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부모ᆞ남편 위해 한국 요리 ‘열공’
  • 정락인 (freedom@sisapress.com)
  • 승인 2008.09.09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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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이주 여성 실비아 크리스틴 씨
ⓒ시사저널 박경호

“안녕하세요, 실비아 크리스틴입니다.” 실비아 크리스틴 씨(35)는 조금 서툰 한국말로 인사를 건넸다. 실비아 씨의 고향은 한국에서 12시간 거리에 있는 이탈리아 밀라노다. 그 머나먼 거리에서 오직 남편 하나만을 보고 이국땅에 왔다. 실비아 씨와 남편 임상환씨(32·한국타이어 국내영업본부 재직)는 일본 유학 중에 만났다. 연애 중에 이탈리아에서 딸 네티치아 양(5)을 낳았고, 2006년에 한국에 와서 동거를 시작하면서 아들 지호군(2)을 낳았다. 올해 6월에야 비로소 결혼식을 올렸다. 현재 실비아 씨는 서울 목동 시댁에서 시부모와 미혼인 시동생과 함께 살고 있다.

실비아 씨는 올 추석을 맞이하는 각오가 대단하다. 자신이 직접 만든 음식으로 추석 상차림을 해볼 생각이다. 지난 8월부터는 강서구 발산동에 있는 요리학원에 다니고 있다. “오늘은 불고기 만드는 법을 배웠는데, 한국 음식 만드는 것이 너무 신기하고 재미있다”라고 말했다.

그녀가 한국에 와서 처음 만든 요리는 된장찌개다. 하지만 실패했다. 오히려 남편으로부터 “이게 된장찌개야, 아니면 잡탕이야”라는 핀잔만 들었다고 한다. 실비아 씨는 그때만큼 서러운 적이 없었다고 토로했다. 그녀는 “추석 때는 남편에게 그동안 갈고닦은 요리 솜씨를 보여주고 싶다. 시부모께도 맛있는 음식을 차려 드리려고 하니 벌써부터 가슴이 설렌다”라며 환하게 웃었다. 요즘은 저녁에 남편이 퇴근하면 시부모와 내기 윷놀이를 즐기면서 시간을 보낸다. 얼굴만 외국인이지 이제는 영락없는 한국 아줌마가 다 되었다.

실비아 씨는 그동안 한국말을 배우기 위해 연세대 한국어학당을 1년 정도 다녔다. 이제는 취업이 목표다. 그녀는 5개 국어(이탈리아어, 영어, 프랑스어, 일본어, 한국어)에 능통하다. “일본에서 이탈리아어를 가르친 적이 있는데, 기회가 된다면 학교나 학원에서 이탈리아어를 가르치고 싶어요”라며 사회 진출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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