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부동산이 살아야 ‘다’ 산다
  •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
  • 승인 2008.10.21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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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경제연구원 진단 / 미국 금융 위기 파급 효과 커 세계 경제 동반 침체 가능성

▲ 9월 23일 미국 상원 금융위원회 구제금융 청문회에서 폴슨 미국 재무장관,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장 등이 증언하고 있다.


미국 금융 위기의 근본 원인은 부동산 경기 침체에 따른 가계 부채 증가라는 실물 부문에서의 부실과 무분별한 파생 상품의 확산이라는 금융 부문의 리스크 증대에 있다. 미국의 주택 경기를 판단할 수 있는 케이스-쉴러 주택가격지수는 지난 2008년 6월에 2006년 7월 최고점 대비 18.8%가 하락했는데, 이는 미국 가계 부채를 급증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했다. 미국의 개인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 부채 비율은 2000년 말 1백2.8%에서 2007년 말 1백35.9%로 급상승했으며, 이를 기반으로 한 고도화된 금융 파생 상품이 전세계적으로 확산됨으로써 미국은 물론 세계 금융시장의 혼란이 가속되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미국 FRB 및 재무부가 승인한 공적자금은 총 1조 달러를 조금 넘는 수준인데, 이는 미국의 지난해 국내총생산인 약 13조 달러의 7%에 해당하는 사상 최대 규모의 구제금융이다. 이를 통해 우선, 부실 기관 및 자산을 신속히 매수하고 정리함으로써 시장에 팽배했던 ‘모기지 및 금융 기관 연쇄 부도’의 불안감을 진정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 미국 정부가 금융 기관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함으로써 이들 금융 기관의 건전성이 강화될 것이다. 다음으로 이번 구제금융이 채무 부담 경감으로 이어지면서 소비 심리 안정화에 기여할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이러한 기대에도 불구하고 이번 대책이 가지는 한계 또한 다수 존재한다. 실제 미국 정부가 은행들의 지분을 인수하겠다고 밝혔고,  유럽 국가들이 금융 공조에 나섰으나 시장은 여전히 불안 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우선 미국 부동산 가격의 추가 하락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분석에 의하면 과거 부동산 버블 붕괴기와 비교할 경우, 약 10% 추가 하락이 예상되고 있다. 다음으로 기업의 부도 위험 등에 신용 리스크를 따로 분리해 거래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신용 거래의 안정성을 높여주는 CDS(Credit Default Swap)와 같은 파생 상품 부실이 추가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 IMF도 지난 4월에는 금융 부실 규모가 9천4백5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가 지난 10월에는 1조4천50억 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을 정도로 금융 파생 상품의 거래 구조는 매우 복잡하고, 그만큼 리스크 파악 또한 어렵다고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구제금융 대책에 의해 미국 내 이해 집단 간 갈등이 유발될 수 있다. 정부는 납세자의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부실 채권을 낮은 가격으로 매입하기를 원하지만, 금융 기관은 건전성 확보를 위해 고가격을 원할 것이어서 부실 채권 처리가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또, 구제금융 지원은 중소형 은행과 개인 투자자의 부실까지 처리할 수 없기 때문에 구제 대상 기준이 불명확할 것이다. 물론, 예금자 보호 의무가 없는 투자 은행 부실을 정부가 보증한 것에 대한 반발 또한 강하다.

세계 경제 불안정 해소 시점은 내년 하반기가 될 듯

한편 미국발 금융 위기는 미국 부동산 경기의 침체가 바로 그 원흉이라 할 수 있는데, 세계 경제 불안정성 해소 시점 또한 미국 부동산 경기의 회복 시기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판단된다.

우선 문제의 시발점이 된 미국 부동산 경기가 언제 회복될 것인지에 대해 살펴보기로 하자. 최근 미국의 신규 주택 착공 건수 증가율이 둔화되면서 공급 과잉이 서서히 해소되고 있어, 부동산시장의 회복은 내년 상반기부터 점차 가시화될 것으로 판단된다. 실제 미국의 신규 주택 착공 건수 증가율은 2007년에 전년 동기 대비 24.8% 감소했으며, 2008년에 들어서도 2월, 5월, 7월에 전기에 대비해 마이너스를 기록해 주택 공급 과잉이 서서히 해소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또한 부동산중개인협회(NAR)와 모기지은행가협회(MBA)는 기존 주택 판매가 2008년 4/4분기부터, 신규 주택 건설 착공은 2009년 1/4분기부터 회복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따라서 세계 경제의 불안정성 해소 시점 또한 2009년 하반기부터라 말할 수 있다.

이번 미국발 금융 위기는 세계 경제 동반 침체 우려를 높일 뿐 아니라 특정 국가의 위상을 크게 변화시키는 등 다방면에 걸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첫째, 미국발 금융 위기로 인해 세계 경기의 동반 둔화 현상이 나타날 것이다. IMF가 10월에 발표한 세계 경제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경제성장률은 2008년 1.6%에서 2009년 0.1%로 크게 둔화될 것으로 보이며, 세계 경제성장률은 동기간 3.9%에서 3.0%로, 유럽연합 지역은 같은 기간 1.3%에서 0.2%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개도국 경제도 동기간 6.9%에서 6.1%로 성장세가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둘째로, 달러화 가치가 하락하고 글로벌 신용 경색 현상이 지속되면서 세계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이 증대할 것이다. 셋째, 미국 경제의 불안이 지속되면서 달러화보다는 원유, 곡물, 광물 자원 등 상품 선호도가 심화되면서 세계 원자재 가격이 다시 상승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

한국에서는 중소 저축은행을 중심으로 부실 문제 발생할 수도

넷째, 세계 금융 시스템 또한 큰 변화를 겪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국제 금융시장의 변화를 주도 해오던 투자 은행들의 구조 조정 가속화 등 금융 산업 전반에 걸쳐 세계적으로 규제 완화에서 규제 강화 쪽으로 흐름이 변화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풍부한 외환보유액을 자랑하는 중국, 일본, 중동의 세계 금융시장에 대한 영향력이 증대되면서 세계 경제 구조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더욱이 IMF의 아시아판인 AMF와 같은 지역 금융 협력체 설립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는 가운데 원화, 엔화, 위안화를 중심으로 한 통화 협력체 설립 필요성 또한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 경제 또한 이러한 세계적인 변화에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세계 경기 둔화로 수출 증가율이 떨어지고, 국제 상품 가격 상승에 의한 물가 상승이 소비 감소를 유발하면 실물 경기가 크게 둔화될 것으로 판단된다. 또, 주식시장 침체, 환율 상승 압력 고조, 채권시장 불안 가중 등 국내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 뿐 아니라 국내 금융 산업의 혼란을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국내 금융 산업은 규제 당국의 규제 강화로 인한 전략 수정이 불가피할 것이며, 이에 따라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약한 중소 저축은행을 중심으로 한 부실 문제가 가시화될 가능성이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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