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쪽뇌 위협하는 ‘적’들
  • 서상원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교수) ()
  • 승인 2008.09.23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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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RI를 이용한 뇌 기능 영상은 뇌 구조 영상을 얻을 수 있다. ⓒ동서신의학병원 제공
앞쪽뇌를 손상시키는 요인은 수없이 많다. 우선 뇌혈관이 막히는 뇌경색과 뇌혈관이 터지는 뇌출혈 등으로 인한 이른바 중풍이 주요 요인 중 하나이다. 이같은 뇌혈관 질환으로 앞쪽뇌가 망가질 가능성이 크며, 뇌의 다른 부위가 망가진 경우보다 심한 증상을 보인다. 예를 들어 뒤쪽뇌가 손상되면 기억력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정도이지만, 앞쪽뇌가 손상되면 사람을 못 알아보는 등 ‘나 아닌 나’가 되는 경우가 왕왕 있다.

즉, 혈관성 치매에 걸리면 앞쪽뇌가 쉽게 손상된다. 혈관성 치매에서는 큰 뇌혈관이 반복적으로 막히는 경우와 작은 뇌혈관이 반복적으로 막히는 경우가 있다. 앞쪽뇌에 산소를 공급하는 큰 뇌혈관이 막히면 앞쪽뇌가 손상되지만 이는 앞쪽뇌 혈관에서만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이에 비해 앞쪽뇌에서는 작은 뇌혈관이 빈번하게 막힌다. 작은 혈관 막힘은 증상이 미미하기 때문에 평상시에 잘 느끼지 못하고 살지만 가벼운 뇌졸중이 반복적으로 생기면서 앞쪽뇌에 그 흔적이 남게 된다. 이 흔적이 많아지면 앞쪽뇌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게 된다.

외상으로 앞쪽뇌가 손상되기도 한다. 한 50세의 남성 환자는 회사에서 승진한 기념으로 부서원들과 술을 마셨다. 술에 취해 계단을 내려가다 굴러떨어져 뇌를 다쳤다. 수술 후 의식은 회복했지만 앞쪽뇌가 손상되었다. 기억력은 그대로였고 방향 감각과 계산 능력도 정상이었다. 그러나 직장 생활을 계속할 수는 없었다. 사고 이후 일을 할 때 감정 조절이 되지 않아 사소한 것에도 화를 내고 감정이 폭발하면 욕설까지 퍼부었다. 또 여성에 대한 관심이 지나치게 커졌다. 여성의 말이라면 무조건 믿었고, 여성 점원이 파는 신발 깔창을 35만원이나 주고 사 부인으로부터 빈축을 사기도 했다.

음주도 앞쪽뇌의 최대의 적이다. 알코올은 좌뇌와 우뇌를 연결해주는 섬유다발인 뇌교량을 주로 손상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과거에는 일산화탄소가 주성분인 연탄가스로 인해 많은 사람들의 앞쪽뇌가 손상되기도 했다.

이런 위험 요소에 대한 치료법은 거의 없지만 퇴행성 치매를 제외하고는 예방이 가능하다. 따라서 예방이 최선의 치료법이다. 다만 앞쪽뇌에 대한 연구가 전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만큼 더욱 적극적인 치료법이 개발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까지 뇌세포는 한 번 손상되면 재생이나 회복이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최근 뇌세포 일부가 회복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다. 또 여러 신체 조직으로 분화할 수 있는 줄기세포(stem cell)를 이용해서 손상된 뇌세포를 치료하는 연구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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