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연 세상, 인공 수정체로 환하게 밝아집니다”
  • 노진섭 (no@sisapress.com)
  • 승인 2008.07.29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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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학 분당서울대병원 안과 교수 / “자연 치유 안 되는 백내장은 수술이 최선의 방법”
ⓒ시사저널 박은숙

몸이 천냥이면 눈은 구백냥’이라는 말은 눈의 중요성을 잘 표현하고 있다. 눈은 무게 7g에 지름이 2.4cm 정도에 불과하지만 외부로부터 얻는 정보의 70% 이상을 받아들인다. 이처럼 정교하고 복잡한 기능을 하는 만큼 눈에는 다양한 질환이 생기며 이 가운데 백내장이 가장 흔하다.

사물이 뿌옇게 보이거나, 한쪽 눈으로 사물을 볼 때 이중삼중으로 겹쳐 보이면 백내장일 가능성이 크다. 노안은 멀리 있는 사물을 별 무리 없이 볼 수 있지만 가까이 있는 것을 또렷이 보기 어렵다. 그런데 멀리 있는 물체는 잘 보이지 않으면서 가까이 있는 것이 잘 보이기 시작하면 백내장을 의심해야 한다. 어두운 곳보다 밝은 곳에서 사물이 잘 보이지 않는 주맹(晝盲) 현상이 나타나도 백내장 검사를 받아야 한다.

카메라의 렌즈에 해당하는 수정체가 혼탁해져 시력이 떨어지는 것이 백내장이다. 수정체를 구성하는 단백질이 굳어지면서 사물이 뿌옇게 보이는 안개 효과(clouding effect)와 함께 나타나는 증상이다. 마치 달걀 프라이에서 흰자의 단백질이 굳는 것과 흡사하다. 노화, 자외선, 외부 충격 등이 그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한 번 혼탁해진 수정체는 자연 치유가 되지 않는다. 현재로서는 수술이 최선의 치료법이다. 백내장 수술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행해지는 수술로 알려져 있다. 그만큼 흔한 질병이며 이로 인해 고통받는 환자들이 많다.

수술은 간단해 보이지만 매우 정밀한 테크닉이 필요하다. 이진학 분당서울대병원 안과 교수는 백내장 수술 분야에서 국내 최고 권위자다. 1주일에 100명의 환자가 이교수에게 진료를 받는다. 안과 전문의들조차 이교수를 백내장 치료의 대가로 꼽는다. 최근 레이저 백내장 수술이관심을 끌고 있지만 그는 레이저를 이용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주장한다. 이교수로부터 최신 백내장 치료법에 대해 들어보았다.

레이저 수술을 원하는 환자들이 많을 텐데.
최근 일부 병원에서 백내장 수술을 레이저로 한다고 한다. 언론 보도를 통해서도 많이 알려져 레이저 수술을해달라는 백내장 환자가 많이 늘었다. 레이저 수술은 칼 같은 도구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통증도 없고 피도 흘리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사실은 전혀 다르다. 레이저 수술도 종전의 수술처럼 마취를 하고, 수술 칼과 수술 도구를 사용한다. 다만 혼탁해진 수정체를 부수어 제거할 때 초음파 대신 레이저를 사용한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레이저 수술은 아직 걸음마 단계에 있는 만큼 모든 환자에게 적합하지는 않다. 레이저로도 제한적으로 수술을 할 수 있다고 보는 게 좋다. 미국에서는 레이저를 일부 연구센터에서 실험적으로 사용하고 있을 뿐이다.

최선의 백내장 치료법은 무엇인가?
혼탁해진 수정체를 인공 수정체로 교체하는 수술이 최선이다. 과거의 백내장 수술은 수정체 제거가 주목적이었다. 수정체를 제거하면 대부분 심한 원시(遠視)가 되므로 눈의 초점이 맞지 않는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안경이나 콘택트렌즈를 써야 했다. 그러나 지금은 인공 수정체로 교체하므로 안경과 콘택트렌즈 없이도 사물을 볼수 있게 되었다.

수정체를 어떻게 교체하는가?
과거에는 투명각막을 약 10mm 절개하고 수정체는 물론 수정체를 둘러싸고 있는 수정체낭(껍질) 전체를 제거하는 ‘백내장 낭내 적축술’을 했다. 이 수술은 각막 혼탁이나 망막 박리 등 합병증이 생기고 인공 수정체를 삽입하기 어려운 것이 단점이다. 망막 박리(網膜剝離)는 망막이 제자리에 붙어 있지 않고 떨어지는 현상으로 카메라에서 필름이 없는 것으로 이해하면 쉽다.

최근에는 수정체낭은 남겨두고 혼탁해진 수정체만 제거하는 ‘백내장 낭외 적출술’을 한다. 이때 초음파로 수정체를 부수어 제거하는 ‘초음파 유화술’을 사용한다. 또 혼탁한 수정체를 제거한 부위에 인공 수정체를 끼워넣는 ‘후방 인공 수정체 삽입술’을 한다. 우선 눈의 투명각막을 0.75mm 절개해 내부 조직을 보호하기 위한 점탄 물질을 투여한다. 점탄 물질은 인공 수정체와 각막 내피와의 접촉에 의해 파괴될 우려가 있는 각막 내피 세포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이후 수술 도구가 들어갈 수 있도록 2.75mm정도 절개한 후 수정체낭 앞부분 일부를 원형으로 절개한다. 그런 다음 초음파로 백내장이 생긴 수정체를 4등분으로 쪼개고 제거한다. 수정체를 다 제거한 후 점탄 물질과 인공 수정체를 삽입한다. 최근에 사용하는 인공수정체는 말랑말랑해서 접을 수 있는 ‘접힘 인공 수정체’이므로 절개부위를 작게 해도 삽입할 수 있다. 절개 부위도 작아 수술 후 봉합할 필요가 없고, 따라서 시력 회복이 빠르다. 수술 시간도 15분이면 된다. 준비 시간까지 합해도 1시간 내외다.

인공 수정체의 수명은 얼마나 되는가?
인공 수정체는 모두 국제적으로 공인된 것으로 심한 충격 등으로 이탈되거나 도수가 맞지 않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평생 바꿀 필요가 없다.

ⓒ그림 윤진경


백내장이라면 무조건 수술을 받아야 하는가?
노인성 백내장은 65세 성인 10명 중 9명에게 발생하는 매우 흔한 안질환이다. 그렇다고 모두 수술받을 필요는 없다. 일반적으로 시력이 0.5 이하면 수술을 고려한다. 심하지 않은 경우에는 약물로 치료하면서 경과를보는 것이 좋다.

백내장이 없으면서 오래전부터 잘 안 보이는 경우, 몸이 수술을 받기에 너무 약한 경우, 시력 장애가 심하지 않은 경우에는 약물치료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실제로 수술 없이 약물만으로 수십년 동안 백내장 진행을 막으면서 생활하는 환자도 있다. 하지만 시력이 0.5 이상이라도 일상 생활에 지장을 받을 정도로 불편함을 느끼면 수술을 받아야 한다.

수술 후 종전 시력을 되찾을 수 있나?
그렇다. 하지만 오해할 소지가 있어 분명히 해둘 것이 있다. 안경을 쓰던 사람이 백내장 수술을 받으면 안경을 쓰지 않을 정도로 시력이 회복되는 것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있다. 물론 안경처럼 도수가 있는 인공 수정체를 사용하면 시력이 다소 좋아지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백내장 수술을 받은 모든 환자들이 안경을 벗을 만큼 시력이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쉽게 말하면 수술 자체가 혼탁해진 카메라 렌즈를 깨끗하게 하는것이지 고성능의 렌즈로 바꾸는 것은 아니다.

수술 결과는 어떤 식으로 나타나나?
노화로 수정체가 혼탁해지는 노인성 백내장의 경우 반드시 시력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므로 시력이 좋은 사람은 수술을 받을 필요가 없다. 다만, 다른 전신 질환 또는 안과 질환이 있거나 70세 이상 고령이라면 수술결과가 만족스럽지 않게 나올 수 있다. 눈에 출혈이 생기거나 수술 전보다 시력이 더 나빠지는 경우도 있다.

햇빛이나 외부와의 충돌 등으로 생긴 외상성 백내장 환자는 망막에 손상을 입은 경우가 많다. 이때는 백내장 수술을 해도 시력이 원상태로 회복되지 않는다.

백내장을 노안처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사람이 적지 않다.
백내장을 노안으로 착각하는데 사실은 엄연히 다르다. 건강한 수정체는 멀리 있는 물체를 볼 때 얇아지고 가까운 물체를 볼 때 두꺼워져서 빛굴절을 조정한다. 노안은 수정체의 탄력이 떨어져 가까운 물체를 또렷이볼 수 없게 된 것을 말한다. 백내장은 수정체 자체가 혼탁해진 것이다.

백내장 수술을 쉽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데 매우 까다로운 수술이다.
비닐의 몇 분의 1도 되지 않는 두께의 수정체낭에서 정교한 수술을 해야하는 어려운 작업이다. 수정체낭에는 거미줄보다 가는 조뉼(zonule)이라는 줄이 매달려 있다. 수정체낭이 찢기거나 조뉼이 끊어지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수정체를 부수어 빼내고 그 자리에 인공 수정체를 삽입해야 한다.

당뇨 환자는 수정체낭 두께가 더욱 얇아 수술이 매우 어렵다. 수술 과정에서 수정체낭이 손상되면 수정체가 유리체로 빠지는 등 복잡한 문제가 발생한다. 많은 안과 의사들이 건강한 사람이나 나이가 한 살이라도 젊은 사람에게 백내장 수술을 권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아무래도 수정체가 덜 굳어 수술을 더 안전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백내장 수술 후 시력이 좋아졌다는 사람도 있다.
노인성 백내장의 경우 수정체 내부 중앙 부위, 즉 수정체 핵의 단백질이 딱딱해지고 뿌옇게 된다. 수정체의굴절이 심해져 근시 상태가 되면서 신문 글씨를 잘 보지 못했던 사람이 수술을 받은 후 잘 볼 수 있어 좋아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이는일시적인 현상이므로 빨리 병원을 찾아야 한다.

최근 백내장 환자의 특징은 무엇인가?
백내장의 주 발생 연령이 70대인데 최근 40대 발병이 늘고 있다. 뚜렷한 원인은 알 수 없지만 외상에 의한 것으로 추정된다. 자신이 인식할 만한 외상이 아니라 눈에 티가 들어가거나 넘어지거나 부딪쳐 상처를 입는경우다. 또, 강한 햇빛 아래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백내장이 많이 발생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호르몬제와같은 약물을 사용하는 것도 젊은 백내장 환자가 많아진 원인으로 보인다.

물속에서 깜박거리면 침침하던 눈이 시원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수돗물이 소독된 물이 아니므로 물속에서 눈을 뜨는 것은 안구 건강에 결코 좋지 않다. 눈물에는 눈 건강에 필요한 여러 가지 항체와 효소가 들어 있는데 물이 이를 씻어내면 일시적으로는 시원하게 느끼지만 결국 만성 충혈 등 안질환이 생긴다. 그런데 한 가지 알아야 할 것이 있다.

노인성 백내장은 안경 없이 잘 볼 수 없었던 신문의 작은 글씨가 어느 순간 잘 보이게 된다. 그러면 눈을 씻는 습관 때문이라고 맹신하며 자주 눈을 씻는다. 결코 바람직한 습관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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