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보도 대주고 보증도 서주고 속셈이 뭐야?
  • 이석 (ls@sisapress.com)
  • 승인 2008.09.01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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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화 전 메디슨 회장, 검찰이 수사 중 <시사저널>, 검찰 고발장 등 단독 입수
▲ 이민화 전 회장이 메디슨 회장 시절 한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민화 전 메디슨 회장(현 한국기술거래소 이사장)이 업무상 배임 및 횡령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이 전 회장은 지난 2000년 전후로 ‘벤처 붐’을 이끈 대표적인 인물이다. 한때 50여 곳의 계열사를 거느리면서 장흥순 전 터보테크 회장, 김형순 전 로커스 대표 등과 함께 ‘벤처 스타’ 반열에 올랐다.

그러나 그는 지난 2001년 10월 메디슨 부도에 대한 책임을 지고 경영에서 물러났다. 이 과정에서 회삿돈 횡령 혐의로 검찰에 구속 기소되기도 했다. 이후 법원에 의해 무혐의 판정을 받기는 했지만, 이미지에 적지 않은 타격을 받았다. 그런 그가 6년여 만에 또다시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그 배경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그러나 당사자인 이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는 관련 혐의를 모두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시사저널>은 이 전 회장 본인에게 직접 해명을 들으려 했으나 “언론에서 다룰 문제가 아니다”라며 답변을 거부했다. 이와 관련해 사건을 수사 중인 조호경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 검사는 “지난해 말 메디슨측으로부터 고발장을 접수받아 조사 중이다. 현재 사건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내부적으로 고민 중이다”라고 말해 조사가 상당 부분 진척되었음을 시사했다. 하지만 아직 수사 중인 사건이기 때문에 더 이상의 언급은 할 수 없다고 밝혔다.

메디슨 2대 주주인 칸서스PEF 고발로 수사 착수

<시사저널>이 단독 입수한 검찰 고발장과 당시 국세청 조사보고서, 관련 인물의 진술서 등에 따르면 이 전 회장의 혐의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메디슨은 지난 2000년 초음파 기기 렌탈 자회사인 메디캐피탈이 푸른상호신용금고(현 푸른상호저축은행) 등 3곳에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예금 1백33억원을 담보로 제공했다. 그러나 이후 메디캐피탈의 경영이 악화되면서 예금 전액이 대출금과 상계되는 손해를 입었다.

문제는 당시 메디캐피탈이 극심한 경영난을 겪고 있었다는 점이다. 대출을 받아도 변제 능력이 없었다고 한다. 당시 메디슨도 1천1백67억원의 당기순이익 적자를 기록하는 등 경영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같은 상황에서 회사 예금을 담보로 지분 관계가 청산된 메디캐피탈을 지원한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메디슨 내부 관계자는 설명한다.

물론 이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메디캐피탈에 대한 예금 담보 제공 행위는 메디캐피탈을 부당 지원하기 위함이 아니다. 메디슨이 이미 보증을 했던 대출에 대한 변제 용도다”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최근 이 전 회장을 검찰에 고발한 손원길 칸서스PEF 공동대표는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다른 주장을 펴고 있다. 그는 “부실 우려가 있는 기업에게 거액을 보증하면서 이사회 의결조차 거치지 않았다. 메디슨의 감사 보고서에도 이같은 내용은 없다. 업무상의 명백한 배임 의혹이 있어 검찰에 수사를 의뢰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당시 공동대표였던 이승우 전 사장의 경우 이미 지난 2007년 업무상 배임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 기소된 바 있다.

검찰 조사 결과 당시 메디캐피탈은 엠바이엔, 싸이젠하베스트 등 비상장 주식을 매입하는 데 각각 10억원과 13억원을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사 주식을 매입하는 데 20억원, 메디 페트론에 22억원이나 사용한 사실도 확인되었다. 기존의 대출에 대한 변제용이라는 해명은 앞뒤가 맞지 않는 주장인 것이다.

이 전 회장이 메디캐피탈 주식 74만주(37억원 상당)와 4백억원 상당의 회사채를 처분한 경위도 석연치 않다. 그는 지난 2000년 6월 메디슨 명의의 메디캐피탈 주식 74만주를 메디캐피탈 대표이사였던 정 아무개씨에게 1억원을 받고 매각했다. 같은 해 12월 정씨는 다시 후임 대표이사인 안 아무개씨에게 이 주식을 처분했다. 때문에 이 전 회장이 메디슨 경리실 직원 출신인 안씨를 통해 주식을 명의 신탁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안씨 역시 현재 칸서스PEF의 고발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실제로 국세청은 메디슨 부도 이후인 지난 2002년 4월 법인세 조사를 단행했다. 이 과정에서 메디슨과 메디캐피탈의 당시 대표였던 정씨와의 주식 매매 계약서가 형식적으로 작성된 점, 후임 대표였던 안씨 역시 자금 출연 없이 주식을 취득한 점 등을 들어 추징금을 부과하기도 했다.

이에 앞선 지난 1999년 4월에는 ㅅ사 명의로 보유하던 메디캐피탈 주식 2백만주의 명의가 ㅁ사를 거쳐 ㄴ사로 변경되었다. 이 과정에서 이 전 회장은 다시 메디슨이 보유한 메디다스와 바이오시스, 한글과컴퓨터 주식을 담보로 제공해 ㄴ사가 100억원을 대출받도록 했다.

▲ 이 확보한 검찰 고발장 및 국세청 조사보고서(왼쪽)와 서울 강남의 메디슨 빌딩(위). ⓒ시사저널 김찬미

변제 능력도 없는 회사에 주식 담보로 대출받게 해주기도

그러나 이 ㄴ사 역시 당시 대출금 변제 능력이 없던 회사다. 결국 대출 만기가 되어도 대출금을 갚지 못하자 이 전 회장이 2000년 11월과 12월에 각각 14억3천4백만원과 19억8천5백만원을 대여해주었다. 나머지 75억1천100만원(이자 포함) 또한 메디슨이 담보로 제공한 타 회사 주식을 팔아 대출금 채권을 모두 회수했다. 결국은 메디슨이 ㄴ사의 보증으로 또다시 100억원을 날린 셈이다.

문제는 이 전 회장이 메디캐피탈의 제1회 무보증사채(2백억원 상당)를 ㅇ사에 매도하면서 ㄴ사의 대여금 채권까지 같이 넘겼다는 점이다. 당시 3백억원의 채권 양도로 받은 돈은 현금 가치가 거의 없는 2억원 상당의 TC(Trade Credit, 일종의 상품권)가 전부다. ㅇ사는 지난 2002년 6월 정 아무개씨 등 7명에게 양도했는데 이들의 관계가 눈길을 끌고 있다. 정 아무개씨는 메디캐피탈 대표인 안씨의 부인이며, 나머지도 모두 메디캐피탈 직원인 것으로 드러났다. 절차가 복잡하기는 했지만 결국, 메디슨 재산인 메디캐피탈 주식이 명의 신탁을 통해 넘어간 게 아니냐는 것이다.

당시 ㅇ사의 사장인 고 아무개씨는 국세청 조사에서 “채권 양수 사실조차 알지 못했으며, 실물 사채를 전달받은 적도 없다. 심지어 내가 한때 권리자인지조차 알지 못했다”라고 진술해 의혹을 더하고 있다. 현재 ㅇ사가 보유했던 무보증 사채는 유 아무개씨가 소유하고 있다. 현재까지 유씨가 어떤 인물인지는 명확하게 알려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메디슨이 보유한 제2회 무보증사채(2백억원 상당) 역시 ㄷ사를 거쳐 유씨에게 넘어간 상태다. 그 대가로 메디슨이 받은 금액은 1억원의 TC가 전부다. 또 ㄷ사의 대표이사였던 김 아무개씨 역시 앞서 언급한 고사장과 마찬가지로 사채를 전달받은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이 문제도 현재 검찰조사가 진행 중이다.

이로 인해 메디슨은 메디캐피탈이 보유한 상당액의 채권에 대해서도 권리를 상실한 상태다. 현재 춘천한방병원, 제주한방병원 등을 보유한 메디캐피탈로부터 돈을 돌려받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손원길 칸서스PEF 대표는 “회사에서는 이 전 회장이 여러 단계를 거쳐 유씨에게 회사채를 빼돌린 횡령으로 보고 있다. 횡령 부분을 백번 양보해도 이같은 문제를 처리하면서 이사회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것만도 배임에 해당한다”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서도 이 전 회장은 문제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는 검찰에서 “당시 양도한 메디캐피탈 주식이나 회사채는 전혀 가치가 없었다. 메디슨의 이익을 위해 이러한 처분을 한 것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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