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끼 한 끼 ‘공양’하듯…
  • 조 철 (2001jch@sisapress.com)
  • 승인 2008.08.19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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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이 고발한 중국산 식품의 위험성과 절집 공양간이 들려주는 ‘대안’

몇년 사이 식품의 안전 문제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런 문제들은 식품 문화 전반에 대한 불신감을 조장하는 등 국민의 건강을 위협하는 악영향을 부른다. 게다가 우리 식탁은 식재료에서 국적을 잃은 지 오래다. 특히 중국산 가공 식품에서 오염 문제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2월 <시사저널> 제957호는 중국산에 완전히 점령당한 우리 식탁의 안전 문제를 집중 보도했다. 시중 대형 음식점에서 골목길 작은 식당까지 식재료는 온통 중국산으로 넘쳐났고, 학교 급식에서도 중국산이 빠지지 않았다. 김치, 갈비탕, 꼬리곰탕,마늘, 떡 등 값싼 중국산 천지였다. 국내에 유통되는 중국산 가공 식품의 유통 경로를 전방위로 취재한 결과, 식약청의 검사를 통과한 제품만 시중에 유통되는 것이 아니라 안전 검사를 받지 않았거나 성분이 전혀 검증되지 않은 밀수품과 보따리상들이 들여온 제품들이 대량 유통되고 있음이 드러났다.

이보다 앞서 일본의 시사 잡지 <보이스>는 2007년 11월호 ‘환경오염 대국 중국’이라는 특집 기사에서 중국산 수입 농산물의 위험성을 고발하며 대응책을 제시했다. 이 기사에서도 중국 식품 시장은 대부분 안전 기준은커녕 위생 관리도 전혀 되어 있지 않았다. 특히 가공 식품의 경우 출처가 불분명한 재료를 들여온 후 포장만 새로 해서 외국으로 수출하는 일도 빈번하다고 지적했다.

중국인이 직접 현장 보고로 중국산 식품의 위험성을 고발하기도 했다. 최근 출간된 <중국 식품이 우리 몸을 망친다>는 암보다 치명적인 중국산 식품의 정체를 밝히면서 “우리 입안으로 독이 들어오고 있다”라고 경고한다. 작가이자 구술사(口述史) 연구가인 저자는 “만약우리의 일상생활에서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꼭 필요한 먹고 마시는 문제가, 아주 큰 위험을 가지는 일로 변해버린다면, 우리 사회에 어떤 희망이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2년여에 걸쳐 ‘마약사범을 쫓는 것보다 더 위험했다’는 조사를 진행해 중국의 식품 안전 실태를 고발했다.

생장을 촉진시키기 위해 피임약이 투입된 양어장에서 길러진 생선들, 인체에 치명적인 클렌부테롤로 키워진 돼지고기, 공업용 소금으로 절여지는 반찬,사람의 모발에서 채취한 아미노산으로 제조된 간장, 허용치의 100배가 넘는 농약이 검출되는 채소등 장소와 종류를 가리지 않고 나열되는 내용들을 따라가다 보면, 식탁에 대한 공포가 서리처럼 내려 앉는다.

저자는 중국에 이런 오염 식품이 등장하게 된 배경으로 개방 후 유입된 자본주의의 왜곡된 부분과 부패한 관료층의 비도덕성 등을 들었다. 그런데 우리의 식탁을 오염시키는 ‘배경’은 어떤가. 오염 식품을 만들어낸 중국보다 그것을 알면서도 유통시킨쪽이 더 나쁘다. 장삿속에 무분별하게 수입한 그 오염 식품들을 비싼 돈 주고 사 먹는 국민은 뭔가. 아무리 큰 음식 관련 사건이 터져도 ‘안 먹으면 된다’는 관대한 처방전을 내리고는, 또 얼마 안 가 쉽게 잊어버리는 것이 우리들이다. 이런 ‘우매한’ 이들에게 대비책을 알려주는 곳은 농림수산식품부보다 주로 절이다. 환경뿐 아니라 먹을거리 문제의 해법을 불교에서 찾으려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아름다운인연 제공
‘소중히 여기는 마음’ 담은 밥상을 차려라

최근 <산사의 아름다운 밥상>을 펴낸 저자는 “제몸 위한답시고 비싼 돈으로 ‘쓰레기 음식’을 사 먹는 이 우매의 세상에 전하는 절집의 공양간 소식이 부디 기특한 보탬이 되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이 책은 하늘 같은 백성을 울리는 먹을거리의 위협에 대한 분노로 시작하지만 ‘엄마가 지어주신 밥상’을 차려 내며 위로한다. 저자는 자신이 30년 전 출가를 결심하고 찾았던 지리산 대원사부터 강원도 산꼭대기에 있는 흥덕사, 서울 한복판에 오똑하니 살아남은 동대문 안양암 등 전국 12곳 사찰의 공양간 풍경을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채 고스란히 담았다.

밥과 나물 반찬 서너 가지가 전부라 해도 그 안에는 자연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 사람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담겨 있기에 밥상 앞에서 경건해지지 않을 수 없다. 저자는 이런 마음들이 사찰 음식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예로부터 당연시해오는 마음을 절집 공양간이 남보다 조금 착실히 지켜오고 있을 뿐이라고 말한다. 각 가정에서도 이렇게 밥상을 준비한다면 중국산이든 미국산이든 무엇이 무섭겠느냐는 것이다.

공양간 찬가에 귀가 솔깃해지지만 마트에 가서 식재료를 골라야 하는 뭇 사람들로서는 따라 하기 힘든 일이기는 하다. 하지만 밥 짓는 정성 못지않게 재료 구하는 정성이 중요하다는 것을 아는 것 자체로도 이미 ‘다 된 웰빙 밥상’이다. 절간의 밥상처럼 준비하겠다면 중국산 가공 식품이 들어갈 여지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저자가 소개하는 산청 금수암 대안 스님의 ‘대안’이 위장을 편안하게 해준다.

“절집에서는 예나 지금이나 그 순리에 따라 밥상을 차린다. 제철 제 땅에서 나는 식물들만큼 사람의 몸에 맞춰진 비료는 없다. 그것만 제대로 챙겨 먹으면 건강은 만사형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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