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 ‘공공의 적’이 되다
  • 조고은 (메디컬투데이 기자) ()
  • 승인 2008.10.14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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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당뇨병 등 각종 질환 불러…사회적 손실 비용도 1조8천억원에 달해

▲ 서울 광진구청이 비만 어린이를 위해 마련한 ‘초등학생 튼튼이 교실’에서 초등학생들이 체중 감량 운동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사회에서는 안부도 먹는 일에 대한 이상 유무로 확인하곤 했다. ‘식사는 하셨는지요’라고 식사 안부를 물을 만큼 먹는 것이 귀했던 시절이 있었음에 틀림없다. 요즘도 축하의 자리이든 애도의 자리이든 항상 ‘떡 벌어지는 한 상’을 차리는 것을 당연시한다. 그것이 우리 사회의 손님에 대한 예의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떡 벌어지는 한 상’이 지금 대한민국을 위협하고 있다. 이제는 단순히 음식의 많고 적음이 문제가 아니라 변화된 식단에 의한 그 ‘한 상’이 ‘비만’이라는 적을 만들어내며 다양한 질환들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예컨대 당뇨병, 수면 무호흡증 등이 증가하고 있는 것은 비만 인구 증가와 연관이 깊고 이름도 낯선 크론병처럼 서구에서 많이 생기는 위장 질환이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이며, 심지어 불임에까지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되고 있다. 그야말로 30년 전만 해도 ‘부’의 상징이었던 ‘비만’이 이제는 ‘공공의 적’으로 여겨지고 있는 것이다.

비만은 단순히 ‘많이 먹는’ 습관으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현대인들의 비만 원인을 찾을 때에도 서구화된 식생활뿐 아니라 유전, 잘못된 식습관, 환경, 질병, 운동 부족 등 다양한 요인들의 상호 작용이 꼽힌다. 다만, 다른 질환에 비해 식습관이나 운동 등 조절 가능한 환경적 요인의 영향이 크므로 이에 대한 개선과 관리가 중요하다.

때문에 비만도 처음부터 질타의 대상은 아니었다. 먹고살기 힘들었던 시절 남들보다 조금 더 통통한 얼굴이 평소 풍족한 삶을 산다는 증거로 여겨졌던 때도 있었고, 제대로 먹지 못해 질병에 노출되는 것보다는 몇 배 나은 것이기도 했다.

그렇지만 풍족한 먹을거리의 제공을 넘어 ‘음식의 홍수’에 휩싸이고 걷기조차 귀찮아하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사람들은 점차 뚱뚱해져갔고, 급기야 전세계적인 비만 인구가 10억명을 넘어서 8억명의 기아 인구를 초월했다는 발표까지 나왔다.

더 큰 문제는 그 숫자 이상의 비만의 영향력이다. 이미 세계보건기구(WHO)는 비만을 ‘장기적 치료가 필요한 비전염성 질병’이라 정의하고 21세기 인류 건강에 가장 심각한 위협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몇십 년 전까지만 해도 비만은 그저 몸집이 큰 것이라고 여길 뿐 질환으로까지 인식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비만이 다양한 질환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속속 보고되고 있다.

소아·청소년 비만율 갈수록 높아져 앞날도 ‘아득’

실제로 비만한 사람의 질병 발생률은 높다. 비만과 관련된 것으로 알려진 대표적 질환으로는 당뇨병과 고지혈증, 고혈압, 관상동맥 질환 등의 동맥경화증이 있으며 최근에는 비만할 경우 여성은 유방암, 남성은 대장암과 전립선암 등에 잘 걸릴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체질량지수[체중(kg)/키x키(㎡)]가 25를 넘으면 남녀 모두에서 체질량지수에 비례해 사망률이 증가하고, 체질량지수가 35를 넘으면 당뇨병 사망률이 8배 증가하며 암 사망률은 1.5배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도 나와 있다.

소화기계 질환 중에는 지방간을 꼽을 수 있는데, 지방간은 비만으로 인해 인슐린이 말초기관에 미치는 효과가 떨어져 이를 만회하기 위해 인슐린 분비가 늘어나고 이로 인해 남아도는 열량이 간에 중성지방의 형태로 축적되기 때문에 생긴다. 고혈압, 고지혈증, 협심증, 심근경색, 동맥경화 등의 심혈관 질환은 흔히 여러 가지가 동반되어 나타난다고 한다.

또한 비만한 경우 식사 습관이 불규칙해 소화불량이나 변비, 설사 등의 위장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많고 살이 찐 여성은 체내 여성 호르몬 균형이 깨지며 심하면 월경이 사라지거나 불임이 올 수도 있다.

여기에 관절에 무리가 가는 것은 당연하다. 외부로부터 충격을 받을 경우 관절염이 생긴다. 또 무릎이 쉽게 손상되어 퇴행성 관절염을 일으키게 된다.

무엇보다 단순한 비만의 정도뿐만 아니라 체지방의 분포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주로 배가 나오는 상체 비만(남성형 또는 복부 비만)이 둔부와 허벅지가 두꺼워지는 하체 비만(여성형 비만)에 비해 당뇨병 등 대사 이상을 초래할 위험이 크다.

상체 비만은 인슐린 저항성을 유발해 동맥경화를 증가시키고 관상동맥 질환과 뇌졸중의 원인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만은 이외에도 수면 무호흡 증후군, 담석 및 담관질환, 과월경증, 변비, 상처치유 지연, 정맥류 및 심리적 장애 등의 질환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2008년)에 따르면 한국인 비만의 사회·경제적 비용은 직접 비용 1조7백71억원, 간접 비용 7천1백52억원 등 총 1조7천9백23억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제는 비만이 개인의 문제를 넘어서 사회적 손실까지 불러오고 있는 셈이다. 이에 정부까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으나 당장 살을 빼는 성인들이 늘어나도 앞으로 그 자리를 대체할 어린이 비만 문제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앞날이 순탄치만은 않아 보인다.

▲ 체질량지수가 25를 넘으면 남녀 모두에서 그것에 비례해 사망률이 증가하는 것으로 연구 결과 나타났다. ⓒ시사저널 우태윤

우리나라 소아 청소년의 비만율은 갈수록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2005년 소아 청소년의 비만율은 전체 10.2%, 남자 11.7%, 여자 8.4%로 나타났는데 당시 이 조사 결과들의 수치를 1998년과 비교하면 모든 연령군에서 비만율이 상승했으며, 남자의 경우 중학생과 고등학생의 비만율이 평균보다 각각 1.9배, 2.3배 높았다.

더욱이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비만의 정도가 심각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어 시급한 해결책이 요구되고 있다. 실제로 연령별로 입학 전 소아(0~6세)의 비만율은 남녀 모두 5% 정도였으나 초등학교 이후 급격히 증가해 남학생의 경우 22~24%, 여학생의 경우 13~14%였다. 

가장 중요한 점은 성인 비만의 경우 지방 세포 수가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지방 세포의 크기만 커지지만 성장기 비만은 지방 세포 수까지 늘어난다는 것이다. 한 번 늘어난 지방 세포 수는 줄어들지 않아 평생 비만에 유의해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

소아 비만은 대부분 성인 비만으로 이어지며 당뇨병, 고혈압, 고지혈증, 뇌졸과 각종 암 등의 중요한 위험인자라는 것이 학계의 공통된 견해이다.

2006년 대한비만학회에 따르면 소아 비만의 약 68%가 성인 비만으로 이어지고, 비만아의 38%에서 당뇨병, 고혈압 등 대사증후군이 발생한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이에 따라 관계자들은 소아 비만을 해결할 전문 인력을 양성해 활용하는 방안이 시급하게 마련되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 복부 비만은 여러 질환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뉴시스

한국인의 몸이 갈수록 무거워지고 있다. 우리나라인구 10명 중 3명은 비만이며, 대다수 비만 전문의들은 이 수치가 시간이 갈수록 점점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 2005년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비만 유병률이 지난 7년간 꾸준히 증가해온 것을 볼 수 있다. 1998년에 26.3%에서 2001년에 29.6%, 2005년에 31.7%에 이르는 증가율을 보인다. 특히 현재의 비만 인구 추세대로라면 2025년에는 국내 성인 2명 중 1명은 비만 환자가 될 것이라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질병관리본부는 2005년 제3기 국민건강영양조사에서 검진 조사에 참여한 20세 이상 성인 5천5백2명의 자료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지난 7월 밝혔다.

질병관리본부와 동국대 일산병원 가정의학과가 공동으로 실시한 이번 조사는 국내성인의 비만 특성을 살펴보기 위한 목적으로 시행되었다.

조사 결과 국내 20세 이상 성인의 비만 유병률은 31.5%였으며 남자는 35.1%, 여자는 28.9%였다. 남자는 40, 50대까지 유병률이 상승하다 이후 하락하는 경향을 보였고, 여자는 40, 50대에서 비만 유병률이 급격히 올랐다.

복부 비만 유병률은 20세 이상이 24.0%, 30세 이상이 27.8%였으며 그중 남자는 24.6%, 여자는 23.4%였다.

남자는 50대까지 복부 비만 유병률이 상승하다 이후 서서히 하락하는 추세였으며 여자는 40, 50대까지 복부 비만 유병률이 급격히 상승했다. 여성의 비만 및 복부 비만 유병률 상승은 폐경으로 인한 변화로 추정된다.

문제는 비만 중에서도 중년이 많이 앓는 복부 비만은 더욱 위험성이 높다는 점이다.복부 비만은 고혈압·고지혈증·당뇨병 등을 야기해 심장병과 뇌졸중으로 쉽게 이어질 수 있기 때문.

이대목동병원 가정의학과 심경원 교수가 2007년 1월부터 3월까지 종합검진센터를 방문한 9백78명을 대상으로 복부 비만과 심혈관계 질환과의 상관성을 조사한 결과 단순 비만 환자보다 복부 비만 환자들이 상대적으로 심혈관계 질환에 더 많이 노출되어 있음이 밝혀졌다.

이 연구에 따르면 남녀 모두에서 체질량 지수(BMI)가 정상(25kg/㎡ 미만)이면서 복부 비만이 있는 환자(허리둘레: 남 90cm 이상, 여 80cm 이상)가 비만(25kg/㎡ 이상)이지만 복부 비만은 없는 사람(단순 비만)에 비해 상완(팔 윗부분)에서 발목까지의 맥파 전파 속도가 높았다. 맥파 전파 속도는 심장에서 나간 피가 다시 심장으로 돌아오는 데 걸리는 속도로 이것이 빠를수록 심혈관계 질환에 걸릴 위험성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복부 비만이 있는 사람은 혈관이 딱딱하거나 좁아지는 동맥경화 진행속도가 빨라 단순 비만인 사람보다 심근경색, 협심증, 뇌졸중 등 심혈관계 질환에 걸릴 위험성이더 크다.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 내분비대사센터 정호연 교수는 “상반신 비만은 복부에 지방이 침착되어 이른바 ‘사과형’의 체형이며 남성 비만에서 흔히 볼 수 있고 하반신 비만은 복부에서 아래, 특히 둔부와 대퇴부에 지방이 현저히 침착되어 ‘서양배형’의 체형을 이루며 여성 비만에서 많다. 비만도가 같은 남녀를 비교해보면, 합병증을 동반할 빈도는 남성 쪽이 높고 또한 여성에게도 상반신 비만이 발생하면 당뇨병, 동맥경화, 통풍, 고혈압 등의 합병증이 많이 생긴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조사 결과 20세 이상 인구에서의 비만 유병률은 1998년 26.3%에서 2005년에 31.5%로 상승했다.

남자의 비만 유병률은 1998년과 2001년, 2005년에 지속적인 상승 추세를 보였지만여자는 1998년에 비해 2001년에는 약 3% 정도의 상승 추세를 보였으며 2005년에는 오히려 약 1% 정도 하락했다.

남자의 경우 20대를 제외한 모든 연령대에서 1998년 이후 비만 유병률이 상승했고, 이런 추세는 50세 이상의 고연령층에서 두드러졌다. 여자의 경우 1998년 이후 연령대별 비만 유병률의 급격한 상승은 보이지 않았으나 60세 이상 연령대에서는 상승폭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연구 결과 우리나라의 성인 비만 인구는 매년 40만 명 정도씩 빠르게 증가하며 주로 남자들의 증가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제1기 조사(1998년) 때부터 지난 7년간의 증가 추세를 기준으로 추정했을 때 2025년의 국내 성인 비만의 유병률은 거의 2명 중 1명 정도가 될것이다”라고 예측했다.

이와 관련해 국제비만전문위원회는 현재 비만 인구 증가 추세가 지속되면 2025년에는 전세계 인구의 3분의 1이 비만 환자가 될 것이라고 예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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