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 풀린 ‘미국의 별’ 흔들흔들
  • 로스앤젤레스·진창욱 편집위원 ()
  • 승인 2008.08.12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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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2년 반 동안 급팽창한 스타벅스, ‘미국 내 매장 6백개 폐쇄와 직원 1만2천명 감원’ 발표
▲ 지난 4월8일 스타벅스의 최고 경영자인 하워드 슐츠 회장이 시애틀의 스타벅스 1호점에서 열린 새 메뉴 출시 기념 행사 도중 박수치고 있다. ⓒAP연합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부동산 임대업을 하는 피터 제이 씨는 최근 미국 언론들이 보도하는 커피전문점 스타벅스의 경영손실과 대규모 구조 조정 계획을 접하면서 안도했다. 그는 2년 전 2백40만 달러를 들여 스타벅스가 입주한 부동산을 구입해 임대업을 하려다가 포기했다. 당시 주변 사람들로부터 미국에서 가장 뜨는 사 업체였던 스타벅스를 버린 것이 잘못된 판단이 아니냐는 소리를 듣기도 했다.제이 씨가 당시 네바다 주 라스베이거스와 애리조나 주 피닉스, 텍사스 주 휴스턴 등 여러 곳의 스타벅스 신규점을 둘러본 뒤 사업 포기 결정을 한 이유는 단순했다. 스타벅스가 너무 흔하다는 것이었다. 라스베이거스의 경우 기존 스타벅스점에서 100m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다른 점포가 새로 문을 열어 영업을 하고 있는 것을 보고 본사 경영 전략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지금 그런 판단이 옳았음을 절감하고 있다.

워싱턴 주 시애틀에 본사를 둔 스타벅스는 앞으로 미국 내 기존 매장6백개를 폐쇄하고 직원 1만2천명을 감원한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앞으로 세우기로 한 신규점 규모를 9천개에서 8천개로 줄이기로 했다. 스타벅스가 월스트리트에 상장한 지 15년 만에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면서 주가가 전성기의 절반으로 추락해 14달러 선에 머무르고 있는 데 따른 불가피한 조치다. ‘하늘에는 별이 있고 미국에는 스타벅스가 있다’라는 이전의 우스갯소리가 ‘하늘의 별은 그대로 있고 미국의 별은 추락하고 있다’로 바뀌고 있다.

스타벅스는 시애틀을 기반으로 1971년 창업해 1984년 일 지오날레 커피 바를 경영하던 하워드 슐츠에게 팔렸다. 슐츠는 회사 이름을 스타벅스로 바꾸고 매장을 1백95개로 늘리면서 확장을 시도한 것이 주효해1992년 월스트리트에 이름을 올렸다.스타벅스는 월가 상장 이후 급격한 성장을 거듭해 현재 미국 내 1만1천5백개를 비롯해 유럽·아시아·오스트레일리아 등 세계 각국에 1만6천개가 넘는 매장을 거느리고 있다. 특히 지난 2006년 초 이후 전체 매장의 70%가 경쟁적으로 문을 열었다. 최근 2년 반 동안은 하루에 3개 꼴로새 매장이 생길 정도로 팽창을 거듭해 세계가 경탄의 시선을 보냈을 정도다.

“기름 값 상승으로 커피 수요 줄어든 탓” 분석

스타벅스의 2007년 총 매출액은 94억 달러(약 9조5천억원)로 영업이익 10억5천만 달러, 순익 6억7천만 달러를 기록했다. 전세계 총자산 규모는 53억 달러, 순자산은 23억 달러에 달한다. 지난해 말 전체 종업원수는 1만7천명이 넘었다. 스타벅스의 성공을 연구한 템플 대학의 브라이언트 사이먼 교수는 스타벅스의 이같은 성장을 모조(mojo), 즉 마법이라고 불렀다.

스타벅스는 지난 4~6월 경영 실적이 9% 성장, 24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으나 이는 기대치에 못 미치는 수치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실적을 경영이익으로 환산한 결과, 지난해 같은 기간 1억5천8백만 달러의 순익에서 올해 6백70만 달러의 적자로 나타났다. 매출은 늘었으나 이 정도로는 구조 조정에 따른 비용 1억6천7백70만 달러를 보전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적자로의 전환은 스타벅스 총 매출의 76%를 차지하는 커피 판매가 줄어든 데 근본 원인이 있다. 하워드 슐츠 회장은 스타벅스의 매출 부진에 대해 최근 미국의 경기 침체로 인해 커피 소비가 줄어든 탓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추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 슐츠 회장은, 장기 손익 개선을 위해 구조 조정이 불가피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경영이 부실한 스타벅스 매장을 우선폐쇄 조치한다고 밝혔다.

슐츠 회장의 이같은 설명에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들은 많다. 미국 사람들의 발이나 다름 없는 자동차의 휘발유 가격이 갤런당 4달러로 오르면서 소비가 위축되고 있는 마당에 커피를 줄이는 것은 당연하다고 공감한다. 스타벅스에 비판적이던 사람들은 이런 경영 부실이 이미 예고된것이라는 주장을 편다. 웬만한 커피점의 커피 한 잔 값이 2달러를 넘지 않는데 스타벅스는 한 잔에 4달러를 받아 사실상 폭리를 취해왔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 7월29일자로 점포 폐쇄를 단행한 한 스타벅스 매장에 안내문이 걸려 있다. ⓒEPA

경쟁 업체의 약진에다 ‘특유의 희귀성’이 사라진 것도 위기 원인

맥도날드와 던킨 도너츠가 상대적으로 값이 싸면서 맛도 좋은 커피를 개발해 강력한 경쟁자로 떠오른 현실도 스타벅스에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피터 제이 씨의 말처럼 우후죽순으로 늘어난 스타벅스 매장이 서로경쟁을 벌이면서 제살 깎아먹기를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와 함께 스타벅스가 커피뿐만 아니라 커피와 직접 관련이 없는 다른 분야의 사업을 시도한 것도 부실 경영의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스타벅스는 전세계 커피매장을 이용해 커피 외에 다른 아이템을 팔아보고자 했다. 음악 CD와 영화 DVD를 직접 제작해 각 매장에 진열했다. 다른 회사의 CD와 DVD를 가져다 판 것이 아니라 직접 음악과 영화 산업에 진출한 것이다. 휴대전화 등 무선통신 사업에도 손길을 뻗쳤다. 그러나 모두 실패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스타벅스 전문 학자로 불리는 사이먼 교수는 다른 분석을 내놓고 있다. 스타벅스가 창업 15년만에 위기를 맞게 된 이유는 스스로 자신의 마법, 즉 모조(Mojo)를 깼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스타벅스가 미국 사회에 혜성처럼 등장했던 1990년대 초 스타벅스 커피는 미국 중산층의 상징으로 불렸다. 스타벅스가 개발한 깊고 풍부한맛의 커피와 고급을 지향하는 중산층들을 매료시킨 매장 인테리어, 그리고 시중 커피 값의 2배에서 3배에 이르는 비싼 가격은 아무나 마시는 커피가 아니라는 이미지를 만들어놓았다. 스타벅스 매장 안에 앉아 커피를 마시면서 자신이 중산층임을 확인하고, 스타벅스 로고가 선명한 일회용 컵을 들고 거리를 걷는 것이 하나의 멋으로 통했다. 스타벅스의 이런 이미지는 소득 수준이 낮은 사람들도 스타벅스를 찾게 만들었다. 스타벅스에서 나름대로 신분 상승의 기분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스타벅스 커피는 이제 저소득층 거주 지역에까지 파고 들어가 대중화했고, 그렇게 되면서 특유의 희귀성도 사라졌다. ‘모조’ 상실을 자초한 것이다. 사이먼 교수는 스타벅스의 위기는 상품의 문화적 희귀성을 스스로 파괴한 대가라고 평가했다. 커피에 포퓰리즘을 접목하려 했다가 스타벅스가 뿌리째 흔들리는 시련을 겪게 되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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