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은 ‘활황’ 충남 아래는 ‘잠잠’
  • 김회권 (judge003@sisapress.com)
  • 승인 2008.10.06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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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별 사업체 증가율에서 ‘광역 수도권’ 변화 두드러져

▲ 사업체를 쪼개어 기초자치단체 단위로 알아본 결과 증가율 상위 100곳 중 대부분이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었다. 충청 이남권은 24곳만이 순위에 들었다.

공단 밀집 지역이었던 서울 구로구는 더 이상 예전의 ‘구로구’가 아니다. ‘구로공단역’에서 ‘구로디지털단지역’으로 바뀐 2호선 역명이 그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중소 규모의 재래식 공장이 다닥다닥 붙어 있던 구로에는 현재 ‘디지털 밸리’라는 이름으로 고층형 오피스텔 건물이 올라가 있다. 오랜만에 방문한 사람이라면 깜짝 놀랄 만큼 인프라도 잘 갖춰져 있다. 넓은 도로와 자전거로 출퇴근할 정도로 잘 닦인 평탄한 인도, 그리고 깔끔한 조경이 일할 맛을 나게 한다. 구로의 변화는 숫자로도 나타난다. 통계청의 전국 사업체 기초조사 자료에 따르면 컴퓨터 시스템을 설계하고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정보처리 및 기타 컴퓨터 운영 관련업’은 지난 2000년 구로구에 1백17개였지만, 2006년에는 7백53개에 이른다. 구로구의 사업서비스업체는 지난 2000년 6백33개에서 2006년 1천6백77개로 증가했다. 1백64%의 증가율이다. 그러면 구로구에 있던 제조업 공장들은 어디로 갔을까. 경기도 화성에 입주한 제조업체는 2000년 3천4백72개에서 2006년 7천9백11개로 늘었다. 화성에는 장안첨단산업 1단지와 향남제약단지, 기아차 화성공장, 삼성반도체 공장 등이 조성되어 상태이다. 중소 규모의 공장 역시 화성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시화단지 등의 땅값이 인근보다 싸기 때문이다. 제조업체들이 몰려들면서 다른 사업체도 늘어났다. 화성의 운수업체는 2000년 5백59개였지만 2006년에는 2천27개로 불어났다. 대부분 육상 여객 운송과 화물 운송에 관계된 것이다. 사람과 화물이 증가하면서 관련업체도 늘어난 셈이다. 신도시도 개발되어 부동산업 및 임대업체도 4백33곳에서 1천1백41곳으로 1백63%나 증가했다.

분당의 사업서비스업체 수 3백58%나 증가해

통계청이 지난 9월29일 ‘2007년 기준 사업체 기초 통계조사 잠정 결과’에는 정확한 세부 결과가 들어 있지 않다. 하지만 2000~06년까지의 자료에 드러난 사업체 숫자만 보아도 전국 곳곳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한눈에 알 수 있다.


2000~06년 사이 7년 동안 각 지역의 주요 산업은 다양하게 변화하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7년간의 사업체 기초 통계조사 결과 자료를 분석해 어느 지역에서 어떤 사업체가 급증했는지 상위 100곳을 추려보았다. 분당은 사업서비스업체 수가 이 기간 동안 2백62개에서 1천2백2개로 3백58%나 증가해 1위를 차지했다. 사업서비스업은 IT업종과 전문 연구 직종 그리고 법무나 회계 지원 등이 속해 있는 고부가가치 사업군이다. 경기도 속의 강남이라는 분당이 귀족 타운으로 변모 중임을 알 수 있다.


상위 100곳 중 경기도의 기초자치단체가 56곳이 포함되었다. 최근 김문수 경기지사가 경기도의 규제 완화 문제를 거론하면서 수도권 과밀에 대한 역차별을 주장했지만 규제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경기도가 강한 성장 모멘텀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다만 이는 대부분 분당, 화성, 용인, 광주 등 경기 남부 지역에 해당되는 이야기이다. 그나마 경기 북부에서는 신도시가 자리 잡은 파주의 운수업체가 7백8곳에서 1천4백42곳으로 늘어났다. 서울로 출퇴근하는 손님들을 태우기 위해 여객업체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건설 붐은 여기에서도 증명된다. 증가율 상위 100곳 중 무려 24곳에서 건설업이 1위를 차지했다. 이 중 10곳이 경기도였다. 경기도 광주시에서는 7년 동안 97개의 건설업체가 3백98개로 늘어 3백10%나 증가했고, 분당(155%), 군포(151%), 화성(146%) 등 경기도 남부 벨트에서도 건설업체가 급증했다. 서울 강서구, 인천(3곳)까지 포함하면 24곳 중 14곳이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었다.

사교육 열풍은 교육서비스업이 얼마나 증가했는지로 알 수 있다. 교육서비스업종의 급증에 힘입어 100위 내에 든 곳이 11개 지역이다. 이 중 경기도가 6곳, 대전과 충남이 2곳을 차지하고 있다. 신도시 건설이 이루어지고 있는 곳들이다. 주거단지 확충이 필연적으로 학원의 증가와 사교육 시장의 확대를 불러오고 있다.


인구 3만여 명으로 시작한 작은 도시인 계룡시는 충남 발전의 상징이다. 신축 아파트가 늘어나면서 올해 처음으로 인구가 4만명을 돌파했다. 계룡시의 눈부신 변신은 사업체 조사 결과에서도 나타난다. 계룡시의 전체 사업체는 2000년 9백8개에서 2006년 1천4백85개로 늘어 63% 증가했다. 상위 100곳을 추려내는 작업에서도 계룡시의 이름을 찾을 수 있었다. 인구가 증가하면서 학원 등 교육서비스업이 2백4%나 급증했고, 기타 수리 및 개인 서비스업도 94곳에서 1백91곳으로 늘어났다.

상위 100곳 중 충남 이남은 제주도 빼고 18곳에 불과

지역별로 어떤 산업이 증가했는지를 살펴보면 수도권과 충청권, 강원권의 약진이 눈에 띈다. 반면 충청 이남권 지역 기초자치단체의 경우 사업체의 증가세가 더디다. ‘사업체 양극화 현상’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상위 100곳 중 충청 이남 지역은 24곳이다. 그나마 자치도로 바뀐 뒤 개발이 한창인 제주도의 6곳을 제외한다면 18곳에 불과하다. 이 18곳 중에서도 대부분이 시류에 편승해 만들어진 건설업체와 부동산 임대업체 그리고 신도시 건설 지역에 생긴 교육서비스업체(김해, 광주 광산구)가 전부이다. 고부가가치 업종이 즐비한 사업서비스업으로 이름을 올린 지역은 부산 연제구처럼 신(新) 시청사가 들어선 곳 정도에 불과하다. 경기도의 분당·화성·일산·용인, 디지털 단지가 들어선 서울의 구로구·금천구 그리고 충남의 천안시 등은 사업서비스업이 100% 이상 증가해 상위 100곳에 이름을 올렸다. 오히려 충청 이남 지역의 지자체 이름은 사업체 감소 순위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감소한 순서대로 30곳을 추려보니 경남 4곳, 경북 2곳, 전남 5곳, 전북 2곳, 대구 2곳, 부산 3곳, 울산 1곳이 이름을 올렸다. 30위 중 19곳이 충청 이남 지역의 몫이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오영호 연구원은 발표한 ‘GIS를 이용한 주요 보건의료인력의 지리적 분포에 대한 연구’에서 “경북은 의료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환자들의 건강이 위협받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번 조사 분석에서도 경북 의성의 보건업체와 사회복지사업체는 2000년부터 2006년 사이에 무려 56%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이런 우려를 뒷받침했다.

경기도도 하위 30위에 성남시 수정구, 부천 소사구, 수원 권선구와 장안구 등 8곳이 이름을 올렸다. 이들 지역에서 감소한 사업체들은 모두 제조업이어서 다른 지역과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7개 광역시 중 부산의 현실은 참담한 수준이다. 부산의 전체 사업체 증가율은 0.55%로 마이너스 증가율을 기록한 전남과 전북에 이어 뒤에서 3등이다. 울산이 7년 동안 15.7%의 증가율을 기록한 것과 대비된다. 제조업이 인근 김해나 울산 등지로 빠져나간 후 그 자리를 대체할 산업이 마땅치 않다는 데 문제가 있다. 부산의 전통적인 중심지인 서구에서는 사업서비스업체가 42%, 동래구에서는 금융·보험업체가 46%나 감소했다.


종사자 수 늘었는데 일자리의 질은?

통계청의 사업체 기초 통계조사 잠정 결과에 따르면 2007년을 기준으로 사업체의 종사자 수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2007년 말을 기준으로 전체 사업체의 종사자 수는 1천5백8십여 만명이며, 이는 지난해보다 2.7% 증가한 수치이다.

문제는 양만큼 질이 담보되지 못한다는 데 있다. 사업체 통계조사에서는 종사자를 비정규직과 정규직 종사자로 구분하지 않는다. 다만 짐작은 가능하다. 매년 임시·일일 노동자의 수를 집계하기 때문인데 이들은 대부분 다른 조사에서 비정규직으로 분류된다.

그래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임시·일일 종사자의 증가율은 대부분의 경우 사업체 종사자 수의 증가율을 초과하고 있다. 노동시장 내부에서 비정규직으로의 전환이 급속하게 이루어졌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2000년과 비교해 2006년에는 약 58%의 임시·일일 종사자가 증가했다.

임시·일일 종사자의 증가 요인은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다. 하나는 정규직의 감소, 즉 괜찮은 일자리가 줄었다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산업체의 종류가 변했다는 점이다. 사업서비스업 등 파트타임이나 비정규직을 선호하는 업종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2000~06년 사이에 집계한 전국 평균 증가율 58%보다 높은 지역은 부산(1백11%), 경기(1백9%), 대전(91%), 대구(62%), 울산(60%) 등 5곳이었다. 특히 부산의 경우 사업체의 증가율에 비해 임시·일일 종사자의 증가율이 매우 높아 일자리의 질이 문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 “부산의 젊은 친구들이 밖으로 빠져나간다”라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것은 아닌 듯하다.

임시·일일 종사자는 요즘처럼 경기의 변화가 심할 경우 가장 먼저 퇴출 대상이 된다. 지난 9월23일 통계청은 지난 8월을 기준으로 “전체 취업자 가운데 임시 노동자가 7월보다 19만3천여 명 감소했다”라고 발표했다. 경기 침체가 계속되자 임시직과 일용직 노동자가 먼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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