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화’ 꺼지면 앞날도 ‘깜깜’
  • 소준섭 (국제관계학 박사) ()
  • 승인 2008.08.19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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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을 계기로 ‘중화 부활’을 꿈꾸는 중국. 그러나 중국의 미래는 그리 밝지 않다. 양극화된 사회 구조는 폭동이나 혁명을 부를 만큼 위태롭기 짝이 없다. 민족 간 갈등과 환경오염 등 사회적 문제들도 불안 요인이다.

▲ 8월8일 베이징올림픽 개막식에서 어린이들이 각기 다른 소수 민족 복장을 한 채 오성홍기를 들고 메인 스타디움에 입장하고 있다. ⓒ신화통신



중국은 한 국가라기보다는 차라리 하나의 세계다. 러시아를 제외한 유럽과 중국 중 과연 어디가 더 클까? 45개국으로 이루어진 유럽이 한 나라에 불과한 중국보다 더 클 것 같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러시아를 제외할 경우 유럽은 4백90만㎢고, 중국은 9백57만2천9백㎢로서 중국이 무려 두 배 가까이 더 크다. 인구로 따지면 유럽은 1990년 기준 4억9천8백만명으로서 13억명인 중국에 훨씬 못 미친다. 유럽은 분열할 수 있는 최대한으로 분열한 상태인 반면 중국은 철저하게 통합된 상태로 볼 수 있다. 이러니 중국은 가히 하나의 세계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중국을 안다고 하는 것도 마치 ‘장님 코끼리 만지기’처럼 표면적이고 일면적일 수밖에 없는 경우가 태반이다.

중국인 한 명 한 명을 접촉해보면 대단히 합리적이고 타협적이라는 사실에 놀라게 된다. 그러나 집단에 포함될 때는 언제나 동일한 한목소리만 나오게 되고, 그것은 대부분 ‘중화주의’와 ‘애국주의’라는 민족주의적인 형태로 나타난다. 또한 중국은 자신들의 세력이 약할 때와 강할 때의 태도를 사뭇 다르게 표변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약세일 때는 한없이 겸손한 모습을 보이지만 힘이 생길 때면 강자로서 군림하는 모습을 과시하듯 보여준다. 이러한 모습은 우리로 하여금 자연 ‘중국 위협론’을 떠올리게 만든다. 자신들이 8이라는 숫자를 좋아한다고 해서, 그것을 길일(吉日)이라고 생각해 무더운 폭염의 8월8일 오후 8시에 개막식을 한 한 가지 사실로부터도 중국의 자기 중심적 사고방식을 충분히 엿볼 수 있다.

중국인은 ‘인간’으로 태어난 것이 아니라 ‘중국인’으로 태어난다. 중국인들은 자신들이 천하의 중심이며, 천하가 자신을 중심으로 움직인다는 확신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세계의 중심, 천하의 중심이 곧 중국이요, 자신들이 중국이라는 것이다. 그들은 청나라 말기부터 불과 100년의 최근세사를 제외하고 자신들이 항상 세계의 중심으로 군림해왔으며, 이제 곧 다시 그러한 천하의 중심으로서의 중국의 시대가 올 것이라고 믿는다.

‘선 성장 후 분배’ 경제 성장 방식이 극심한 소득 불균형 초래

그런데 오늘의 중국은 바야흐로 위기의 단계에 들어서고 있다. 그동안의 ‘선 성장 후 분배’ 경제 성장 방식이 결국 가진 자에게만 부가 철저하게 집중되고 가진 것 없는 빈자들은 영원히 부에 접근할 수 없도록 전형적으로 양극화된 사회구조를 만들었다. 구체적인 통계를 들어 설명해보자. 지니계수란 사회평등지수로서 완전 평등 사회는 0으로 표시하고 완전 불평등사회는 1로 표시한다. 중국의 경우 1978년 개혁 개방 이후 1980년대에 접어들면서 지니계수는 0.28이었는데 급속도로 악화되면서 1995년에는 0.38이었고, 1990년대 말에는 0.458에 이르렀다. 세계은행이 발표한 중국 경제 보고서는 2020년에는 지니계수가 0.474로 높아질것이라고 예상했다. 지니계수가 0.4를 넘으면 소득 불균형이 심각한 상황으로 판단하며, 0.45를 넘어서면 극심한 빈부 격차에 불만을 품은 세력들이 폭동이나 혁명을 일으킬 수 있는 수준이라고 평가될 정도다. 지역 간 격차도 심각하다. 중국의 동서 지역 간, 도농 간 소득 격차는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2002년 통계에 따르면 상하이의 1인당 소득은 4천9백15달러로서 최하위인 구이저우(貴州)의 3백50달러에 비해 무려 14배나 높다.

2003년 중국에서 1인당 연간 소득이 6백37위안(약 77달러)을 넘지 못하는 절대 빈곤 인구는 8천5백만명을 넘어섰다. 더구나 그 격차는 더욱 확대·심화하고 있다. 2000~02년에 상하이에서는 1인당 소득이 1천 달러 늘었으나 산시(山西)에서는 50달러, 후베이(湖北)에서는 80달러가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러한 사회적 상황을 반영해 대중들의 불만은 폭동으로 직접 표현되어 나타나고 있다. 최근 한 달 사이에 발생한 사건만 해도 적지 않다. 지난 7월28일 중국 남부의 구이저우(貴州) 성 웡안(甕安) 현에서는 주민 수만 명이 한 여고생의 사망 원인에 대한 조사에 의혹을 제기하면서 지방 정부와 공안 당국 청사를 공격하고 경찰차를 습격하는 폭동 사태를 일으켰다. 7월19일에는 고무나무 재배지인 윈난(雲南) 성 멍롄(孟連) 자치현에서 주민 약 4백명이 현지 기업에 대한 시위를 벌이던 중 경찰이 진압에 나서면서 유혈 사태를 빚어 주민 두 명이 사망했다. 같은 날 광시성 좡족자치구 친저우에서도 실업자와 농민 등 1천여 명이 생계 불안을 이유로 항의 시위를 벌였다.

한편 산시 성 푸구에서는 지난 8월5일 경찰의 강압 조사에 주민이 강력히 항의하며 충돌하는 사태가 발생했고, 저장(浙江) 성 위환(玉環) 현에서는 7월15일 임시 거류증 발급 문제를 놓고 담당자와 말다툼을 벌인 일용노동자가 구타당하자 분노한 동료 노동자 수백 명이 파출소에 몰려가 항의 시위를 하고 책임자의 구속을 요구하면서 오토바이 등을 파손했다. 7월11~13일에는 시위대가 1천명에 이르러 파출소를 포위하고 유리창을 파괴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더구나 갈수록 심각해지는 중국의 환경오염에 반발해 발생하는 집단 항의 및 충돌인 이른바 ‘집체성(集體性) 사건’도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2005년 환경오염으로 인한 이러한 집체성 사건은 무려 51만 건이나 발생해 커다란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민족 간 갈등과 충돌은 이미 알려진 바와 같다. 올해 4월 티베트에서 일어난 대규모 반중국 폭동과 신장 위구르족 자치구에서 계속되는 반중 독립을 위한 테러 사건들이 바로 그것들을 웅변하고 있다.

인근 국가들과 마찰 줄이고 소수 민족에게 자치 인정해줘야

중국이 대략 2백~3백년을 한 역사 주기로 합즉분, 분즉합(合則分, 分則合)의 흥망성쇠를 경험했던 사실에 비추어본다면 중국은 향후 짧게는 50년 길게는 100여 년 동안 합(合)의 상태를 유지할 수 있지만 그 뒤에는 분(分)의 상태에 돌입할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

중국도 중국의 특수성만을 강조하지 말고 인권, 환경 보존, 다양성의 인정, 민주주의 등 인류 역사의 산물인 인류의 보편적인 가치를 존중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동북공정에서 드러나듯 실익은 없고 인근 국가들과 불필요한 마찰을 초래하고 세계에 대해서도 명분을 잃는 협애한 민족주의를 극복해야 한다. 티베트족이나 위구르족에 대해서도 현재와 같은 강압적이고 일방적인 동화 정책이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자치를 인정해줌으로써 통합력을 제고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힘만이 능사가 아니다. 힘만으로 남을 굴복시킬 수 없다. 힘과 함께 반드시 필요한 것은 덕(德)이요 명(名), 즉 명분이다. 이것은 바로 인권과 민주주의 그리고 다원성 및 환경보호 같은 인류 역사의 산물인 보편 가치를 인정하고 담아내는 것과 함께 문화적 동화력을 갖추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한 길이 중국인들이 오매불망 잊지 못하는 천하의 중심 국가로 전진하는 유일한 지름길이며, 스스로 주창하는 ‘책임 있는 대국’으로서의 당연한 책무다. 중국이 자부심으로 내세우는 한나라와 당나라 시기에 바로 그러한 중국의 장점이 발휘됨으로써 명실상부한 세계적 강국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는 역사적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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