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아성’ 흔들리고 조ᆞ중ᆞ동 쩔쩔매다
  • 감명국 (kham@sisapress.com)
  • 승인 2008.08.19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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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매체/영향력 1위 KBS 신뢰도 한겨레 이어 2위, 열독률은 조선일보 1위…인터넷 포털의 ‘대반란’에 ‘5대 매체’ 체제 허물어져

전세계적으로 존경받는 석학 노암 촘스키는 저서 <세상의 권력을 말하다>에서 현대 사회의 3대 권력으로 정부·대기업·언론 권력을 꼽으며, “정부 권력에 대한 감시 비판 기능을 해야 할 언론이 제 기능을 못한 채, 3대 권력이 서로 야합하는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다”라고 비난했다. 물론 그의 공격 대상은 미국이지만, 전세계 언론인에게 커다란 울림을 던져주고 있다. 촘스키의 충고는 권력에 대한 비판과 감시라는 언론 고유의 기능이 갖는 무게감을 새삼 느끼게 한다. 권력에 대한 견제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언론에 대한 비판과 감시의 기능은 시민사회의 몫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래서 오늘날의 사회학자들은 ‘제4의 권력’이라는 언론에 맞서 시민사회를 ‘제5의 권력’으로 규정하기도 한다.

<시사저널>이 매년 국내의 오피니언 리더들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여론조사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의 언론 분야 결과에는 제5의 권력인 시민사회의 의중이 잘 드러난다. 특히 올해 조사 결과는 지각변동으로 표현될 만큼 기존의 질서를 흔들어놓고 있다.

▲ 지난 7년 동안 조선일보와 박빙의 격차를 보이며 선두를 유지해왔던 KBS(위)가 올해 영향력 조사에서는 약 10% 차이로 1위를 고수했다. ⓒKBS 제공

영향력ᆞ신뢰도 떨어진 조선일보, 열독률에서 체면 살아

최근 KBS와 YTN의 사장 교체 파동, MBC <PD수첩> 파문, 인터넷 규제 관련 법안 발의 등으로 방송과 인터넷이 현 정부 권력과 본의 아니게 전쟁 아닌 전쟁을 전개하고 있다. 10년 만에 재탄생한 보수 정권의 첫해를 맞는 2008년의 조사 결과에서는 그래서 몇 가지의 특징적인 변화가 확연하게 나타나고 있다.

첫째는 KBS의 위상 변화다. KBS는 지난해 처음으로 언론매체 영향력과 신뢰도에서 모두 1위를 차지했다. 2000년대 이후 자타가 공인하는 ‘가장 영향력 있는 매체’로 자리매김해온 KBS이지만 신뢰도는 항상 영향력을 따르지 못했다. 그런 면에서 지난해 본지 조사 결과에 대해 KBS측은 “무엇보다도 신뢰도를 인정받았다는 것에 대단한 의미가 있다”라고 반가워했다. 하지만 KBS의 신화는 1년을 채 버티지 못했다. 올해 영향력, 신뢰도, 열독률 세 부문으로 나눠서 순위 조사를 한 결과, KBS는영향력에서만 1위를 지키는 데 그쳤다. 신뢰도에서는 한겨레가 다시 1위를 탈환했다. 올해 처음 조사를 실시한 열독률에서는 조선일보가 1위였다. KBS는 이 두 부문에서 모두 2위에 자리했다. 이는 최근의 KBS 사태와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정연주 전 KBS 사장의 퇴진을 둘러싼 내분이 공영방송 신뢰도에 타격을 준 결과라는 것이다.

두 번째는 네이버와 다음으로 대표되는 인터넷 포털 사이트의 대반란을 들 수 있다. 이제 그들은 더 이상 미디어의 변방, 언론의 이단아가 아니다. 그들은 그동안 KBS·MBC 등 양 방송사와 조·중·동이 구축하고 있던 ‘5대 매체’ 체제의 견고한 철옹성 구도를 여지없이 허물어뜨리고 있다. 이미 영향력 순위에서는 중앙·동아일보를 제치고 5위 안에 입성했다. 포털 사이트의 최대 숙제인 신뢰도에서도 양사는 나란히 8, 9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열독률에서도 무난히 10위권 내에 안착했다(43쪽 상자기사 참조).

세 번째 특징은 조·중·동의 뚜렷한 퇴조 현상이다. 조선일보는 그동안 영향력 순위에서 KBS와 박빙의 접전을 벌여왔다. 2005년에는 1.2% 포인트 차였고, 2006년에는 0.9% 포인트 차까지 좁혀졌다. 그러던 것이 지난해 조사에서는 4.4%로 벌어지기 시작하더니 올해는 약 10% 포인트 가까이 더 벌어졌다. 특히 매년 하락세가 뚜렷해지고 있다. 2005년 59.1%에서 2006년 55.6%, 2007년 54.8%로 떨어지더니 올해 들어 급기야 처음 50%대 이하로 떨어졌다.

비단 조선일보만의 위기가 아니었다. 동아일보와 중앙일보도 동병상련의 처지를 맞고 있다. 양사는 그동안 KBS·MBC·조선일보 등 이른바 ‘빅 3’와 함께 부동의 ‘5대 매체’군을 형성해왔다. 4위 자리를 놓고 벌이는 양사 간의 불꽃 튀는 경쟁이 매년 관심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 처음 ‘5대 매체’ 구도가 허물어졌다. 양사는 6, 7위로 각각 두 계단씩 동반 추락하며 5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 한 시민이 조선일보 사옥 인근의 신문 게시판에서 기사를 보고 있다 ⓒ시사저널 황문성

매년 급성장한 네이버ᆞ다음이 동아ᆞ중앙 밀어내고 4ᆞ5위 올라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 매체’ 순위 조사에서 KBS는 59.7%로 1위, 조선일보는 49.9%로 2위, MBC는 45.2%로 3위를 해 각각 지난해 순위를 유지했다. 동아일보(14.4%)와 중앙일보(14.2%)는 지난해에 비해 각각 3.1% 포인트, 6.3% 포인트가 하락하며 6, 7위로 밀려났다. 대신 그 자리를 치고 들어온 것은 인터넷 포털 사이트인 네이버와 다음이었다.

본지 조사에서 포털의 대표 주자인 네이버와 다음이 처음 20위권 안에 이름을 올린 것은 2003년이었다. 이후 꾸준히 10위권 밖에서 진입을 노리다가 2006년에 동시에 입성했다. 네이버가 6위(10.0%), 다음(3.0%)이 10위였다. 이후 매년 성장세는 위협적이었다. 네이버는 지난해 14.7%(6위)에 이어 올해 18.6%로 4위까지 치고 올라왔다. 다음의 성장세는 더 가파르다. 지난해 4.4%(10위)였던 것이 올해 무려 18.0%(5위)로 올랐다. 어떻게 보면 올해 영향력 조사의 최대 주인공은 다음이라고 해도 무방할 듯하다. 이같은 현상은 최근의 촛불 정국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 조사 대상군 가운데 언론인(73.0%), 행정 관료(71.0%), 기업인(63.0%), 금융인(62.0%) 등이 KBS의 영향력을 전체 평균보다 더 높이 평가했다. 반면 교수(69.0%), 정치인(61.0%) 그룹은 조선일보를 영향력 1위로 꼽았다. 법조인과 금융인, 사회단체, 문화예술인, 종교인 등은 신문 매체를 제치고 KBS와 MBC를 나란히 영향력 1, 2위로 평가하기도 했다. 특히 사회단체 그룹에서는 MBC가 49.0%로 KBS와 공동 1위에올라 이채를 띄었다.

최근 몇 년간 꾸준히 10위권 안에서 하위권을 점유하고 있는 한겨레·SBS·오마이뉴스는 올해도 변함없이 8~10위를 차지하고 있다. 세 매체는 지난해 나란히 7~9위를 차지했지만, 올해는 인터넷 포털의 반란에 밀려 한 계단씩 순위가 하락했다. 하지만 한겨레의 경우 매년 10% 이하에 머물렀으나 올해 조사에서는 14.0%로 상승하며 동아·중앙일보에 근접했다. SBS(7.9%)와 오마이뉴스(3.9%)는 지난해와 같거나 조금 떨어졌다.
이 밖에도 11위에서 20위까지의 순위를 보면, 경향신문, YTN, 매일경제, 한국일보, 야후, 연합뉴스, 프레시안, 한국경제, <시사저널>, MBN 등의 순으로 이름이 올라 있다.

지난해와 비교해볼 때 큰 변화는 없었으나, 문화일보와 CBS가 20위권 밖으로 밀려나고 대신 <시사저널>과 MBN이 그 자리를 채웠다. 또한 경향신문의 상승세가 뚜렷했다. 경향신문은 지난해 0.6%로 15위였으나 올해는 3.5%로 10위권 턱밑까지 올라왔다.

‘가장 신뢰하는 언론 매체’ 순위 조사에서도 예년에 비해 큰 변화가 나타났다. 한겨레는 지난해 23.7%로 2위로 밀려났으나, 올해 28.7%로 다시 1위를 재탈환했다. 최근 KBS 사태에 영향을 입은 바도 있겠지만, 5% 포인트 상승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KBS는 27.0%로 1위 자리를 내주며 다시 2위로 내려왔다.

▲ 가장 신뢰하는 매체로 떠오른 한겨레의 사옥 ⓒ시사저널 임영무

신뢰도 조사에서 MBCᆞ경향신문 두각…포털 신뢰도 상승도 두드러져

신뢰도 순위는 ‘5대 매체’ 구도에도 지각변동을 몰고 왔다. 그동안 매년 신뢰도 조사에서 5위권 안은 한겨레와 KBS·MBC·조선일보 등 ‘빅 3’가 석권하고, 나머지 한 자리를 중앙일보와 동아일보가 치열하게 경합하는 양상이었다.

하지만 중앙·동아일보는 올해 신뢰도 조사에서도 5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대신 그 자리에 치고 올라온 매체는 경향신문이었다. 경향신문은 16.9%로 지난해 7.4%에서 두 배 이상 올랐다. MBC의 상승세도 눈에 띈다. MBC는 지난해 14.6%의 신뢰도로 4위를 유지했으나 올해는 23.6%로 무려 9% 포인트나 상승하면서 조선일보를 제치고 3위로 뛰어올랐다. 특히 MBC는 선두 그룹인 한겨레, KBS와 거의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이어서 신뢰도에서 새로운 빅 3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조선일보(17.8%)는 신뢰도 조사에서 올해 처음으로 빅 3에서 밀려났다. 그나마 지난해보다 3% 포인트 상승한 것에 위안을 삼아야 했다.

이 밖에 10위권 내의 순위 변화를 보면 역시 네이버와 다음의 반란이 두드러진다. 양사는 각각 7.6%와 7.5%로 나란히 8, 9위를 차지했다. 네이버는 지난해 10위(4.2%)에서 두 계단 상승한 것이고, 다음은 14위(1.7%)에서 처음 10위권 내에 진입했다. 그동안 영향력에 비해 신뢰도는 그다지 인정받지 못했던 포털 사이트의 한계를 어느 정도 만회한 셈이다. YTN은 5.2%로 10위를 유지했다. 반면 SBS와 오마이뉴스가 올해에는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10위권 밖에는 한국일보, 매일경제, 연합뉴스, 국민일보, CBS, 한국경제, 문화일보, 내일신문 등의 대형 매체들과 함께 인터넷 매체인 프레시안, 민중의 소리, 포털 사이트 야후, 독립 매체인 <시사저널> <시사인> 등이 눈에 띈다.

올해는 영향력과 신뢰도 외에 ‘가장 열독·시청하는 언론 매체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새롭게 추가했다. 열독률은 특정 매체를 읽거나 보는 비율을 말한다. 이는 신문 혹은 방송의 매체력을 평가하는 주요 잣대가 된다. 이 조사에서도 빅 3의 위력은 뚜렷하다. 조선일보가 34.5%로 1위를 차지했다. KBS가 26.3%로 2위, MBC가 20.8%로 3위를 각각 차지했다. 인터넷 포털의 위력도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4위는 네이버로 18.0%이었다. 다음도 13.2%로 8위를 차지했다. 한겨레가 17.0%로 5위를 차지했고, 중앙일보(16.0%)와 동아일보(13.4%)는 6, 7위에 그쳤다. 9위는 경향신문(9.3%), 10위는 매일경제(7.5%)가 각각 차지했다. 열독률의 성격상 아무래도 방송이나 인터넷보다는 신문 매체의 순위가 다소 높게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권력에 비판적 기능을 수행하는 언론이 영향력도 증대” 입증

그 외에 SBS, YTN, 한국일보, 국민일보, 문화일보, 한국경제, 연합뉴스 등의 유력 언론사를 비롯해, 인터넷 매체인 오마이뉴스, 프레시안, 포털 사이트 야후, 독립 언론인 <시사저널> <시사인> 등이 20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원용진 서강대 신문방송학 교수는 “이번 <시사저널>의 조사 결과를 볼 때 권력에 비판적 기능을 수행하는 언론이 결국, 영향력 증대에도 긍정적 효과를 불러온다는 가설이 입증되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창현 국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는 “결국 어떤 매체가 좀더 국민의 목소리를 충실히 대변하려고 노력했는가 하는 점이 주요 판단 기준이 된 것으로 보인다. 그런 면에서 양 방송사와 한겨레·경향신문이 상승한 것은 상대적으로 조·중·동에 비해 그런 노력의 흔적이 더 많이 발견됐다는 인정으로 보인다. 포털 사이트의 상승세는 현대의 매체 발달 과정에서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고 보여진다”라고 밝혔다.


▲ 포털은 일방적이지 않고 피드백이 가능하다는 것이 강점이다.   ⓒ시사저널 황문성

인터넷 포털 사이트가 본격적으로 대한민국의 언론 매체 시장 장악에 나섰다. 아직도 포털 사이트를 언론으로 볼 수 있는가 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용진 서강대 신문방송학 교수는 “검색 기능만 수행하는 외국의 구글 사이트와는 달리 국내 포털 사이트는 뉴스 편집권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에 언론의 기능을 갖고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올해 본지의 언론 매체 영향력 및 신뢰도·열독률 조사 결과 포털 사이트의 약진은 상당히 위협적인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영향력 순위에서 네이버와 다음이 각각 유력 언론사들을 제치고 4위와 5위에 오른 것을 비롯해, 야후가 공동 15위, 네이트가 공동 21위에 올라 있다. 신뢰도 순위 조사에서도 네이버가 8위, 다음이 9위, 야후가 공동 19위에 각각 랭크되었다. 열독률 순위 조사에서는 네이버 4위, 다음 8위, 야후 15위, 네이트 공동 26위였다. 해외 사이트인 구글도 영향력 공동 21위, 열독률 공동 30위에 올라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에 대해 “상당히 주목할 만한 의미 있는 변화의 추세다”라고 평가하고 있다. 인터넷 포털이 아직까지는 견고함을 유지하고 있는 KBS·MBC·조선일보의 빅 3 구도마저 허물 날이 멀지 않았다고 보는 것이다.

이창현 국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는 그동안 파급 효과에 비해서 그 공정성과 신뢰도를 의심받던 포털이 이제 당당히 하나의 언론 매체로서 자리를 잡았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라고 평가했다. 원교수는 “포털의 상승 현상은 두 가지 관점으로 나눠서 볼 필요가 있다. 즉 하나는 포털이 신문과 방송 보도를 중개하는 기능이 있고, 또 하나는 댓글 게시판 토론 기능이 있다. 개인적인 견해로는 포털의 보도 중개 기능이 예년에 비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보면, 결국 오피니언 리더들은 후자 쪽에 더 집중하지 않았을까 생각된다”라고 밝혔다. 즉 일방적으로 내용을 전달하는 방송과 신문 기능에 비해 피드백이 가능한 인터넷의 기능이 플러스 알파로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그렇다면 이런 포털의 강세는 계속 이어질 수 있을까. 이교수는 “과거 방송이 신문에 비해 영향력을 인정받지 못했을 때 방송에서 신문 뉴스를 읽는 기능에만 그친다는 비판을 받은 적이 있다. 이후 방송은 자체 뉴스 생산력을 갖춤으로써 신문을 뛰어넘었다. 포털이 지금의 단순한 방송 및 신문사의 뉴스 전달 기능에만 그치지 않고 자체 뉴스 생산력을 갖춘다면 매체 발달의 흐름상 그 파장은 더 클 것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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