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춘과의 전쟁’ 이번에는 끝장내나
  • 김회권 (judge003@sisapress.com)
  • 승인 2008.09.09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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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안동 성매매 업소 ‘박살’ 낸 이중구 동대문경찰서장
ⓒ뉴시스

장안동 성매매 업소(일명 안마시술소)가 새로 부임한 동대문경찰서장에게 호되게 당하고 있다. 그냥 단속이 아니다. 동대문서(署) 단속반원들은 영업 설비와 용품 등을 부수어 끄집어내는 등 성매매 업소를 아예 ‘박살’ 내고 있다. 경찰서 마당은 압수된 욕조로 가득 차 있다.

장안동은 북창동과 함께 강북 유흥의 중심지였다. 이곳에서 불법 성매매가 판을 쳐도 누구도 손을 대지 않았다. 오히려 장사가 되자 가게들이 더 늘어나 불야성을 이루었다. 거리에는 호객꾼이 넘쳐나고 밀실은 아가씨들로 가득했다. 인근 주민들이 끊임없이 단속을 하라고 민원을 제기해도 ‘하는 척’만 했을 뿐이다.

지난 7월 중순 취임한 이중구 동대문경찰서장은 ‘장안동 단속’을 약속했다. 새로운 서장이 취임하면 의례적으로 하는 이야기였다. 업주들은 이미 과거에 용두사미식의 단속을 경험했다. 주민들도 별 기대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주무 단속 부서의 인원을 대폭적으로 물갈이한 후 한 달이 넘도록 단속을 진행했다. 장안동의 불은 꺼졌고, 업주 중 한 사람은 두 달 가까이 영업을 하지 못하며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하자 자살했다. 사태는 점점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업주들은 궁지에 몰렸다. 경찰은 장안동 주민들의 절대적 지지를 업고 있다. 여론은 경찰에 호의적이다. 심지어 장안동을 이용한 손님들 중에서도 “거만한 표정의 지배인과 손님은 얼마든지 있다는 식으로 무덤덤하게 대했던 아가씨들, 꼴 좋다”라며 통쾌해하는 반응이다. 결국 업주들은 “뇌물을 받은 경찰의 리스트를 공개하겠다”라며 경찰을 압박하고 나섰다. 이서장은 오히려 “공개하려면 빨리하라”라며 다그치고 있다.

윤락업소의 단속은 지역 서장의 의지에 따라 다른 결과가 나온다. 정부의 명확한 관리 방침이 없기 때문이다.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의 단속이 나오는 이유다. 이를 의식해서일까. 이서장은 자신의 임기 내에 장안동과의 전쟁을 끝내겠다는 각오를 세상에 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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