휴대전화 시장의 판도가 바뀔 것이다. 휴대전화 전쟁의 최전선에서는 오늘도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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