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기기’ 좋아하다 ‘소리’ 잃을라
  • 노진섭 (no@sisapress.com)
  • 승인 2008.10.21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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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연·음주 즐기는 40~60대가 가장 위험…3기 이후에는 방사선·수술 요법 병행해 치료

     
 

 

 

후두암은 목 부위에 생기는 두경부암 중 가장 흔한 암이다. 두경부암은 뇌와 눈을 제외하고 머리와 목 부위에 생기는 암을 통칭하는 말이다. 목을 뒤로 젖힌 상태에서 손으로 목을 만지면 툭 튀어나온 부분이 있는데 이것이 갑상연골의 윗부분이며 후두가 시작되는 부분이다.

후두암은 주로 40~60대에 발생하며 흡연과 음주가 요인으로 알려져 있다. 여성보다 남성의 발생 확률이 약 10배 정도 높다. 특히 술을 마시면서 흡연할 경우 후두암 발생률은 50% 이상 높아진다는 연구 보고도 있다.
암 발생 부위와 병기에 따라 증세는 다르지만 초기에는 목소리가 쉬며 시간이 지남에 따라 소리를 낼 수 없거나 호흡도 곤란하게 된다. 후두암 중에서도 성대 부위에 암이 생기는 성문암의 경우 쉰 목소리가 2주 이상 지속되면 이비인후과를 찾아 진찰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병원에서는 환자의 입 속으로 후두경을 넣어 성대를 포함한 후두를 육안으로 관찰함으로써 후두암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의심스러운 병변이 발견되면 조직검사를 해서 후두암을 확진한다. 이후 추가적인 정밀 검사를 통해 암의 진행 정도를 판단하고 치료법을 결정한다.

후두암은 비교적 초기에 발견되며 전이가 잘 안 되므로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완치될 가능성이 다른 암에 비해 크다. 후두암은 진행 정도에 따라 병기를 1~4기로 나누는데 초기에 해당하는 1~2기의 5년 생존율은 90% 이상이다. 이 시기에는 방사선 치료로 완치할 수 있지만 3기 이후라면 수술 치료를 병용하는 경우가 많다.

병변의 범위에 따라 절제 범위와 수술 방법은 달라진다. 대표적인 후두암 수술로는 성대절제술(cordectomy), 성문상후두절제술(supraglottic laryngectomy), 후두 부분절제술(hemilaryngectomy), 후두 전절제술(total laryngectomy) 등이 있다.

성대절제술은 레이저 또는 외부 절개를 통해 성문 부위만을 제거하는 치료법이다. 과거에는 외부에서 후두를 열어 성문 부위의 암을 포함한 성대 조직을 절제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레어저, 수술 현미경, 내시경 등으로 외부 절개 없이 수술하는 방식이 주로 쓰이고 있다.

후두에 국한되었으면 완전 절제로 완치

▲ ⓒ연세세브란스병원 제공  
성문상후두절제술은 성문 윗부분에 암이 생긴 성문상부암에 시행하는 치료이다. 성문 상부를 모두 절제하고 성문 부위를 보존하는 치료법이다. 경우에 따라 혀뿌리 부위나 하인두점막 등을 절제하기도 한다.

후두 부분절제술은 후두의 반쪽을 절제한다. 한쪽에만 국한되어 있는 후두암에 시행한다.

후두 전절제술은 후두 전체를 제거하는 수술이다. 암이라도 전이되지 않고 후두에 국한된 경우라면 완전 절제로 완치가 가능한 치료법이다. 후두암이 목에 있는 림프선으로 전이된 경우라면 림프절 절제술을 병행하기도 한다. 후두를 제거하기 때문에 수술 후 식도로 말하는 식도 발성법 훈련과 같은 재활 과정이 필요하다.
방사선 치료는 암세포를 죽이거나 성장을 막기 위해 종양 부위에 방사선을 조사하는 방법이다. 주로 초기 암에 효과적이지만 수술이나 항암 치료와 병행하기도 한다. 방사선 치료는 후두를 보존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방사선 치료가 실패해 후두 절제수술을 해야 하는 경우에는 수술에 의한 합병증이 생기는 단점도 있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수술 전에 암의 크기를 줄이기 위한 수단으로 방사선을 조사했지만 혈관이 말라붙거나 상처가 잘 아물지 않아 염증이 생기는 부작용이 있었다. 또 암세포와 정상 조직의 경계가 불분명해지는 경향을 보여 수술 부위가 넓어지는 문제도 있다. 따라서 현재는 수술 후 암세포가 남아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경우에 방사선 치료를 한다. 

최근에는 신생 혈관이 생기지 않게 막는 방법이 미래의 치료법으로 연구되고 있다. 혈액 공급을 차단해서 암세포를 죽이는 방법이다. 


▲ 이상달씨는 매일 글을 쓰면서 읽는 연습을 한다. 더욱 똑똑한 발음으로 말하기 위해서이다. ⓒ시사저널 박은숙

“암에 걸리기 이전으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담배는 절대 피지 않을 것이다.” 성대를 포함해서 후두 전체를 제거하는 후두 전절제술(total laryngectomy)을 받은 이상달씨(74)는 흡연으로 목소리를 잃었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후두 대신 식도를 이용해 말을 한다. 위장의 공기를 복압으로 밀어내어 식도와 위를 진동시켜 소리를 내는 식도발성법으로 말을 하기 때문에 가족이나 지인이 아니면 그의 말을 알아듣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이씨가 목소리를 잃어버린 것은 10여 년 전의 일이다. 인천항 부두관리공사의 중간 간부로 일하던 1996년 6월께 이씨는 갑자기 자신의 목소리에 이상이 생긴 것을 발견했다. 그는 “선주나 선장 등 이른바 거친 뱃사람들을 상대하는 위치이다 보니 하루 종일 말을 많이 했다. 또, 성격이 조금 급한 편이어서 목소리를 자주 높였다. 게다가 줄담배를 피웠다. 하루에 보통 2갑씩 피워댔다. 그러니 후두에 이상이 생기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했을 것이다. 어느 날부터인가 목에서 쉰 소리가 나왔다. 처음에는 피로해서 그런가 보다 했는데 목소리가 정상으로 되돌아오지 않아 병원을 찾았다”라며 발병 당시를 회상했다.

인천 인하대병원을 찾은 그는 평생 잊지 못할 만큼 충격적인 말을 들었다. 후두암이라는 판정을 받은 것이다. 이씨는 “의사가 발성검사와 조직검사 등을 해보더니 목에 문제가 있다고 했다. 후두에 작은 종양이 있지만 초기이므로 수술로 간단히 제거하면 목소리는 잃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의사의 말을 듣자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알았다”라고 당시의 심경을 털어놓았다. 그러나 목에 칼을 대는 것에 큰 부담을 느낀 이씨는 수술 대신 방사선 치료를 택했다. 약 2개월 정도 방사선 치료를 받았다. 치료 초기에는 다소 호전되는 듯했지만 종양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다. 이씨는 “치료 기간이 길어지는 바람에 직장도 그만두었다. 집이 서울 목동이었기 때문에 이듬해부터는 집에서 가까운 연세세브란스병원에서 치료를 받기 시작했다. MRI 검사와 조직검사 등을 다시 해보았지만 종양이 없어지기는커녕 더 커졌다. 병원에서는 후두를 잘라내는 수술밖에 도리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래서 1997년 8월 성대를 포함한 후두를 떼어내는 후두 전절제술을 받았다”라고 말했다.

후두를 절제하면서 목 아랫부분에 호흡을 할 수 있도록 작은 구멍을 뚫었다. 이씨는 “물이 들어가지 않도록 손으로 구멍을 막은 상태에서 샤워를 한다. 수영은 생각도 하지 못한다. 무엇보다 말을 못한다는 것이 가장 참기 힘든 점이었다. 식도발성법을 익히면서 말을 하기 시작했다. 4~5년 정도 연습하니 가족들이 조금씩 내 말을 알아들었다”라며 시원스럽게 말을 하지 못하는 답답함을 설명했다.

이씨는 지금도 매일 글을 쓰면서 읽는 연습을 한다. 더욱 똑똑한 발음으로 말하기 위한 일종의 훈련이다. 글을 쓰며 읽는 시범을 보이던 이씨는 다른 후두암 환자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그는 “약 35년 동안 담배를 피웠다. 흡연이 후두암을 일으켰다고 생각한다. 누구든지 현재 담배를 피우고 있다면 당장 끊기를 권한다. 혹시 후두암 판정을 받았다면 의사의 말에 따라 수술을 받을 것도 권한다. 나도 처음 후두암을 발견했을 때 방사선 치료를 받지 않고 의사 말대로 수술을 받았다면 최소한 목소리를 잃어버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또 한 가지 덧붙이고 싶은 점은 모든 일에 조급하지 말라는 것이다. 건강을 잃고 보니 조급함이 건강을 더욱 악화시켰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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