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면서 눈물 흘리고 이식 후엔 거부 반응에 운다
  • 노진섭 (no@sisapress.com)
  • 승인 2008.10.21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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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 이식, ‘확보’ 어려워 몇 년씩 기다리다 사망…일부 대형 병원 ‘독점’은 문제

▲ 국립암센터 수술실에서 간 이식 수술을 하고 있다. 면역 억제제를 투여하면 암 발병 위험이 일반인에 비해 3배가량 높게 나타난다. ⓒ시사저널 임준선

수술 전에는 장기 이식에 관심조차 없었다. 그러나 장기 이식으로 새 생명을 얻은 지금은 그 생각이 1백80˚ 바뀌었다.”

지난 9월30일 아들 이상민씨(25)로부터 간의 일부를 이식받은 이현우씨(52)는 자신의 경우가 장기 이식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씨는 1983년부터 2008년 7월까지 수차례에 걸쳐 B형 간염과 간암이 재발해 여러 번 수술을 받았다. 결국 간 이식 외에는 달리 치료할 방도가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뾰족한 치료법이 없을 때 장기 이식은 환자에게 최후의 생명줄로 여겨진다. 다른 치료 방법으로 손도 댈 수 없을 정도로 손상된 장기를 새로운 장기로 바꿔주는 것이 장기 이식이다. 심장, 폐, 간, 신장, 췌장, 소장, 각막 등이 해당된다.

그러나 장기를 이식받는 것이 생각처럼 쉽지 않다. 장기의 적합성 여부는 접어두더라도 장기 신청부터 이식을 받을 때까지 몇 년이 걸릴지 모른다. 장기 이식을 기다리다 사망하는 환자도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수술로 치료가 안 되면 장기 이식을 받으면 그만이라는 속단은 금물이라고 전문의들이 강조하는 이유이다.  

이석구 삼성서울병원 장기이식센터장은 “한 사람이 최대 9명에게 장기를 나눠줄 수 있다. 그 장기로 사선에서 돌아와 새 생명을 얻는 환자도 많아졌다. 그러나 장기 이식은 생명을 구하는 이점과 면역 거부로 평생 고생하며 살아야 하는 단점 등 득과 실을 꼼꼼히 따져서 결정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장기는 기증자의 상태에 따라 생체 장기와 뇌사 장기로 구분된다. 생체 장기란 살아 있는 사람이 기증한 신장이나 간을 말하며 대부분 가족끼리 주고받는다. 생체 장기가 전체 장기 기증의 85%를 차지한다.


가족끼리라도 맞지 않으면 불가능

뇌사 장기는 뇌사자가 기증한 신장, 간, 췌장, 심장, 폐를 말한다. 가족끼리라도 장기가 적합하지 않아 이식이 불가능할 경우에는 뇌사 장기를 이식받을 수밖에 없다. 

장기를 확보했다고 해서 모두 이식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뇌사 장기라도 바이러스 등에 감염된 장기는 환자에게 해를 줄 우려가 있기 때문에 이식할 수 없다. 또, 이식자의 질병이나 건강 상태도 장기 이식에 적합해야 한다. 이승규 한국간이식연구회 회장(서울아산병원 외과 교수)은 “간암 환자의 경우 암이 간 전체에 퍼진 말기에는 이식의 의미가 없다. 다른 장기로도 암세포가 전이되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또 암의 크기가 7cm 이상이거나, 개수가 5개 이상이어도 장기 이식에 적합하지 않다. 장에서 흡수된 양분을 간에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혈관인 문맥(門脈)에 암세포가 침범한 경우도 힘들다. 응급 이식 수술을 받아야 하는 급성 간질환 환자의 뇌가 붓는 경우가 있다. 뇌가 손상된 경우이므로 간을 이식할 수 없다. 폐렴이 악화되어 있어도 신선한 산소를 공급할 수 없기 때문에 이식이 불가능하다. 이런 경우에 이식을 한다고 해도 치료 효과를 보는 경우는 40~50명 중에 한 명 정도이다”라고 밝혔다. 이밖에 환자의 동공에 반응이 없거나 환자가 발작 증세를 보일 때도 이식을 하지 못한다.

환자가 장기 이식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부작용이나 합병증을 감수해야 한다. 남의 장기이므로 이식받은 장기에 대한 거부 반응이 나타난다. 거부 반응을 억제하기 위해 평생 면역 억제제를 투여해야 한다. 면역 억제제는 오랫동안 암 발병 위험과 연관된 것으로 알려져왔다. 최근 면역 억제에 대해 연구한 핀란드의 한 연구팀이 발표한 바에 따르면 간 이식을 받은 사람의 암 발병 위험이 일반인에 비해 3배가량 높게 나타났다. 간을 이식받은 5백40명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이 중 36명에게서 모두 39종의 새로운 암이 발생했다.

KONOS가 관리 맡은 후 뇌사 기증자 수 오히려 급감

뇌사 장기는 뇌사자가 기증한 신장, 간, 췌장, 심장, 폐를 말한다. 가족끼리라도 장기가 적합하지 않아 이식이 불가능할 경우에는 뇌사 장기를 이식받을 수밖에 없다.  장기를 확보했다고 해서 모두 이식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뇌사 장기라도 바이러스 등에 감염된 장기는 환자에게 해를 줄 우려가 있기 때문에 이식할 수 없다. 또, 이식자의 질병이나 건강 상태도 장기 이식에 적합해야 한다. 이승규 한국간이식연구회 회장(서울아산병원 외과 교수)은 “간암 환자의 경우 암이 간 전체에 퍼진 말기에는 이식의 의미가 없다. 다른 장기로도 암세포가 전이되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또 암의 크기가 7cm 이상이거나, 개수가 5개 이상이어도 장기 이식에 적합하지 않다. 장에서 흡수된 양분을 간에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혈관인 문맥(門脈)에 암세포가 침범한 경우도 힘들다. 응급 이식 수술을 받아야 하는 급성 간질환 환자의 뇌가 붓는 경우가 있다. 뇌가 손상된 경우이므로 간을 이식할 수 없다. 폐렴이 악화되어 있어도 신선한 산소를 공급할 수 없기 때문에 이식이 불가능하다. 이런 경우에 이식을 한다고 해도 치료 효과를 보는 경우는 40~50명 중에 한 명 정도이다”라고 밝혔다. 이밖에 환자의 동공에 반응이 없거나 환자가 발작 증세를 보일 때도 이식을 하지 못한다. 환자가 장기 이식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부작용이나 합병증을 감수해야 한다. 남의 장기이므로 이식받은 장기에 대한 거부 반응이 나타난다. 거부 반응을 억제하기 위해 평생 면역 억제제를 투여해야 한다. 면역 억제제는 오랫동안 암 발병 위험과 연관된 것으로 알려져왔다. 최근 면역 억제에 대해 연구한 핀란드의 한 연구팀이 발표한 바에 따르면 간 이식을 받은 사람의 암 발병 위험이 일반인에 비해 3배가량 높게 나타났다. 간을 이식받은 5백40명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이 중 36명에게서 모두 39종의 새로운 암이 발생했다.

▲ 삼성의료원에서 아들 이상민씨(오른쪽)가 아버지 이현우씨에게 간을 기증한 후 미소짓고 있다. ⓒ시사저널 임준선

그럼에도 이렇다 할 치료법이 없다면 장기 이식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장기를 이식받기까지 수년씩 기다려야 한다. 지난해 말을 기준해 장기 이식 대기자의 평균 대기 시간은 1천4백35일이었다. 거의 4년 가까이 기다리고 있는 셈이다. 위독한 경우라서 빨리 이식을 받는다고 해도 평균 1년 이상을 기다려야 한다.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KONOS)에 따르면 장기를 이식받은 환자의 평균 대기 시간은 2005년 3백7일, 2006년 3백77일, 2007년 3백75일로 여전히 오래 걸린다.

이는 뇌사 장기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불법 장기 매매를 근절하고 장기의 공정한 분배를 위해 지난 2000년 설립된 KONOS가 뇌사자 등록과 관리를 도맡아 하고 있지만 뇌사 기증자는 오히려 급감했다. 1998년 1백25명, 1999년 1백62명에 달하던 뇌사 기증자는 2000년 64명으로 급감했고 2002년에는 36명으로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식 대기 순서에 따라 공정하게 장기를 분배하는 목적은 달성했지만, 잠재 뇌사자를 발굴하는 데는 실패한 셈이다. 따라서 2003년부터 잠재 뇌사자를 발굴하는 병원에 인센티브를 주는 제도를 도입했다. 같은 중증도의 이식 대기자라면 뇌사자를 발굴한 병원에 있는 환자에게 장기를 우선 배분하는 것이다. 병원이 적극적으로 잠재 뇌사자를 발굴함에 따라 2005년 91명이던 뇌사 기증자는 2006년 1백41명, 2007년 1백48명으로 늘어났다.

그럼에도 이식 대기자는 2005년 1만2천1백27명, 2006년 1만3천7백41명, 2007년 1만5천8백97명으로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같은 기간 동안 장기 기증자는 1천6백57명, 1천7백75명, 1천7백29명에 머물렀다. 실제 장기를 이식받은 환자도 2천86명, 2천3백46명, 2천3백60명이었다. 올해도 9월까지 대기자가 1만8천8백98명인데 이식받은 환자는 1천8백70명에 불과한 실정이다.

장기 부족과 대기 시간 지체로 사망자도 늘어나고 있다. 2003년 7백3명, 2004년 7백83명, 2005년 7백70명, 2006년 8백40명, 2007년 9백89명으로 증가했다. 올해도 8월까지 이미 6백97명이 장기 이식을 기다리다 사망했다. 연평균 사망자가 8백17명에 이르는 셈이다.

이석구 삼성서울병원 장기이식센터장은 “뇌사자의 장기 기증은 스페인에서 가장 활발하다. 인구 100만명당 34.3명으로 우리나라의 3.1명보다 10배 정도 많다. 미국은 26.6명, 유럽 국가들도 20명 정도이다. 생체 장기 기증자는 한계가 있는 만큼 뇌사 장기 기증자 확보 대책을 세워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미국에서는 장기 이식과 관련한 전반적인 업무를 민간 기구인 UNOS(United Network for organ Sharing)가 지휘·감독하고 있으며 각 주마다 민간 단체가 운영하는 장기 구득 기관(OPO)이 뇌사자 관리를 담당하고 있다. 미국 전역에서 모두 58개의 OPO가 운영되며 뇌사자가 발생하면 의료 기관에서 출동해 뇌사자 가족을 설득하고 잠재 뇌사자를 확보한다.

“응급 환자부터 차례대로 장기 배분해야”

우리나라에서도 지난해 계명대에 이어 올해 서울대에서 병원부설 형태의 OPO를 시범 운행하고 있지만 형평성 문제를 먼저 풀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광웅 국립암센터 간암센터 박사는 “우리나라 KONOS의 장기 관리 시스템은 수십 년 전 미국에서 도입한 것이다. 환자의 응급도에 따라 등급을 1, 2A, 2B, 3으로 나눈다. 1과 2A는 이식을 하지 않으면 1주일 내에 사망할 정도로 심각한 환자이다. 장기를 1과 2A 환자에게 최우선 배분한다. 대부분 환자가 속하는 2B에 대해서는 대기 시간에 따라 장기를 배분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뇌사 장기 기증자를 늘리기 위해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했다. 같은 2B 등급 환자라도 오래 기다린 환자보다 뇌사자의 장기를 확보한 병원의 환자에게 우선권을 주는 것이다. 아무리 오래 기다린 환자라도 다른 병원에서 나온 장기라면 그쪽 병원 환자에게 장기를 양보해야 하는 셈이다”라고 말했다.

따라서 잠재 뇌사자를 많이 확보할 수 있는 일부 대형 병원이 장기를 독점할 수 있다는 문제점이 있다. 어떻게 보면 장기는 사회적 재산이므로 배분의 형평성을 유지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KONOS가 제 구실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박사는 “미국은 1994년 이미 제도를 바꾸었다. 모든 대기 환자를 응급도에 따라 점수를 매긴다. 즉, 응급한 환자부터 차례대로 장기를 배분하는 이른바 ‘MELD 시스템’이다. 양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꼭 필요한 환자에게 배분하는 것도 중요하다”라고 주장했다.

또, 까다로운 뇌사 기준도 완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 한마디로 소생 불가능한 뇌사 판정에 의사, 환자 보호자, 종교인까지 동의했지만 뇌파나 혈압이 뛰고 있으면 장기를 떼어낼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뇌사 판정은 각 병원에서 종교인 등이 참석하는 윤리위원회에서 한다. 두 차례에 걸쳐 뇌사 판정이 내려지면 인공호흡기 등을 떼어내고 뇌파와 혈압이 멎기를 기다린다. 대부분 5~10분 내 뇌파와 혈압까지 멈추면 신속하게 장기를 적출한다. 그런데 뇌파와 혈압이 오랫동안 지속되는 경우가 간혹 생긴다.

한국간이식연구회 이회장은 “외국에서는 하지 않는 뇌파 검사를 우리나라에서는 유지하고 있다. 모든 장기 기능이 정지해도 뇌파나 혈압이 희미하게라도 뛰면 의식이 있다고 판단하고 뇌사자로 볼 수 없도록 되어 있어 장기를 적출할 수 없다. 이런 제도적인 문제와 종교나 매장 문화 등으로 뇌사 장기 기증이 외국에 비해 적은 것이다. 만일 뇌사자의 뇌파나 혈압이 희미하게라도 1시간 후에 멈췄다면 그 뇌사자의 간은 사용할 수 없다”라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원숭이나 돼지의 장기 유전자를 변형하거나 줄기세포를 이용한 장기 이식 연구도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이렇다 할 성과가 없는 만큼 뇌사 장기 확보와 배분을 늘려가는 노력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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