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밤 시간 있으세요?
  • 이재현 기자 (yjh9208@sisapress.com)
  • 승인 2008.09.30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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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바뀐 휴대전화의 음란한 초대…거듭되는 반전이 볼거리

▲ 감독: 마르셀 랭갠거 / 주연 : 이완 맥그리거, 휴 잭맨, 미셀 윌리엄스
 

"미국 최대의 로펌에서 회계사로 일하는 조나단에게 어느 날 와이어트가 접근한다. 외로웠던 조나단은 그의 친절이 고맙다. 와이어트와 휴대전화가 바뀌면서 이상한 전화가 자꾸 걸려온다. 여자들은 그를 호텔로 불렀고 조나단은 정신을 못 차리는데…."

영화감독들이 가장 선호하는 소재 중의 하나가 섹스이다. 여기에서 말하는 에로물은 B급 영화가 아니라 정통 영화로 예술과 외설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는 영화를 말하는 것이다. 섹스를 소재로 한 영화는 하도 많아서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들다. 하지만 섹스만 가지고는 영화가 되지 않는다. 공포나 범죄, 치정이 같이 버무려질 때 관객들은 ‘그 장면’에서 쉬어간다. 정사 장면을 찍을 경우 감독은 노출 수위를 얼마로 잡느냐에 고심한다. <색, 계>처럼 아예 배우들에게 맡겨버리든지 관객 나이를 미리 고려해 대충 넘어가든지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남자를 유혹해 범죄에 이용하는 영화 중 걸작은 1981년에 개봉되었던 캐서린 터너 주연의 <보디 히트>이다. 백만장자인 남편의 유산을 차지하기 위해 별볼일없는 변호사를 유혹하고 그를 통해 남편을 죽인다는 설정이다. 지금으로 보아서는 아이들에게도 외면당할 정도로 유치한 수준이지만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노출로 영화 팬들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했다. 캐서린 터너의 고혹적인 몸매에 구성도 탄탄해 지금 다시 봐도 손색이 없다.

<더 클럽> 역시 섹스가 주된 소재이다. 미국 최대의 로펌회사에서 회계사로 일하고 있는 조나단(이완 맥그리거 분)은 나이 열아홉 살에 어머니마저 잃고 일에 치인 채 혼자 사는 순진남이다. 그가 하는 일은 청탁받은 회사의 회계 감사를 보는 것이다. 혼자 야근을 하고 있는 그에게 와이어트(휴 잭맨 분)가 접근한다. 같은 회사의 변호사를 자처한 그는 조나단에게 친절을 베풀며 같이 술도 마시고 테니스도 친다. 와이어트가 영국으로 출장 가던 날, 조나단은 자신의 휴대전화가 그와 바뀐 것을 알고 연락하지만 그는 괜찮다면서 그냥 쓰라고 한다.


상류사회 1%는 은밀한 침대가 그리웠나

사단은 이때부터 일어난다. 난데없이 “오늘 밤 시간 있느냐”라는 여자들의 전화가 걸려오는 것이다. 그녀들은 시간이 있다고 말하면 호텔과 시간만 알려주고 전화를 끊는다. 그들은 모두 상류 사회, 그것도 1% 안에 드는 초일류급 멤버들로 꾸려진 섹스 클럽의 회원이다. 클럽의 불문율은 아무것도 묻지 않는 것.

만나면 룸에 들어가 무조건 일(?)에 열중하고 끝나면 헤어지는 것이다. 졸지에 육림(肉林)에 빠진 조나단은 이니셜 S(미셸 윌리엄스 분)라는 여인과 사랑에 빠지지만, S는 슬슬 꼬리를 빼며 뒷걸음질을 친다. 섹스 클럽 회원끼리 사랑에 빠진다는 설정에서부터 천천히 범죄 냄새가 나는 <더 클럽>은 명작도 아니고 수작도 아닌, 철저히 시간 때우기용으로 제작되었다. 정사 장면의 노출 수위도 그저 그렇고 구성도 헐렁하지만 몇 번의 반전이 그나마 볼만하다. 10월2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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