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변화 맞서 작은 섬나라로 계속 살아남겠다”
  • 김진령 (jy@sisapress.com)
  • 승인 2008.10.07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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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환경포럼 참석한 투발루 타바우 테이 부총리 “우리 정부는 앞으로도 이민 장려책 쓰지 않을 것”

남태평양 폴로네시아 군도에 자리 잡은 작은 섬나라 투발루는 9개의 산호섬으로 구성된 작은 나라로 전체 면적이 26㎢에 불과하다. 국민 수(1만여 명) 기준으로 세계에서 세 번째로 작은 나라이고, 이 중 4천명이 수도인 푸나푸티에 거주하고 있다.

이 작은 나라가 전세계적으로 유명해진 것은 인터넷 국가 주소인 ‘.tv’ 때문이다. 최근 인터넷 동영상이 유행하면서 .tv 도메인이 비싼 값에 팔리고 있다. 무엇보다도 투발루를 유명하게 한 것은 기후 변화로 인해 극지방의 얼음이 녹고 해수면이 상승하면서 나라 전체가 바다 밑에 잠길 위기를 맞고 있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지면서부터이다.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 전세계가 협력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나라가 된 것이다.

<시사저널>은 세계사이버대학과 환경재단 기후변화센터가 주최하는 국제환경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내한한 타바우 테이 투발루 부총리 겸 환경자원부장관을 만나 투발루의 위기에 대해 들어보았다. 
 

ⓒ시사저널 이종현

투발루 국토의 상당 부분에 이미 침수가 진행되었다고 보도되었다.
사실이 아니다. 봄철의 킹타이드라고 불리는 해수면 상승 시기에 가장 낮은 지역만 일시적으로 침수되고 있다. 투발루에서 제일 높은 곳이 3~4m 정도이고 보통은 2m이다.

국토가 잠기면서 투발루 주민들을 뉴질랜드로 집단 이주시키고 있다는데.
나는 행정 각료로서 이민을 장려하는 그런 정책이 없다고 말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뉴질랜드나 근방 국가로 이주하고 있는 것은 사실인데 이는 가족 간 재상봉 등 가족 문제이다. 경제적인 문제도 있다. 젊은 사람들은 일자리를 찾으러 뉴질랜드로 간다. 우리나라에는 별다른 일자리가 없어서. 정부기관에는 고작 9백명의 일자리만 있을 뿐이다. 고등교육을 받은 사람은 그래서 외국으로 갈 수밖에 없다.

투발루에는 고등 교육기관이 있나?
우리나라에는 없다. 피지에 남태평양 대학이 있다. 투발루가 이사회 멤버로 참여하고 있다. 나도 피지에서 교육을 받고 영국으로 유학을 가서 대학을 졸업했다.

투발루의 당면 과제는 일자리 부족인가, 해수면 상승인가?
해수면 상승은 큰 문제이고 국가적인 문제이다. 80%의 투발루인들이 어업에 종사하거나 가금류를 길러서 자급자족 경제를 일궈왔다. 때문에 기후 변화로 인한 국토 잠식이 더 큰 문제이다. 일자리 부족 문제는 뉴질랜드와 호주와 계절근로자 협정을 맺는 등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젊은이들이 그곳에 가서 7개월 정도 과일 농장에서 일하기도 하고, 정부 차원에서 독일계 조선회사와 계약을 맺고 근로자 파견을 하는 등 일자리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투발루 주민은 언제부터 해수면 상승을 인식하게 되었는가?
15~20년 전부터 우리는 해수면 상승으로 킹타이드가 자주 발생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제일 먼저 피해를 받은 것이 어업이다. 강풍이 잦아지니까 고기잡이에 지장이 생겼고. 또 타로라는 주식 농작물 농사가 침수가 잦아지고 지하수가 짜지니까 잘 안 되었다. 그러니 식량 안보에도 문제가 되었다. 1970년대 후반만 해도 이런 문제가 없었다. 80년대 말부터 싸이클론이 잦아지면서 일시적인 침수 현상이 잦아지기 시작했다.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국토 침식을 막기 위해 어떤 일을 하나?
해변 지역을 보존하는 데 큰 노력을 하고 있다. 아마도 10년 뒤쯤 투발루의 국토 면적 6㎢가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인구는 느는데 땅은 줄면 국가적인 위기이다. 살 곳이 없어지니까.
그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물리적 구조물, 방파제를 건설하고 큰 나무를 심어서 토지 유실을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해수면 상승으로 땅이 침수되면 나무가 자랄 수 있나?
1월에서 3월까지 킹타이드 때 바닷물이 올라와서 땅이 물에 잠기는 시간은 5시간 정도이다. 과거에는 드물었는데 요즘은 무척 잦아졌다. 그런 환경에도 코코넛 나무는 자란다. 

식량은 자급자족되나?
투발루 젊은 층의 식습관이 변했지만 그래도 타로가 주식이다. 하지만 타로는 자연 상태에서는 기를 수 없고, 과거와는 다른 방법으로 인공 재배를 하고 있다. 침수가 잘 안 되는 곳, 과거에는 재배를 하지 않던 상대적으로 좀 높은 지역에서 재배하고 있다. 지하수를 이용한 농사는 지을 수 없다. 빗물을 이용해 물을 주는 형편이다. 

식수 문제는 어떤가?
지하수 층이 매우 엷다.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지하수가 짠물로 변하고 있다. 요즘은 식수를 빗물에 의존하고 있다.

과거에는 지하수를 식수로 사용했나?
과거에 가뭄일 때에는 지하수를 사용했다. 투발루에는 하루에도 몇 번씩 스콜이 내리지만 6~7월에 한 달씩 비가 안 내리는 경우도 있다. 비염화 공장이 필요한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일본에서 비염화 공장을 지원해줘서 17개의 학교에 세웠다.  

제방 쌓기나 나무 심기가 효과를 보고 있는가?
파도를 막는 데 나무 심기는 효과적이고, 방파제 쌓기와 병행하면 더 효과가 있다. 방파제는 높이 쌓지는 않고 땅의 높이 정도로 쌓고 있다.

나라가 가라앉는다는 침수 위기설은 과장된 것인가?
기후변화국제패널(IPCC)에서 50년 내에, 사우스 퍼시픽 대학에서 30년 내에 투발루의 저지대는 물에 가라앉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푸나푸티(수도) 앞에 무인도가 하나 있었는데 완전히 바다 밑으로 잠겼고 섬 두 개 정도가 없어질 위기에 있다. 

장기적인 국토 보호 대책을 세웠나?
기후 변화가 방대한 문제이기는 하지만 일단 해수면 상승으로 직접적인 피해가 예상되기에 토지 침식을 막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다. 국민이 계속 농사를 짓게 할 수 있는 것, 기후 변화에 따라 생존하기 위해 새로운 기술을 배워 순응할 수 있게 하는 것, 해변 지대를 보호하기 위해 물리적 구조물을 세우고 재생 가능한 에너지를 수입해서 쓰는 것 등을 실천에 옮기고 있다.

투발루 같은 조그만 나라가 재생 에너지를 쓴다고 해서 기후 변화를 막을 수 있겠는가?
소국이지만 국제 사회에서 투발루가 전혀 관여하지 않는 것이 아니지 않는가. 그렇다면 우리도 조금이라도 해법 제시에 참여해야 한다. 우리가 가장 큰 피해를 입고 있지만, 우리가 가장 큰 피해를 입고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라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기후 변화에 선진국들은 어떤 책임이 있다고 보는가?
우리는 선진국에 전지구적 기후 변화를 막기 위해 전세계적 참여를 해달라고 부탁하고 싶다. 전세계가 배출가스를 줄이는 데 참여해달라.

앞으로도 투발루가 국가로서 존재할 수 있도록 영토가 유지될 수 있다고 보나.
당연히 투발루는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시간이 모든 것을 말해 줄 것이다. 주민들을 다른 나라로 이주시킬 계획도 없고 우리의 계획이 효과를 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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