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썽 부른 멜라민이 발암물질 아니라고?
  • 노진섭 (no@sisapress.com)
  • 승인 2008.10.06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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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약청·의사협회 “암 일으킨다는 확증 없다” 전문가들 “동물 실험으로도 발암성 이미 확인돼”
▲ 윤여표 식약청장이 9월29일 한나라당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멜라민과 관련한 정부의대처 방안을 보고하고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

멜라민은 발암물질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식품의약품 안전청(이하 식약청)과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의 입장과 정면으로 충돌하는 시각이다. 쉬젠차오 미국 예일 대학 신장과 교수는 최근 중국계 매체인 <대기원시보>를 통해 “동물 실험 결과 장기간 멜라민에 노출된 실험 대상의 17~18%에서 암이 발생했으며 방광암의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았다. 멜라민이 방광과 신장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은 확실하며 이 외에 간, 뇌신경, 근육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고 밝혔다.

그동안 멜라민은 신장결석 등으로 신장과 방광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정도로만 알려졌다. 특히 대부분의 발암물질이 DNA와 결합해 암을 유발하는데, 멜라민은 그러한 특성을 보이지 않아 발암물질이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근거해 미국 환경보호국(EPA)는 인체와 동물에서 발암 증거가 없는 ‘E단계’로 분류하고 있다. 또, 국제암연구소(IARC)도인체 내 발암성에 대한 명확한 증거가 없기 때문에 인체 발암성으로 분류할 수 없다는 ‘그룹3’으로 분류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 식약청과 의협이 멜라민은 발암물질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근거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시각은 다르다. 김미경 국립암센터 발암원연구과 책임연구원은 “멜라민의 발암성에 대한 연구 결과가 없다고 해서 암을 일으키지 않는다고 단정할 수 없다. 그런 논리라면 암을 일으키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아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실제 동물 실험을 통해 멜라민이 암을 유도하는 물질임이 입증된 연구 결과가 적지 않다. 암을 연구하기 위해 동물 실험은 필수이다. 쥐가 암에 걸리도록 하기 위해 멜라민을 사용했다는 연구가 전세계적으로 적지 않다. 예를 들면 2005년에 쥐 실험을 통해 방광결석을 방광암(bladder cancer)으로 유도하기 위해 멜라민을 사용했다는 연구가 보고된바 있다. 멜라민이 동물에 발암성을 나타낸다는 것은 세계보건기구(WHO)도 확인한 내용이다.

“발암물질 아니라는 증거도 없다”

한양대 공구 교수(병리학)는 최근 방송에 출연해 지난 2005~07년 개나 고양이 사료에 쓰인 멜라민에 대한 역학 보고서가 최근 공개되면서 멜라민이 발암물질로 작용하고 있고 소량의 멜라민도 치명적일 수 있음이 확인되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식약청에서는, 과자류는 분유의 사용량이 적고 검출량도 미량이므로 직접적인 인체 유해 여부는 우려할 만한 수준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 멜라민은 24시간 내 소변으로 90% 배출된다는 1983년의 논문을 인용해 “인체로 흡수된 멜라민은 24시간 내에 소변 등으로 90% 이상 배설된다”라고 강조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체내에 있는 멜라민의 90%가 소변으로 배출된다면 나머지 10%는 어차피 배출되지 않는 것이 아닌가. 이렇게 몸에 누적된 멜라민이 세포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증거도 없다”라고 지적한다.

멜라민이 발암물질로 분류되지 않은 이유는 사람에게 암을 일으킨다는 증거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암을 일으키지 않는다는 증거도 없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한편, 멜라민은 내열성 수지 생산에 사용되는 유기화학물질로 바닥타일, 화이트보드, 플라스틱 제품, 아교 등에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 여러 나라에서 멜라민은 식품에서 검출되지 말아야할 물질로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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