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사망 예방, ‘경고’에 달렸다
  • 김회권 (judge003@sisapress.com)
  • 승인 2008.07.29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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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초 특보 발령에도 사망자 발생 잇따라…기상청, ‘초과 사망 예측 모델’ 실험 중

이미 우리나라에서 폭염은 하나의 재해나 다름없다. 지난 7월5일 영동 지방에 폭염 특보가 내려졌고, 9일에는 전국적으로 확대되었다. 전국으로 폭염 특보가 확대된 이때를 전후한 7월8일부터 10일 사이에는 경남 합천을 비롯한 여러 지역에서 농사일을 하던 노인들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노인뿐만이 아니다. 7월7일에는 국토대장정에 나섰던 한 여대생이 행진 도중 쓰러져 사망하는 사고도 있었다. 더위와 폭염에 안이하게 대처한 결과였다.

우리나라는 올해 들어서야 폭염 특보를 발령하고 있다. 습도와 기온을 이용한 열지수(HEAT INDEX)와 일 최고 기온을 기준으로 발표하는데 일 최고 기온이 33℃ 이상이고, 일 최고 열지수가 32℃ 이상인 상태가 2일 이상 지속될 때에는 폭염주의보, 일 최고 기온이 35℃이고 열지수가 41℃ 이상인 상태가 2일 이상 지속될 때에는 폭염 경보를 발령한다. 하지만 발령만 있을 뿐 구체적인 지침은 없어서 사망 사고가 난 이후에야 정부 부처나 각 지자체들이 자신들이 책임져야 할 영역에 한정해 대책을 내놓고 있다.

비록 지난 7월14일 기상청은 “여름철(6∼8월) 하루 평균 사망률과 비교해 폭염으로 인한 사망을 예보하는 ‘초과 사망 예측 모델’을 완성했다”라고 밝혔지만 이것은 2010년에야 실용화될 전망이다. 현재로서는 종합적인 경보 시스템이 전무한 상황이다.

폭염에 대처하는 방법에는 유럽과 미국이 가장 발 빠르다. 유럽에서는 지난 2003년에 폭염으로 3만5천여 명의 사망자가 발생하면서 이상 기온 현상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고조되었고, 국가 차원의 폭염 경고 시스템을 만드는 일에 착수했다. 독일은 32℃와 38℃에서 각각 특보를 발령하는데 경고를 두 단계로 나누어 폭염 발생을 알리고 있다. 프랑스는 최대 기온과 최소 기온을 예측해 사망률의 증가를 계산해 특보를 발령한다. 경고 단계도 네 단계로 세분화했다. 이탈리아는 도시에 따라 다른 방법을 사용한다. 즉, 해당 도시의 폭염으로 발생할 수 있는 초과 사망률을 계산한 뒤 미국 델라웨어 대학의 칼크스타인 교수의 모형을 이용해 지각 온도를 계산하고 폭염 특보를 발령한다.

‘정보 전달’에 중점 둔 종합적인 사고 예방 시스템 마련 시급

미국은 행정 당국의 강제 개입을 규정해놓았다는 것이 특징이다. 즉 특보 발령과 경고와는 별도로 취약 계층의 보호를 행정 당국이 책임지도록 강제했다. 류상범 기상연구관(수원기상대)의 2006년 논문 ‘고령자 사망에 미치는 날씨의 영향 및 폭염 경고 시스템’을 보면 이런 미국의 사례가 잘 드러난다.

미국은 지난 1995년의 시카고 폭염 때 1주일 동안 무려 4백65명의 사망자가 나오면서 폭염 경고 시스템을 새로 정립했다. 이에 따르면 폭염이 발생했을 때 행정 당국은 모든 폭염 특보와 관련 질병에 대처하는 방법을 언론을 통해 전달해야 하고, 독거 노인을 매일 방문하는 시스템을 가동해야 한다. 또 긴급구호 전화를 설치하고 공중보건의들이 취약 계층의 가정을 방문해야 하며, 단전·단수 등 공공 서비스의 중단 행위는 금지된다. 응급 의료진을 보충하고 체육관 등 냉방 설비를 갖춘 시설을 가동하는 것도 모두 행정 당국의 책임이다.

이번 EPA의 보고서에서도 폭염에 대비하는 요령을 찾아볼 수 있는데 폭염에 대한 정보 제공을 강조하는 것이 눈에 띈다. 보고서는 ‘폭염이 얼마나 위험하고 삶에 피해를 줄 수 있는지 대중에게 분명히 전달해야 한다’라고 강조한다. 특히 커뮤니케이션에 중점을 두었다. ‘폭염이 언제 가장 위험하고 얼마나 지속되며 어떤 시간대에 느낄 수 있는지를 대중에게 알려야 한다’,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무료 전화와 웹사이트를 제공해야 한다’와 같은 방안들이 구체적으로 제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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