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ᆞ중ᆞ동에겐 방송 그까이꺼?
  • 김동훈 (한겨레 기자) ()
  • 승인 2008.09.23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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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ᆞ동아, 전문 PD 영입해 방송 사업 대비 중앙, 인터넷 <6시 뉴스> 방영하며 ‘연습 중’
▲ 중앙일보 건물 20층에는 4개의 케이블 채널을 가진 중앙방송이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맞은편에는 15층짜리 KT 건물이 우뚝 서 있다. 이 건물에는 노무현 정부 때까지 정보통신부가 입주해 있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정부통신부 대신 방송통신위원회가 자리하고 있다. 정부 조직 개편을 통해 정보통신부와 방송위원회가 통합해 방송통신위원회가 출범했기 때문이다. 이 건물 13층에 위치한 기자실에는 신문·방송사 등 각 매체에서 무려 100여 명의 기자들이 드나들고 있다. 한 언론사가 4~5명의 기자를 파견한 경우도 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방통위가 끊임없이 ‘기삿거리’를 쏟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방통위를 이명박 정부 언론 정책의 ‘컨트롤 타워’로 부르고 있다. 대표적인 정책이 신문·방송 겸영 허용과 ‘1공영 다(多)민영 방송 구조’ 개편이다. 이번 정기국회에서 신문법과 방송법이 개정되면 방송 구조가 획기적으로 바뀌는 ‘빅뱅’이 현실화한다.

그러나 신문·방송 겸영 허용에 대해서는 여전히 찬반 논쟁이 뜨겁다. 찬성론자들은 규제 완화와 시장주의 원리를 내세운다. 특히 신·방 겸영 허용은 사양 산업인 신문 산업이 자생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반대론자들은 미디어 공공성과 여론 다양화 문제를 거론한다. 공적 영역인 언론을 시장에 맡기면 자본 권력에 의해 여론이 좌지우지된다는 것이다. 이 문제와 관련된 수많은 토론회 중 지난 4월18일 한국언론정보학회가 개최한 토론회는 고종원 조선일보 미디어전략실 부실장과 양문석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의 논쟁으로 관심을 모았다. 고부실장은 방송 진출을 꾀하는 조·중·동의 논리를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양사무총장은 대표적인 미디어 공공론자라는 점에서 이목을 집중시켰다.

신문ᆞ방송 겸영 허용되면 방송 구조 지각변동 현실화

우선 고부실장은 “사상의 자유 시장이라는 관점에서 정부의 간섭을 받지 않고 민간 영역을 개척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라며 신·방 겸영 허용의 당위성을 주장했다. 그는 “미디어 산업을 신문과 유료 방송 등으로 쪼개 수직적으로 규제하는 것은 부당하다. 지상파 방송과 유료 방송 시장으로 구분해 신문사에게도 뉴스 채널을 허용토록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양총장은 “사상의 자유는 이미 오래전에 파탄난 이론이다”라며 신문·방송 겸영 허용의 배경을 사상의 자유로 설명하는 것에 대해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는 특히 “미디어 다양성의 훼손이 아닌 여론 다양성의 훼손, 즉 여론의 획일화를 우려하는 것이다. 프레임 설정부터 잘못되었다”라고 비판했다.

이 토론회에서 주목되는 것은 신문·방송 겸영이 허용될 경우 자본력을 가진 신문사, 즉 조·중·동의 방송 진출 의지를 확인할 수 있었던 점이다. 고부실장은 “수십 년 전 규제의 틀에서 유료(방송) 시장에 (신문이) 뛰어드는 것조차 막는 것은 말도 안 된다. (신·방 겸영 허용 반대론자들은) 조선·중앙·동아일보를 겨냥하지 말고 우리나라의 미디어 미래를 고민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신문사의 재정능력이 취약하기 때문에 방송 진출이 어렵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신문사마다 경영 투자 능력을 고려할 것이므로 기우에 불과하다”라고 잘라 말했다.

신·방 겸영 허용이 조·중·동에 대한 특혜라는 말은 진작부터 흘러나왔다. 최민희 전 방송위원회 부위원장은 “현실적으로 방송 사업에 진출할 수 있는 신문사는 조·중·동밖에 없다. 따라서 신·방 겸영 허용은 이명박 정부가 조·중·동에게 주는 선물이다”라고 단언했다.

현재 조·중·동의 방송 사업 진출 준비는 눈에 띄게 진전되고 있다. 조선일보는 편집국에 영상미디어부를 신설하고 PD를 영입해 방송 사업에 대비하고 있다. 이미 4개의 케이블 채널을 가지고 있는 중앙일보도 편집국에 스튜디오를 만들고 아나운서, 작가 등 방송 전문 인력을 채용해 <6시 중앙뉴스>를 인터넷으로 내보내고 있다. 동아일보는 전문 PD를 채용해 방송 사업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방통위는 신문사의 방송 진출을 위한 걸림돌을 하나하나 제거하고 있는 모습이다. 7월29일에는 대기업이 지상파 방송과 종합편성 및 보도 전문 채널에 참여할 수 있는 기준을 자산 규모 3조원 미만에서 10조원 미만으로 대폭 완화하는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이렇게 되면 지상파 등 방송 사업에 진출할 수 있는 대기업은 크게 늘어난다. 다시 말해 자산 총액 3조~10조원인 코오롱·동부·대림·효성·동양 등 34개 대기업이 규제에서 벗어나 지상파 방송 등에 뛰어들 수 있게 된 것이다. 10조원이 조금 넘는 CJ도 끊임없이 거론되고 있다. 방송법 시행령 개정은 신문·방송 겸영 허용과 맞물려 있다. 지상파 또는 종합 편성 및 보도 전문 케이블 채널에 참여할 수 있는 신문사는 현실적으로 조선·중앙·동아일보 정도이다. 만약 이들이 대기업과 컨소시엄을 이루면 조·중·동의 방송 소유는 한결 쉬워진다. 양문석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은 “이미 조·중·동이 자산 총액 10조원 미만의 특정 대기업과 제휴 작업에 나섰다는 얘기도 들린다”라고 말했다.

▲ 조선일보는 편집국에 영상미디어부를 신설해 방송 사업에 대비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케이블 방송에 종합 편성 채널 도입 계획도 신문사에 희소식

방통위는 지난 9월10일 신문사에게 또 하나의 희소식을 전달했다. 국회 업무보고를 통해 케이블 방송의 종합 편성 채널을 본격적으로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종합 편성이란 지상파 방송처럼 보도, 교양, 드라마, 오락 등 모든 분야의 프로그램을 종합적으로 편성할 수 있는 채널이다. 또 전국 1천4백만 케이블 방송 시청 가구에서 볼 수 있어 지상파와 같은 효과를 갖는다. 더욱이 방송사가 직접 광고 영업을 할 수 있고, 중간 광고도 가능해 수익 측면에서 되레 지상파보다 유리하다. 현재 지상파 방송은 한국방송광고공사를 통해 광고를 배분받고 있고, 중간 광고도 불가능하다. 종합 편성 채널은 2000년 방송법에 명시되었지만 지금까지 허가받은 사업자는 하나도 없다. 최민희 전 방송위원회 부위원장은 그 이유에 대해 “그동안 지상파는 종합 편성, 케이블은 전문 편성에 주력한다는 취지가 있었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언론계에서는 방통위의 종합 편성 채널 도입에 주목하고 있다. 조·중·동이 굳이 지상파 방송에 진출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채수현 전국언론노조 정책실장은 “현행 방송법을 전혀 건드리지 않고도 조·중·동이 지상파 방송 진출과 같은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점에서 방통위 결정이 주목된다”라고 분석했다.

조·중·동의 방송 진출은 탄탄대로이다. 입법 예고 중인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이 발효되면 대기업과 컨소시엄을 형성해 지상파 방송과 케이블 방송의 종합 편성 및 보도 전문 채널에 진출할 수 있다. 메뉴는 많고 선택만 남은 셈이다. 우선 케이블 방송의 종합편성 채널에 진출한 뒤 MBC와 KBS2가 민영화되면 지상파 방송까지 넘볼 수 있다.

언론학자와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여론 다양성의 훼손을 걱정하고 있다. 한진만 한국방송학회장(강원대 신문방송학과 교수)은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보수 언론의 여론 독과점이 심한 나라이다”라며 조·중·동의 방송 진출을 경계했다. 최상재 전국언론노조 위원장도 “방송이 조·중·동 위주로 개편되었을 때 사회적인 여론이 한쪽으로 치우칠 가능성이 높아지고 민주주의가 뿌리부터 흔들리게 된다”라고 우려했다. 현 정부가 방송을 산업적 논리로만 접근하는 데 대한 비판도 제기되었다. 한교수는 “지상파 방송은 공적 자산이기 때문에 사기업의 소유를 어느 정도 선까지 제한하고 있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권혁남 한국언론학회 회장(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도 “방송 광고 시장이 한정된 상황에서 종합 편성 채널을 조·중·동에 열어주는 것은 산업 논리에도 맞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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