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하는 펀드에도 날개는 있다
  • 공성율 (국민은행 금융상담센터 재테크팀장ᆞCFP ()
  • 승인 2008.09.09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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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 투자로 수익률 3백27.96% 올린 이 아무개씨 사례/복리 효과로 투자금 불어나 ‘일거양득’

“장기 투자를 하라.” 분산 투자 전략과 함께 투자자들이 귀가 따갑도록 듣는 말이다. 현존하는 최고 투자자로 평가받는 ‘오마하의 현인(賢人)’ 워런 버핏은 “10년 동안 보유할 주식이 아니라면 단 10분도 갖고 있지 마라”라고 했을 정도로 장기 투자가 갖는 중요성을 강조했다. 투자 전문가들은 왜 입만 열면 장기 투자를 하라고 하는 것일까.

▲ 서울 여의도 한 증권사에서 투자자가 상담을 받고 있다. ⓒ시사저널 임영무

지난 1999년 3월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던 한 증권회사의 국내 주식 투자 펀드가 있었다. 판매회사였던 증권회사는 당시에 이 펀드의 홍보를 위해 이례적으로 TV 광고까지 동원했다. ‘대한민국을 믿고, 대한민국을 사십시오’라는 광고 문구는 외환위기 이후 패배감에 젖은 국민의 애국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그 덕분인지 이 펀드는 4개월 만에 10조원이 넘는 자금을 끌어모았다. 투자자들이 이 펀드에 가입하려고 몇 시간씩 줄을 서서 기다릴 정도였다. 그러한 관심에 보답이라도 하듯이, 이 펀드의 1999년 말 수익률은 무려 77%에 달했다.

이 아무개씨(여·40)는 당시 평소에 주식시장을 신뢰하지 않았지만 더 이상 바라만 볼 수 없었다. 주위에서 “아직도 가입하지 않고 뭐 했느냐” 라는 비아냥을 듣는 것보다, 치솟는 펀드 수익률을 마냥 지켜보기만 하는 것이 더 힘들었다. 결국 이씨는, 2000년 1월 알뜰하게 은행 예금을 통해 모았던 자신의 목돈 3천만원을 이 펀드에 투자했다.

하지만 상황은 급변했다. 증시는 폭락했고, 펀드 수익률도 40% 이상 급락했다. 1천2백만원 넘게 원금 손실을 본 이씨는 어떻게 해야 할지 혼란에 빠지기 시작했다. 펀드를 권유했던 주위 사람들은 2001년 주가 반등 때 서둘러 환매에 나섰지만 상당한 손실을 감수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씨도 고심 끝에 환매를 결심했지만, 원금 손실에 대한 억울함이 이씨의 발목을 잡았다. 평소에 원금 보장 예금 상품을 통해 자산을 운영해왔던 이씨에게는 원금 손실에 대한 사실이 용납이 되지 않았던 것이다.

이씨는 마음을 고쳐먹고 그냥 두기로 했다. 어차피 만기가 없는 금융 상품이라면 시골에 아주 작은 땅 하나를 사두었다는 생각으로 길게 보유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씨에게는 목돈 3천만원이 작은 돈은 아니었지만, 당장 쓸 데가 있는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증시 폭락에 “차라리 묵혀 두자”가 대박 낳아

2007년 5월까지 보유했던 이씨의 펀드 수익률은 과연 어떻게 되었을까. 7년간의 펀드 장기 투자, 정말 효과는 있었던 것일까. 이 펀드는 이후 2003년 회사 주인이 바뀌면서 펀드 이름도 바뀌었다. 2007년 5월9일 기준으로 이 펀드의 설정일 이후 8년이 넘는 기간의 누적 수익률은 3백27.96%다. 연 수익률로 따져보면 40%가 넘는 매우 양호한 성과다. 이씨의 목돈 3천만원도 원금 손실이 아니라 7천2백45만원으로 증식되어 있었다.
결과론적인 얘기이기는 하지만, 이씨는 주식시장의 상승 움직임을 확신하지는 못했어도 장기 투자를 선택한 결과 기대하지도 않았던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가 있었던 것이다. 장기 투자 효과는 이런 것이다.

장기 투자를 해야 하는 까닭은 먼저 복리(複利)가 가지는 마술 같은 효과 때문이다. 복리 효과는 오래 투자할수록 돈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것을 말한다. 1천만원을 연이율 5%인 금융 상품에 투자했을 때 30년 후를 비교해보면 단리를 적용할 경우 이자가 1천5백만원이지만 복리로는 3천3백22만원이 된다. 같은 투자 금액인데 2배 이상 차이가 난다. 장기 투자를 한다면 이같은 복리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에 오래 갖고 있을수록 투자금은 더 불어나게 되어 있다.

무엇보다 장기 투자를 해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가격 변동 위험을 최소화 할 수 있다는 커다란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투자자산은 단기간에도 가격이 크게 움직일 수 있기 때문에 투자 위험성이 아주 크다. 하지만 3년, 5년, 10년 등 장기적으로 볼 때 그 추세는 완만한 형태를 띤다. 따라서 짧은 시간에 승부하지 않고 장기 투자를 한다면 위험을 감소시킬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장기 투자의 효과도 투자되는 자산의 종류가 무엇이냐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투자자들 중에는 의외로 ‘장기 투자란 어떤 투자 자산을 오랫동안 계속 보유하는 것’이라고 오해하고 있는 분들이 많다. 여기서 계속 보유하게 되는 투자 자산은 상승 전망이 있고, 투자 가치가 있는 자산이지, 그렇지 않은 자산까지 포함하는 것은 아니다. 주식의 경우를 예로 들면 어떤 기업이 기본적인 성장력에 문제가 나타나 도산이나 상장 폐지와 같은 사태에 빠질 수도 있고, 정상 상태로 회복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면 그 기업의 주식을 무작정 장기 보유하는 것은 결코 현명한 투자 전략이라고 할 수 없는 것이다. 워런 버핏의 ‘10년 동안 보유할 주식’도 결국, 가치가 저평가된 투자할 만한 좋은 주식을 말하는 것이다.

이와 비교해서 수많은 종목에 분산 투자해 시장 지수 움직임에 투자하는 효과를 가지는 간접 투자 방법인 펀드의 경우는 다르다. 개별 종목이 도산 등의 이유로 시장에서 퇴장해도, 그 종목은 투자된 여러 종목 중의 하나에 불과하기 때문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못한다. 이런 경우에는 그 나라의 경제가 호황을 지속하는 한, 다소의 등락은 있더라도 주가지수가 상승을 계속하기 때문에 장기 투자 효과를 가질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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