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만든 또 하나의 ‘형님’
  • 김지영 (young@sisapress.com)
  • 승인 2008.09.01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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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과 이대통령 관계 정치적 ‘멘토’이자 이상득 의원과 50년 친구
▲ 지난 3월26일 청와대에서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왼쪽)의 임명식을 가졌다. ⓒ연합뉴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지난 6월3일 저녁 출입기자들과 함께 저녁식사를 했다. 술잔도 돌았다. 이 자리에서 최위원장은 “나와 대통령을 연관시키지 말아달라. 난 스스로 열심히 일하길 원한다”라고 말했다. 기자들이 이명박 대통령과 자신을 한데 엮어서 질문을 던지자, 다소 불만 섞인 투로 한 말이었다.

이미 알려진 대로 최위원장은 이대통령의 정치적 ‘멘토’다. 이대통령이 ‘형님’이라고 부를 정도의 실세다. 그럼에도 그는 기회 있을 때마다 “이미 MB(이대통령)는 대통령이 된 사람이다. 레벨 차이가 벌어져 멘토 역할이 사실상 어렵다”라고 연막을 피곤 한다.

그러면서 김영삼(YS) 전 대통령과의 만남을 소개한다. “YS가 대통령이 되기 전에 처음 만났을 때 나와 한 시간 동안 대화를 하면 내가 50분, YS가 10분을 얘기했다. YS가 대통령 당선인 신분이었을 때는 내가 40분, YS가 20분을 얘기했는데, 대통령이 된 지 6개월이 지난 시점에서는 내가 10분, YS가 50분을 말했다”라고 회고한다. 그러면서 한마디 덧붙이는 말. “국가 지도자(MB)가 수집하는 정보는 모든 사람을 위축시킬 정도다. 이미 MB에게 멘토 역할을 할 시기는 지났다.”

하지만 그의 행보를 보면, 여전히 ‘살아 있는 멘토’다. 최위원장은 이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과는 50년 친구다. 최위원장이 이대통령과 첫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지난 1970년대 후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상득 의원의 소개로 현대건설 이명박 사장을 만나 20년 동안 호형호제하고 있는 각별한 관계다.

대통령에게 스스럼없이 직언하고 ‘노’라고 말할 수 있는 인물

그렇다면 최위원장이 ‘국회의원 이명박’을 ‘대통령’으로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했던 것은 언제일까. 지난 4월 초 한 사석에서 그가 했던 말을 들어보자. “MBC <영웅시대>(이대통령을 주인공으로 2004년 방영된 드라마)가 사실상 MB를 대통령으로 만든 원동력이 되었다. MB가 갖고 있는 영포빌딩(서울 서초동 소재)에 처음 갔을 때, 빌딩 이름이 ‘영일군+포항’의 줄임말이라는 말을 듣고 ‘아, 이 사람이 고향을, 부모를 사랑하는 사람이구나’라고 느꼈다. 그때부터 무한한 신뢰가 싹텄다. 여기에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은 캄보디아에 갔을 때였다. 1966년 아시안게임을 했던 국가의 스타디움이 폐허가 된 것을 보면서 ‘경제 살리기가 매우 중요하고, 한 나라의 지도자를 잘못 뽑으면 이렇게 될 수 있구나’라고 새삼 느꼈다.”

여권에서는 현재 이대통령에 ‘노’(NO)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바로 최위원장이라고 보고 있다. 한나라당의 재선 의원은 “이대통령에게 스스럼없이 직언할 수 있고, ‘NO’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형인 이상득 의원과 최시중 위원장 정도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하나의 에피소드가 있다. 이대통령이 당선인 시절이었던 지난 2월, 북핵 문제로 남북 관계가 경색되어 있을 때다. 당시 이대통령은 최위원장에게 대북 특사를 제안했다. 하지만 최위원장은 이를 거절했다.
이에 대해 최위원장은 “MB가 자신을 대신해서 평양에 한 번 다녀오라고 했다. 하지만 내가 한사코 가지 않겠다고 해서 무산된 적이 있다”라고 말했다.

대북 특사 제안을 거절한 까닭에 대해서는 “하루를 굶으면 맥이 빠지고, 1주일을 굶으면 머리가 멍해진다. 그런데 이데올로기에 관계없이 비핵화 문제는 북한이 할 수 있는 일이다. 비핵화를 통해 많은 북한 주민들이 먹고 살 수 있는데, 이를 반대했던 북한 집권 세력을 만나보기 싫었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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