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위기는 ‘구본홍 이후’이다”
  • 감명국 (kham@sisapress.com)
  • 승인 2008.10.14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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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 내부, 구사장측이 ‘민영화’와 ‘재승인’ 등 미래 담보로 협박한다는 인식 많아

▲ 지난 9월9일 구본홍 YTN 신임 사장(왼쪽 두 번째)이 출근하려다 노조에 막혀 있다. ⓒ연합뉴스

지난 1990년대 회사측을 상대로 파업 투쟁을 벌인 경험을 갖고 있는 서울 유력 언론사의 한 기자는 이렇게 말했다. “어느 경우이든 간에 회사측과 첨예한 이해관계를 둘러싸고 대립하게 될 경우, 회사 구성원들은 세 그룹으로 분류될 수밖에 없다. 친사(親社)측과 반사(反社)측 중도파이다. 그리고 결국 힘의 추는 그 중도파의 향배에 따라 좌우되기 마련이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YTN 사태’ 역시 마찬가지 경우이다. 신임 구본홍 사장을 사장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노조측과 사장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일부 간부 임원들 사이에 고민하는 ‘관망파’가 있다. 수적으로는 ‘반사’측이 월등하지만, ‘친사’측 또한 대부분 국장급의 간부 임원들이라는 점에서 만만찮은 힘을 유지해왔다. 고민하는 관망파에게 ‘친사’측이 내민 읍소의 목소리는 ‘향후 YTN에 몰아닥칠 거센 폭풍우’에 대한 위기감이었다. “앞으로 지금의 사장 인정 문제와는 별개로, 아니 그보다 더 심각한 위기 상황이 YTN을 파국으로 몰아넣을 수도 있다. 회사가 일치단결해서 그런 위기를 극복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라는 목소리가 그것이다.
사내 관망파는 심정적으로는 노조의 구호에 박수를 보내면서도 현실적인 문제를 외면하기도 어렵다는 고충 속에서 고민해왔다. 하지만 그런 힘의 균형이 지난 10월6일 회사측의 노조원 6명 해고와 33명에 대한 무더기 징계로 급변했다. 관망파가 강경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정부와 구사장측이 YTN의 미래를 담보로 협박하고 있다는 인식이 팽배해진 것이다. 그들이 말하는 YTN의 미래란 크게 ‘민영화’와 ‘재승인’ 문제 두 가지이다. 사내 힘의 균형이 급격하게 한쪽으로 쏠리면서 이제 YTN의 미래는 더욱 예측 불변으로 빠져들고 있다. 청와대와 방송통신위원회가 초강경의 칼날을 휘두를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번 YTN 사태를 바라보면서 일반 국민은 다소 혼란을 겪었다. YTN이 공기업인가, 민간 기업인가 하는 점이다. 엄밀히 말하면 YTN은 코스닥에 상장된 민간 기업이다. 그럼에도 YTN을 공기업으로 착각하게 하는 것은 바로 지분 소유 구조 때문이다. 현재 YTN의 지분은 공기업이 전체 주식의 58.9%를 소유하고 있다. 지난해 말을 기준으로 했을 때 한전KDN이 21.43%, KT&G 19.95%, 한국마사회 9.52%, 우리은행 7.60% 등이다. 사실상 정부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일부 온건파 “더 큰 위기 막기 위해 구사장 인정하자”

정부 미디어 정책의 기조는 ‘1공영 다민영’ 체제로의 전환이다. 현재 KBS 2TV와 MBC의 민영화가 추진될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하다. 여기에 사실상 공영 성격이 강했던 YTN 역시 완전 민영화한다는 것이 정부의 방침이다.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은 지난 8월 말 “과거 YTN이 경영상 어려움에 처했을 때 정부 공기업이 방송의 공공성을 고려해 구제해준 성격이 짙다. 이제 YTN도 경영이 정상화된 만큼 공기업의 지분 매각에 들어갔다”라고 밝혔다. 이런 정부의 방침이 구체적으로 밝혀지자 YTN 노조측은 거세게 반발했다. “YTN의 공적 지배 구조는 공정방송 유지의 근간이 되어왔음에도 정부가 사실상 그런 순기능을 단절시키기 위한 책모를 꾸미고 있다”라고 비난했다. 일각에서는 YTN 지분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유력 보수 언론사에게 회사를 넘기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계속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언론계에서는 “이미 YTN 공기업 지분 매각 수순으로 향한 민영화는 움직이기 힘든 대세로 접어들었다. 이번 사태로 정부의 그런 움직임은 더 가속화될 것이다”라고 전망하고 있다. 방통위는 최근 내놓은 미디어 정책에서 YTN과 같은 보도 전문 PP에 참여하는 대기업의 자산 규모 제한 기준을 기존의 3조원 미만에서 10조원 미만으로 완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YTN은 <시사저널>이 매년 실시하는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여론조사의 ‘언론 매체 신뢰도’ 부분에서 SBS를 제치고 KBS MBC에 이어 방송사 가운데 3위를 차지할 정도로 매체력을 인정받고 있다. YTN이 시장에 나올 경우 노리는 기업이 많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나라당의 미디어산업발전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정병국 의원이 10월 초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YTN 사태가 계속될 때는 재허가가 안 날 수 있다”라고 말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YTN은 MBN, GS홈쇼핑, CJ홈쇼핑 등과 더불어 내년 3월12일 승인 유효 기간이 만료된다. 최시중 위원장의 의중도 YTN을 긴장케 만들고 있다. 지난 9월12일 방통위 전체회의에서 최위원장은 “YTN 방송이 제대로 기능 되지 않고 있다. 내부문제가 장기화될 경우 시정 명령에 해당되나”라고 물었고, 황부군 방송정책국장은 “노사 문제 자체만으로 시정 명령을 발동하기는 어렵지만 파업이 장기화되어 방송이 중단될 때는 가능하다. 또한 머리띠나 리본을 착용하고 방송을 하는 것은 방송통신 심의에서 제재되어 평가 마이너스 요인이 될 수도 있다”라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총파업 등 최악의 사태로 치달으면 미래 예측 어려워

정의원은 자신의 발언에 따른 파문이 확산되자 “내 말이 본질과 다르게 와전되었다. 재허가를 안 해줄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낸 것이지 단정적으로 말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그는 노사 갈등이 장기화되면서 결국, 폐업한 전례가 있는 경인방송을 예로 들며 여전히 현재의 사태가 재승인 결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YTN 노조의 노종면 위원장은 “PP 재승인과 관련해 최위원장과 방통위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배지와 리본 패용에 대한 심의 및 제재와 이를 근거로 감점을 주는 것뿐이다. 사과 명령 등의 제재를 받았다고 해서 재승인을 못 받는다면 모든 채널은 문을 닫아야 할 것이다”라고 강력히 반발했다. 미디어 전문가들 역시 YTN의 위상과 여기에 쏠린 국민의 관심을 감안해볼 때 지금의 사태로 재승인을 해주지 않는다는 시나리오는 상상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다만, 총파업 등 최악의 사태로 치달을 때에는 그 향방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작 YTN의 위기는 ‘구본홍 이후’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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