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다발 단속' 없이 성매매 뿌리 못 뽑는다
  • 김강자 (한남대 경찰행정학과 객원교수. 전 종암경찰? ()
  • 승인 2008.09.30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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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담 인력 없는 경찰 구조에 이벤트성 행사로는 하나마나... 왜곡된 성문화 바로 잡을 성교육부터 주력해야

 

▲ 서울경찰청 기동본부 연병장에서 열린 민생 치안 기동대 발대식. ⓒ연합뉴스
▲ 김강자 (한남대 경찰행정학과 객원교수 ·전 종암결찰서장)
우리나라에서 성매매가 보편화된 것은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 등을 거치면서부터이다. 생계가 어려워진 여성들이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성매매 전선에 나섰다. 그 이후 성매매가 불법인데도 정부는 이를 묵인했다. 심지어 외화벌이를 위해 성매매를 조장하는 일도 있었다. 이 때문에 성매매 여성의 숫자가 33만명에서 1백50만명까지 증가했다. 성매수 남성은 이보다 수십 배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가출 여고생 1명이 6개월간 인터넷을 통해 8백여 명의 남성과 성매매를 한 일도 있었다.

국가 경제가 어려워지고 빈부 격차가 심해지면서 성을 매매하는 사람의 숫자도 부지기수로 늘어났다. 왜곡된 성문화도 성매매를 부채질하는 원인이다. 성매매와의 전쟁에는 몇 가지 선행 조건이 있다. 먼저 단속에 필요한 적정 규모의 인력이 확보되어야 한다. 또한 전쟁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치밀한 전략과 전술을 마련해야 한다. 그런데도 정부의 성매매 단속은 매번 인원 부재, 전략과 전술 부재 속에 이루어졌다.

성매매특별법 시행 4년을 되돌아볼 때 예상했던 부작용들이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이미 오래전에 우려했던 일이다. 각종 부작용만 초래하고 있다. 정부 당국의 대책 없는 단속으로 인해 성매매가 도심 전역으로 퍼졌다. 집결지에 한정되어 있던 성매매 지역이 주택가로 파고들었다. 누구든지 마음만 먹으면 어디에서나 성을 사고팔 수 있다. 집안에서 전화 한 통만 하면 성매매 여성이 직접 방문하기도 한다. 음성적으로 이루어지는 신·변종 성매매 업소들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서울 장안동만 하더라도 중심가 전체가 거대한 ‘성매매 타운’으로 변했다. 안마시술소, 스포츠마사지, 사행성 오락실, 룸살롱, 단란주점, 모텔 등이 도심을 가득 메우고 있다.

정부 당국은 성매매 단속에 경찰력을 이용하고 있다. 문제는 인원이다. 거대한 ‘성전’에 나서게 하면서 인원조차 마련해주지 않았다. 현재 전국 시·도에 있는 한 경찰서당 성매매 업소는 평균 7백여 개이다. 성매매 업소 한 곳을 단속하려면 최소 10명은 필요하다. 요즘에는 업소들이 워낙 주도면밀해서 단속 인원을 많이 투입해도 실패하기 쉽다.

성매매 단속이 일회성·이벤트성이 되면 업소나 성매매 여성은 다른 지역으로 옮겨간다. 때문에 단속 효과를 높이려면 여러 업소를 동시다발적이면서 상시적으로 단속해야 한다. 그래야만 풍선 효과를 막을 수 있다. 그러나 현재 경찰서 한 곳당 경찰관 수는 평균 3백50여 명밖에 되지 않는다. 경찰서 직원 전체가 나선다고 해도 한 번에 35곳밖에 단속을 하지 못한다.

경찰서의 인력은 성매매 단속을 위해서만 있는 것이 아니다. 기본적으로 국민의 생명과 재산 그리고 신체를 보호하기 위해 골고루 배치되어 있다. 이 일에만 전념하기에도 빠듯한 인원이다. 만약 이 인원을 다른 곳으로 빼내면 치안 공백 상태가 생길 수 있다.

그런데도 지금까지 있었던 성매매와의 전쟁을 보면 일반 치안을 맡아야 할 경찰관을 일부 동원해서 단속반을 꾸렸다. 일반 치안 공백 상태를 야기하면서 실질적인 단속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결국 풍선 효과만 일어나게 했다.

자고로 전쟁에 나가는 장수에게는 병력 외에 전략과 전술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도 성매매 전쟁에 나가는 장수에게 전략과 전술이 없었다. 생계형 성매매 여성은 가장 늦게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했다. 그런데도 정부는 집결지를 가장 먼저 공격하도록 했다. 생계형 성매매 여성에 대한 아무런 대책이 없는 상태에서 단속에 나섬으로써 심각한 부작용만 초래했다.

우리나라 성매매는 크게 집결지와 같은 개방형과 술집, 다방, 이발소, 노래방, 휴게텔 같은 음성형으로 나눌 수 있다. 음성형에서는 성을 공급하는 여성이 개방형보다 형편이 낫거나 비생계형 여성들이 종사하고 있다. 집결지의 성매매 여성 상당수는 생계형으로서 죽기 살기로 성매매를 한다. 이런 곳을 단속하면 수백 명의 성매매 여성들이 뿔뿔히 흩어져서 다른 곳으로 옮겨 성매매를 한다. 자연히 성매매를 하는 장소가 수십 배로 늘어나기 마련이다. 또한 이들은 주택가의 원룸이나 노래방 또는 오피스텔 등에서 성매매를 한다. 성매매를 일반화시키는 촉매제가 되는 것이다. 주부 등이 이들 뒤에 숨어서 성매매에 가세하고 있는 실정이다.

생계형 성매매 여성들에게 자활의 길 터줄 대책도 필요


성매매특별법이 제정된 것은 군산 집결지 화재 사건이 계기가 되었다. 당시 참사를 당한 집결지 여성들의 인권 유린이 여성계를 크게 자극했다. 더불어 집결지 여성의 인권 보호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었고 성매매특별법 제정까지 이르게 되었다. 그러나 성매매특별법은 집결지 여성을 보호하기는커녕 오히려 이들을 공격 대상으로 삼아 인권 유린을 하고 있다. 행정 당국의 단속을 피해 이리저리 옮겨다니면서 생계에 타격을 받고 있다. 성매수자로 가장한 남자에게 강도나 강간을 당하는 것도 예사이다. 이런 일을 당해도 자신의 성매매 사실이 알려질까 두려워 신고는 엄두도 못 낸다.

정부가 우선해야 할 것은 왜곡된 성문화를 바로잡기 위해 가정이나 학교, 직장 등에서 바른 성교육을 시키는 것이다. 가능하다면 성문화를 바로잡는 범국민 운동을 벌이는 것도 좋다. 성매매 단속이 실효성을 거두기 위해서는 우선 전담 경찰이 있어야 한다. 생계형 성매매 여성에 대해서는 피부에 가 닿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지금 정부는 성매매 여성에게 매월 44만원씩 6개월간 생계비를 주고 있다. 이것으로 탈 성매매를 시킨다는 것은 소도 웃을 일이다. 타이완의 예를 들면 2년간 매월 1백80만원씩 생계비를 지급하고 있다. 여기에 창업비, 교육비, 의료비, 주택 등을 준다. 최소한 이 정도는 되어야 성매매 여성들에게 자활의 길을 터줄 수 있다.

설사 이런 요건이 충족된다고 해도 성매매 단속에서 음성형과 개방형은 구분해야 한다. 술집이나 노래방 등 음성형에서 일하는 여성은 비생계형 성매매 여성이 대부분이다. 즉 성매매가 아니더라도 호구지책이 가능한 사람들이다. 음성형을 단속하다 보면 생계를 위해 성매매에 나섰던 여성들은 개방형 집결지로 몰리게 된다. 비생계형 여성은 수치심 때문에라도 집결지로 오는 것을 꺼리게 된다.

이렇게 집결지에 모인 여성들에게는 주거 지원 등 생계가 가능하도록 실질적인 취업 교육을 시켜서 ‘탈 성매매’를 유도해야 한다. 동시에 사회 적응 치료를 병행해서 사회에 순조롭게 적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부 소관 부처에서는 가정·학교·직장·군대 등에서 성교육이 의무적으로 이루어지도록 제도적인 뒷받침을 해야 한다.

또한, 잠재적 성매매 여성인 가출 여성이 성매매업에 유입되지 않도록 사회 안전망을 갖추는 것도 시급하다. 현재는 가출 여성 대부분이 업소로 유입되고 있으나 사회 안전망이 없다. 지난 추석 명절 이후 경찰은 대대적인 성매매 단속에 나서고 있다. 여기에는 기동대 특수기동대, 광역수사대, 외근 형사 등을 총동원하고 있다.

하지만 허울뿐인 단속에 그치고 실효성도 크지 않다. 전례를 보아도 반짝 효과밖에 없었다. 자기 본연의 업무로 돌아가 그곳에 충실해야 한다. 풍선 효과를 막는 길은 집결지를 시 외곽으로 격리시켜 성매매 지역 간격을 최소화해서 동시 다발적인 단속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경찰 인력으로는 어려운 일이다. 지금이라도 이제까지의 시행착오를 거울 삼아 현실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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