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도 안 먹고 김칫국 마시나
  • 김세원 편집위원 ()
  • 승인 2008.08.05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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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Z ‘관광’ 놓고 강원도-경기도 기싸움 북한 동참 없이 실현 불가능해 현실화 요원
▲ PLZ(평화와 생명의 공간) 관광 상품화 취재를 위해 중서부 전선을 방문한 기자단이 철책선을 걷고 있다. ⓒ뉴시스

군사분계선에서 남북으로 각각 2㎞ 폭에 전체 길이 2백48㎞, 면적 9백7㎢, 인구 65만6천명. 행정구역상으로 인천·경기·강원 등 3개 시·도와 15개 시·군에 걸쳐 있는 비무장지대(DMZ)는 냉전의 역사가 담긴 인류의 유산이자 군사적 대치 상황이 계속되고 있는 세계 유일의 분단 현장이다. 그런가 하면 수십 년간 인적이 끊긴 비무장지대에는 흰꼬리수리, 쇠기러기, 재두루미, 고라니, 저어새 등 희귀동식물 1백46종을 포함한 2천7백16종의 동식물이 서식하고 있어 세계적인 생태 자원의 보고로 꼽힌다.

분단의 아픔을 간직한 비무장지대와 주변 지역이 전인미답의 관광지로 떠오르고 있다.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건으로 남북 관계가 급랭한 가운데 비무장지대 관광 시장 선점을 위한 강원도와 경기도 간의 경쟁이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다.

강원도 “DMZ를 한민족 평화 지대로 만들겠다”

김진선 강원도지사는 지난 7월29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한국DMZ 평화포럼 기자간담회를 열어 DMZ를 한민족 평화 지대로 만들고 DMZ 자원을 남북 공동으로 이용하며 글로벌 마케팅을 통해 세계 명소화를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먼저 강원도는 한민족 평화지대 구축을 위해 금강-설악권을 국제관광자유지대로 조성하는 작업에 나설 예정이다. 즉, 설악권과 양양공항 일대를 ‘관광 자유 투자 지역’으로 조성하고 원산·강릉을 배후 지역으로 하는 ‘국제 관광 자유 지역’으로 확대해나간다는 복안이다. 또 철원 접경 지역 내에 남측의 자본과 기술, 북측의 노동력을 활용한 ‘평화산업단지’를 조성하고 ‘평화시’ 도시 건설 계획을 수립해, 남북 관계의 진전에 맞춰 철원에 통일을 전후해 4단계로 평화시를 조성해 나갈 계획이다.

강원도는 DMZ 자원의 남북 공동 이용 및 관리 계획도 수립했다. 평화의 댐과 금강산댐 간의 수자원 공동 이용을 통해 북한강 수계의 물 부족 현상을 해소하고 수로를 복원해 금강산 관광루트로 활용할 계획이다. 북강원 통천에서 삼척에 이르는 동해안 해안도로를 관광용으로 꾸밀 예정이다. 남북 해양 협력 사업으로는 동해 연안의 휴전선 남북 20㎞ 수역을 ‘평화의 바다공원’과 ‘남북 공동 조업 구역’으로 설정해 수산 자원을 공동으로 이용할 계획이다. 북강원 통천의 총석정에서 삼척의 죽서루까지 관동팔경을 잇는 동해안 해안도로를 조성해 독일 남부의 ‘로맨틱 가도’에 버금가는 세계적 명소로 꾸밀 것이라고 한다.이밖에 DMZ 일대에 생태공원 개념의 태양광·열에너지 단지를 조성하며 철원 지역 ‘궁예 도성’을 복원하고 DMZ로 경작이 중단된 ‘평강 평원’을 남북 공동으로 개발하는 방안을 모색할 방침이다. 아울러 DMZ를 세계적 명소로 만들기 위해 이 지역의 생태환경과 역사 문화를 조사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록하고, DMZ 내에 유엔 대학연구소를 설립해 DMZ의 브랜드화를 추진해나가기로 했다.

김지사는 이를 위해 8월 중에 ‘강원도 DMZ 관광청’을 설치하고 9월에는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 미국대사와 로버트 스칼라피노 버클리 대학 교수 등 세계 석학들이 참석하는 ‘한국 DMZ 평화포럼 2008 국제 컨퍼런스’를 서울에서 개최하기로 했다. 그러나 김지사는 이 문제를 북한과 논의해 동의를 얻었느냐는 질문에 대해 “궁예 도성 복원이나 평화 산업단지, 금강-설악 관광 자유 지대 조성 등은 2000년부터 북측의 민족화해협의회 등에 제안해 아이디어 자체는 좋다는 반응을 얻었으나 남북 간에 발생한 현실적인 문제들로 인해 결론이 나지는 않았다. 장기적으로 시간을 두고 논의해야 할 문제다”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강원도는 비무장지대 관광 상품을 개발하기 위해 7월18일 롯데관광개발(주)과 업무협약을 맺고 DMZ 관광 상품 개발과 홍보 및 판매망 공동 구축을 통해 2010년까지 외국인 1만5천명 등 총 7만명의 관광객을 유치할 계획이다. 실제로 일본 오사카의 한국어학원 수강생 20여 명이 7월17일부터 사흘간 강원도를 방문해 철원에서 군부대 생활을 체험하고 제2 땅굴, 평화전망대, 노동당사 건물 등을 돌아보았다. 강원도 관계자는 지난 6월 나고야에서 열린 강원관광설명회에 참석한 80여 개의 한국어학원이 DMZ 관광을 희망했다고 전했다.

경기도는 강원도보다 한 발짝 앞서 비무장지대와 민통선(군사분계선에서 남북으로 15㎞ 이내의 민간인 통제구역) 관광에 눈을 돌렸다. 경기도는 지난 2월 경기개발연구원과 공동으로 ‘DMZ일원 평화생태공원 조성과 협력 체계 구축’ 심포지엄을 개최하고 동북아 관광객 6천5백만명 유치 전략의 일환으로 DMZ와 주변지역에 대규모 관광단지 개발, 자연 친화적 휴양 레저 시설 확충 등 문화 관광 추진 계획을 수립했다. 지난 6월에는 민간인통제구역인 파주시 장단면 도라산 주변 10만여 ㎡에 1백10억원을 들여 평화와 통일을 염원하는 도라산 평화공원과 공원 내 3만1천여 ㎡에 통일의 숲을 준공했다. 2003년 착공한 지 5년 만이다.

평화공원은 평화를 상징하는 조형물과 조각품, 7천2백46㎡ 넓이의 생태 연못, DMZ자연생태 전시관 등을 갖추고 있으며 통일의 숲은 통일동산·평화동산·화합동산으로 구성되어 있다. 눈앞에 개성공단이 펼쳐지고 판문점과 인접한 도라산 평화공원은 도라산역과 도라전망대, 제3땅굴, 통일촌 등의 기존 안보관광지와 함께 새로운 관광 명소로 떠오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경기도 2청은 7월14일 ‘DMZ 평화생태공원 조성 및 생태 관광 개발을 위한 연구 용역 중간보고회’를 갖고 우선 DMZ 남측 지역에 평화생태공원을 조성한 뒤 공통생태연구소 등을 통해 북측과 단계적으로 연계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현재 한강 하구, 임진각 일대, 태풍전망대 주변 등 3곳을 평화생태공원 후보지로 정했으며 남북생태연구소가 들어설 지역은 남측 대성동 마을과 북측 기정동 마을이 검토되고 있다. 장기적으로 민간인통제구역과 DMZ를 통해 양측을 묶어 평화생태관광 특구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경기도 2청은 DMZ 개발을 위해 오는 10월 전문가 초청 국제 심포지엄을 개최할 계획이다.

▲ 김진선 강원도지사가 ‘한민족 평화 지대’ 구축 추진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기도, DMZ 남측 지역에 평화생태공원 조성 계획

이와 함께 지금까지의 보는 관광을 탈피해 체험 관광으로 인식을 전환해 서바이벌게임, 무기·병영체험, 철책선 따라 걷기, 실향의 한, 군복무 추억 등 가족 단위의 관광 상품을 개발·운영할 계획이다. 이밖에도 DMZ 관광 상품 개발에도 주력해 고구려 유적지와 DMZ 민통선 안보관광을 접목시킨 고구려 재발견과 DMZ 대탐방 상품도 지속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한편 한국관광공사는 지난 5월 중국 유력 여행사 사장단과 일본 언론인을 대상으로 한 ‘경기도 DMZ 철책선 걷기’, 중국 6대 여행사 사장단 및 상품 개발자들을 대상으로 한 강원도 철원-양구 지역 DMZ 팸투어 및 워크숍을 개최했다. 6월21~25일에는 홍콩의 12개 여행사를 대상으로 강원도 및 금강산 팸투어를 진행했다. 한국관광공사는 강원도와 경기도 접경 지역 10개 시·군과 공동으로 평화생명지대(Peace Life Zone) 관광자원화 방안 수립을 위한 용역을 상반기에 끝낸 바 있다.

그러나 비무장지대와 관련된 각종 개발 구상이나 관광은 북한의 동참 없이는 사실상 실현이 불가능하다. 게다가 경원선과 경의선 철도 복원을 비롯한 교통망 정비, 숙박 등 관광 편의시설의 확충, 남북이 비무장지대에 매설해 놓은 엄청난 개수의 지뢰 제거에 드는 천문학적 비용 마련 등 난제가 산적해 있다. 군사시설 보호 구역 해제 등 규제 완화와 군부대와의 유기적인 협조, 비무장지대 개발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는 강원도와 경기도, 인천시 간의 공조 문제도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중앙 정부 차원의 행정·재정적 지원과 현안 조정이 시급한 까닭이 여기에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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