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이냐, 병이 아니냐
  • 윤세창 (삼성서울병원 정신과 교수) ()
  • 승인 2008.09.01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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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운동 중독은 물론 일 중독, 휴대전화 중독, 인터넷 중독 등으로 병원 진료실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마약 중독이나 알코올 중독과 달리 이런 중독은 비물질 중독 또는 행위 중독이라고 불린다. 심지어 자극에 의한 중독이라는 의미의 자극 중독이라는 표현도 있다.

실제로 정보화 시대에 사람들은 웬만한 자극에는 눈길도 주지 않을 정도로 강하고 다양한 자극에 이끌리고 있다. 이종격투기와 같이 더 과격한 스포츠가 인기를 끌고 폭력, 섹스가 빠진 영화는 흥행에도 실패하기 일쑤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강한 자극으로 황홀감에 빠지면 중독이 된다는 것이다. 마치 마약 중독자가 마약을 끊으면 불안해하는 것처럼 금단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또 금단 증상을 없애기 위해 더 강한 자극을 찾는 악순환이 되풀이된다.

마약과 같이 강한 자극이 넘치는 현대 사회에서 사람들은 중독에 빠지기 쉬운 환경에 노출되어 있다. 그런데 이 중독은 병적인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를 구분해야 한다. 마약이나 알코올처럼 물질에 의한 중독은 거의 예외 없이 병적 중독에 해당된다. 그러나 최근 불거지고 있는 비물질 중독의 경우, 중독의 원인이 되는 행위 자체가 긍정적인 측면을 다분히 가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운동 중독이 대표적이다. 운동은 건강에 좋은 것임에 틀림없고 사회에 해를 끼치는 행위도 아니다. 따라서 이를 병으로 볼 것인지에 대한 문제는 여전히 논란거리다.

A는 대인기피 증상이 심해지면서 병적인 운동 중독에 빠진 경우다. B는 운동 중독이라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운동을 잘 활용하는 경우다. 중독이라고 해서 지레 경계할 필요는 없다. 다만 자신의 일상 생활과 사회 생활 등을 정상적으로 유지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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